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왜 나라가 이렇게 됐나 파고들어야”

鶴山 徐 仁 2009. 1. 15. 08:47

장하준 “현 위기는 산업의 중요성 망각에서 비롯”

l케임브리지(영국) 이종수특파원l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 경제는 여전히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대공항 이후 지구촌 최대의 위기라는 이 카오스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해법은 무엇일까? 혼돈의 와중에서 지난 6일 장하준(46)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를 만났다.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그는 금융 위기가 신자유주의적 금융자본주의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 준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이 위기를 계기로 한국 경제가 실물 경제를 튼실히 해서 역동성을 회복해야 한다며 지난 10여년간 맹목적으로 추종해온 신자유주의 노선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아울러 혼돈을 겪고 있는 진보진영에는 전통적인 좌·우파의 틀에 갇히지 말고 유연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을 것을 당부했다.다음은 일문일답 전문.

어떻게 지내세요?

 =글쎄요 뭐, 저야 공부하는게 직업이니까 공부 계속하는 게 제일 중요하구요. 저같이 정책 관련 연구하는 사람들은 정책 입안자들과 대중들과 많이 소통해야하잖아요. 그래서 기회있으면 여기 저기 가서 강연도 하고 언론에 기고도 하고 가끔 한국 라디오에 출연해 제 생각을 알리고 합니다.

구체적 계획이 있다면?

 =2월 말에 아프리카 개발은행 강연 등을 비롯 6개월 동안 미국 영국 유럽 등 10여 나라에서 대학 등에서 강연할 예정입니다. 요즘 같은 때는 남들이 안하는 소리 하는 입장에서는 한 군데라도 더 가서 생각을 설명하고 전파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열심히 돌아다닐 생각입니다.

최근 관심사는 아무래도 경제위기겠죠?

 =그렇죠. 한국이 97년 금융위기 겪으면서 금융도 좀 관심이 생겼습니다. 주요 전공은 산업 정책이지만 요즘은 그걸 안 볼수도 없으니 공부하고 있습니다. 물론 늘 하던 산업 정책 공부도 해야죠. 당장 일어나는 데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본래의 영역이 있으니까요.

국내 현안 금산분리

지난해말과 올해초 국회에서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이른바 금산법 개정을 놓고 여야가 대치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국회에서 난리가 났었죠. 그러나 전, 사실, 뭐랄까, 부차적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97년 외환 위기 이후 우리나라가 말하자면 신자유주의, 뭐, 미국식 금융자본주의로 노선을 바꾼게 아닙니까? 저는 그게 잘못됐다고 보기에 금산 분리는 부차적 문제라고 봅니다. 이전에 한창 금산법 논란을 벌일때 금산 분리를 주장하는 많은 분들이 금융자본주의 논리에 동조하면서 주주자본주의 논리를 가진 분들이 많았거든요. 그분들이 금융 허브도 이야기 한 거고... 그 논리 틀 안에서 보자면 지금 논의되는 것은 재벌이 금융자본화하는 것을 허용할까 하는 것인데요. 저는 그 기본틀이 잘못됐다고 보기에 그게 안 바뀌면 재벌이 금융자본화하든지 아니면 그걸 막아서 미국 일본 자본이 들어와서 우리 금융자본을 주무르게 하든지... 이는 보통사람들이 볼 때는 2차적인 문제거든요. 은행을 재벌의 사금고화하는 걱정도 있겠지만 그 역시 2차적 문제라는 거죠. 우리가 방향 자체를 잘못잡고 있는 상황에서 조금 더 오른쪽으로 갈건지 왼쪽으로 갈건지 논의하는 것은 큰 안목에서 볼 때 문제가 있는 논쟁이라고 봅니다.

금산법이 왜 문제가 되는 건지요?

 =결국 세부적으로 얘기하자면 민주당이나 이런 쪽 분들이 걱정하는게 이렇게 되면 재벌이 은행을 소유해서 은행을 사금고화하는게 아니냐 이런 건데요. 그런 걱정할 만하죠. 그러나 그 문제는 뜻만 있으면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금융기관은 재벌 계열사에 대출을 아예 못하게 하든가.물론 그렇게 하면 재벌끼리 대출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 경우도 5대 재벌은 다른 재벌 소유가 조금이라도 있는 은행의 돈을 못빌리게 할 수도 있고..또 재벌들이 공동으로 소유할 경우를 우려하면 5대 혹은 10대 재벌을 정해서 그 재벌이 아무리 지분을 많이 갖고 있어도 그 재벌이 임명하는 이사 수가 3분의 1이 넘지 못하도록 묶으면 되거든요. 안 할려고 하니 안하는거죠. 그건 부차적 문제죠. 재벌이 사금고화해서 자기네 산업 키우는데 이 돈을 끌여다 써서 잘못된 일을 하는가 하는 것인데...

