鶴山의 草幕舍廊房

政治.社會 關係

[서울광장] 금의환향(錦衣還鄕), 금의야행(錦衣夜行) /주병철 논설위원(서울신문)

鶴山 徐 仁 2011. 7. 6. 09:20

축구경기에서 전반 시작 5분과 후반 5분을 남겨놓고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초반에 어이없이 허를 찔리거나 막판에 방심하다 낭패를 당하는 예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임기제인 역대 정권의 국정운영도 이와 비슷하지 않나 싶다. 느닷없이 아킬레스건을 공격당해 치명상을 입은 예를 종종 목격해 왔다. 이명박(MB) 정부도 예외일 수 없다. 전반 시작 5분쯤 촛불시위로 한방 먹더니 후반들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포퓰리즘과 지역이기주의 등으로 혼쭐이 나고 있다.

스포츠 경기는 스코어가 말해주듯 정권의 평가는 대체로 경제 성적에 좌우된다. 다른 분야에서 좀 미진해도 경제 성적이 좋으면 평이 좋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정부의 전공이자 특기라고 할 수 있는 경제분야가 영 시원찮다. 그래서 더 걱정이라고들 한다.

집권 4년차의 경제 성적을 한번 보자. MB노믹스의 골격인 747(7% 성장, 4만 달러 소득, 7대 강국 도약)은 얼마 전 정부가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경제의 틀을 성장에서 물가로 전환, 사실상 폐기처분됐다. 747뿐만이 아니라 MB노믹스 자체의 정체성도 헷갈린다. 대기업친화정책인지 시장친화정책인지 분간하기 힘든 정책기조를 이어가더니 어느 틈에 중소기업·서민경제로 키워드가 바뀌었다. 지금은 공정사회·동반성장이 최대 화두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부처끼리는 물론이고 정부-대기업, 정부-중소기업, 정부-여당, 여당-야당 간 힘겨루기와 갈등만 증폭됐다.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복지 포퓰리즘마저 가세해 MB노믹스는 아예 실종됐다.

그동안 성과가 없는 건 아니었다. 2008년 9월 리먼사태로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빨리 회복됐다. 국제무대가 우리 경제의 저력을 인정할 정도였다. 지난해 서울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국제적인 위상도 한껏 드높였다. 그래서 집권 초기와 말기에 터진 예기치 않은 복병으로 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 및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등에 손을 못 댔고, 세계경제의 인플레 우려 때문에 물가를 잡는다고 성장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명박 사람들’의 주장에 수긍이 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상황이 여전히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국책사업을 둘러싼 부처 간·지역 간 갈등,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저축은행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사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양극화 해소, 복지예산 증액 요구 등 난제들이 쌓여 있다. 두고두고 짐이 되는 골칫덩어리들이다. 그런 점에서 이 정부가 경제에 관한 한 나은 점수를 받으려면 두어 가지만이라도 명심했으면 좋겠다. 우선 매듭지어야 할 것은 어떻게든 확실히 처리하고 넘어가라. 저축은행 사태,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 매각,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등이 그런 예에 속한다. 미룬다고 더 나아지지 않는다. 다음 정권에 부담만 가중된다.

그 다음은 선심성 정책의 유혹을 차단하는 것이다. 벌써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해괴한 복지 포퓰리즘이 난무하고 있다. 정권 말기에 경기상황이 좋지 않으면 정치권에서는 모종의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현재 경기는 1~2년 간격으로 소순환 주기가 등락을 거듭해 경기침체인지 소프트 패치(경기회복 중 일시적인 침체)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이럴 때는 경기부양책이 고개를 든다.

무엇보다 이 정부는 금의환향의 환상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 역대 정권에서도 늘 이런 꿈을 꿔왔고 그러길 기대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금의환향이 안 된다고 금의야행을 해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자기만 잘했다고 떠들고 다니는 것은 몰염치한 행위다. 그런 점에서 임기 후반 무렵 찾아온 선거의 계절에 국가경제를 책임지고 납세를 대표하는 핵심 경제 부처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 같다. 후반전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는 공무원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bcjoo@seoul.co.kr

2011-07-06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