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의 낙관론
미국 뉴욕 증시가 폭락을 하고 나면 어김없이 미국 언론에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한다는 투자가 워런 버핏(Buffett)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이 거행됐던 20일(현지시각)
미국 증시의 주요 지수가 5% 가까이 폭락하자, 미국의 경제전문채널 CNBC는
'버핏이 핏빛이 흥건한 가운데서도 한 철도운송회사의 주식을 400만주나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버핏이 작년 1월 이 회사 주식을 처음 매입했을 때보다 주가가 25% 가까이 폭락했지만,
개의치 않고 추가로 지분을 매입했다고 덧붙였다.
버핏은 19일(현지시각)에도 한 방송 인터뷰에서 특유의 낙관론을 피력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단기간에 기적을 일으키기는 힘들겠지만
결국은 진흙탕을 헤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1776년(미국 독립연도) 이후
미국이 실패한다는 데 내기를 걸어 성공한 사례는 없다"고도 말했다.
원래 그의 전매특허는 "내가 산 주식이 1년, 2년 오를지는 알 수 없지만 10년 뒤, 20년 뒤에는
엄청난 수익을 낼 것"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루비니 뉴욕대 교수 같은 비관론자들이
'80년 이후 최악의 침체'에 이어 '대공황급 침체'로 끔찍한 예언의 강도를 높이자,
버핏은 아예 미국의 건국을 끄집어내 못을 박아 버린 것이다.
실직과 주택차압의 공포에 떨고 있는 미국인들로서는
그의 발언이 논리적으로 옳고 그름을 떠나
세계 최고의 부자가 던지는 메시지가 더없이 반가울 것이다.
'낙관론' 하면 세계 최대의 IT 기업 마이크로 소프트(MS)의 스티브 발머 CEO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발머는 마치 록가수처럼 무대를 펄쩍펄쩍 뛰어다니며 일명 '멍키 보이(monkey boy)'
댄스를 출 정도로 언제나 활력이 넘친다. 그는 작년 10월 이후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자신의 낙관론이 조금씩 어그러져 가고 있지만, 결코 "내가 틀렸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CES(세계전자전시회)에서도 "경기 침체가 아무리 심화되고
오래가더라도 기술혁신은 인간의 삶을 향상시킬 것이며,
MS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세계 어떤 기업보다도 기술 혁신에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낙관론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면 10년여 만에 첫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한 우리는 어떤가?
특히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올라와 있는 상황에서,
누가 버핏이나 발머처럼 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들에게 작은 위안이나마 줄 수 있을까?
우리 역시 이건희 삼성 전 회장이나 LG 구본무 회장 같은 기업인이 아닐까 싶다.
이 전 삼성 회장이 지난 1990년대 초반 세계 반도체 경기가 최악의 침체를 겪는데도 불구하고
삼성그룹 전체의 자원(資源)을 총동원해 세계 1위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올라선 이야기를
들려주고, LG 구본무 회장이나 현대차 정몽구 회장,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같은 영향력 있는
기업인이 나서서 '아무리 힘들어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만큼 국민들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는 없을 것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기업은 본능적으로 움츠리고
내부 단속을 먼저 하는 게 상식이겠지만, 지금처럼 이례적인 상황이라면 '비용 절감'
'구조 조정'이라는 전통적인 처방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국민들은 희망을 듣고 싶어한다.
- 조형래·산업부 차장대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