 지금 우리가 해야할 걱정은 반대입니다. 재벌이 자기 본령의 산업을 버리고 금융자본화하는 겁니다. 미국 같은 경우도 많이 드러났지만...미국 경제가 취약해진 이유가 제너럴 일렉트릭이니 GM이니 하는 것들이 금융업 진출해서. GM도 자기 자동차가 안된 것도 있지만 지맥이라는데가 문제가 됐고 그런 식으로 본업을 잊고 금융자본화 한 것이든요.우리 재벌도 걱정스러운 것은..자동차고 반도체고 어렵고 한데 쉽게 금융해서 먹고살자는 금융자본화하는 것 아닌가? 이번 금융위기에서 봤다시피 실물에 기반하지 않은 금융자본은 사상 누각이거든요. 재벌이 그런 식으로 금융자본화 해버리면 또 무너질 수도 있고...이미 한번 10년 전에 타격을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는데 한번 더 받으면 장기적으로 큰 일나는 거거든요. 저는 도리어 이게 더 걱정스럽습니다.

그러면 금산법을 완화시켜야한다는 뜻으로 읽힐 수도 있는게 아닌가요?

 =그렇죠. 아니 그러니까, 말하자면 지금 노선을 잘못 잡아서 우리가 차를 몰고 벼랑끝으로 가고 있는데, 분명히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단 말이죠. 거기서 요렇게 돌아갈지 이렇게 돌아갈지 논쟁하는 거니까 이런 문제로 국력을 소모할 게 아니죠. 왜 우리가 금융자본주의로 환골탈태한다고 했는데 성장은 안되고 투자도 안되고 일자리도 없고 불평등은 늘어가고 자살률은 OECD 2위인 데다 왜 나라가 이렇게 됐냐 이거를 질문해야 한다는 거죠.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건데 어떤 식으로 가자는 건지?

 =간단히 말하면 경제를 하는 데 지름길이 없다는 것이죠. 계속 투자하고 열심히 연구하고 시장개척하고 그런 식으로 하는 것 밖에 없는데..지난 4반세기 동안 세계를 지배한 금융자본주의는 뭐 그런 걸 힘들게 하지 말고 파생상품 만들어서 잘 팔아서 하면 훨씬 돈 많이 벌고 하는데..대표적 인물이 제너럴일렉트릭의 잭 웰치 아닙니까. 그런 것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거죠. 우리나라도 계속 경제가 문제가 되는 게 실물을 등한시했기 때문이거든요.삼성전자처럼 연구개발 안하면 바로 밀리기 때문에 할 수 없이 하는 기업도 있지만 5대 재벌 밑으로 내려가면 연구개발 안하거든요. 계속 그런 식으로 단기적으로 돈 벌 길은 뭡니까? 비정규직 늘리고,월급 깎고 외주 주고 해서 단기 이익은 올리지만 국민들은 어려워지고 그러니 내수는 더 위축되거든요. 결국 그런 식으로 해서 장기적으로는 자기 살 깎아 먹기거든요.그런 의미에서 실물의 중요성, 장기적 투자의 중요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기본에 충실하자는 말이죠?

 =그럼요. 바로 그겁니다. 역사적으로도 보면 금융 뭐 이런게 자기 혼자 발전하는게 아니거든요. 물론 룩셈부르크 정도되면, 인구 50만에 부자 나라가 옆에 붙어 있으면 금융 만으로 먹고 살수 있겠지만 싱가포르만 해도 1인당 공업생산량이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나라 아닙니까.금융 허브라고만 생각하지만...그리고 역사적으로 금융허브라는 것도 결국 제조업 중심지를 따라다니는 거거든요. 17세기 금융 허브가 암스테르담인데요. 당시 벨기에 네덜란드의 모직업을 중심으로 그곳이 중심지엿거든요. 그 뒤엔 영국이 산업혁명해서 금융 중심지가 됐고 미국이 영국을 따라 잡으니 금융중심지가 런던에서 월스트리트로 넘어간 거죠. 지금은 그런 꿈도 허상이었다는게 드러났죠. 미국 자체의 투자은행이 다 망하는데.

 얼마 전까지도 우리 나라 많은 정책 입안자들이 생각하던게 제조업은 그냥 중국이 자꾸 쫒아오고 힘드니까 어떻게 금융업 진출해서 먹고 살아보자 생각했는데, 그 모델 자체가 망했고. 제가 항상 하는 얘기가 남이 쫒아오는거만 생각하고 도망가는 건 생각하지 않느냐고? 중국이 우리 제조업 위협해서 우리가 금융업 간다고 해도 미국이나 영국 같은 나라가 우리나라 봐줍니까? 거기서 또 우리가 못 올라오게 막거든요. 그게 문제라는 거죠.

결국 금산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했는데 진보진영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특히 진보진영에 부탁하고 싶은 것은...민주당이야 그 법안이 국회에 와 있으니 어떤 식이든 자기 입장을 정해야 될거고 고칠 것은 고쳐야겠지만...진보 진영 입장에서는 그런 기본적 틀에 대해 질문하는 게 중요한 거죠.

이와 관련 재벌과 사회의 대타협을 주장하셨는데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프렌들리 비즈니스와 닮았다는 오해를 받으신 것 같은데?

 =처음 그 얘기를 꺼낸 결정적 계기는 2003년 SK-소버린 사태였습니다. 당시 구도가 소버린이라는 사모펀드가 SK주식을 사 모아서 그쪽 M&A 전문가 얘기하기를 잘 몰아갔으면 SK그룹을 좌지우지할 정도까지 갈수도 있었다고 했는데..일부에서 우리 재벌이 외국에 먹힌다고 걱정하니까...또 한편에서는 세계화 시대에 자본에 국적이 어디 있느냐는 주장도 나왔죠? 해서 제가 당시 ‘국적없는 자본은 없다’는 기고로 파문을 일으켰죠. 지금 우리 재벌이 잘못한 것도 많은데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외국 유수 기업도 손에 때 안 묻히고 돈 번 기업 없거든요. 철강왕 카네기, 유에스 스틸 등은 파업하면 사립탐정 고용해서 총으로 쏴 죽였거든요. 영국의 유명한 HSBC은행은 아편전쟁 때 영국 정부에 돈 대주고 따지면 다 나쁜 짓 한건데..제 주장은 그걸 용서하자는 차원이 아니라 그런 도덕적 얘기에 얽매여 있을 때냐? 국제금융자본이 재벌을 접수하면 싸우지도 못한다. 지금은 정씨네집 이씨네집 이름이라도 알고 누군지도 알지만, 당시 소버린 사태가 발생했을 때 소버린이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뉴질랜드집 큰 수퍼마켓 체인을 갖고 있는 형제가 갖고 있는데 그 사람만이 아니라 뭐 어디에 페이퍼 컴퍼니 세우고 또 그게 브뤼셀에 역외 자본 시장을 세우는 등 세번,네번 돌려서...그런 사람들이 우리나라 기업을 지배하기 시작하면 싸울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입장에서 제일 좋은 게 뭔가? 재벌이 원죄도 있고, 소유구조도 불안하기 때문에 차라리 빅딜을 해서, 그렇다고 자자손손 아무리 잘못해도 구해주겠다고 약속해서는 안되지만 어느 정도 잘 하기만 하면 경영권 위협받지 않게 제도적으로 만들어주고 그 대신에 예를 들면 삼성 같으면 노조도 인정하고 세금 더 많이 내서 복지국가 만들고...그런 식으로 고용 안정시켜주고 타협하자는 제안이었죠.

 물론 백지에다 천국을 그려보라면 뭣하라고 거기다 삼성을 그려 넣겠습니까? 그나마 우리가 갖고 있는게 그나마 삼성이고 또 그런 걸 잡아먹겠다고 소버린이니 론스타 같은게 잡아먹으려고 호시탐탐 돌아 다니니까...그런 상황에서 그래도 더 성장이 잘되고 일자리도 만들고 복지국가도 만들 수 있는 현실성이 있는-물론 그것도 어렵지만- 뭔가를 찾다보니 그런 얘기가 나왔어요.

 그런 얘기를 하면 뭐, 이명박 프렌들리 비즈니스 와 다를게 뭐냐고 이야기도 하시는데, 사실 저는 다릅니다. 저는 기업이 잘 돼야 나라가 잘 된다는 입장인데 그런 면에서는 프렌들리 비즈니스라 할 수도 있지만,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는 기업이 하고픈대로 놔두라는 것이거든요. 저는 그게 아니거든요. 지금 미국 보세요, 기업이 하고픈 대로 놔두다 보니 나라가 망한거 아녜요? 정부가 나서서 할 역할이 있고 규제가 있거든요.

 때로는 풀고 때로는 규제도 하고 그런 식으로 실용주의적으로 해야 한다는 거거든요. 이명박 정부는 말은 실용주의 하지만 굉장히 이데올로기적으로 자유방임이 옳은 거라고 자꾸 얘기하니깐요. 그런 의미에서 비즈니스 프렌들리지만, 아니 그렇잖아요? 애들을 잘 키운다는 게 애들이 하고 싶은 대로 놔두는게 아니잖아요. 어떨때 혼도 내야 하고 어떨때는 하고 싶은 것도 못하게 해야 되고 하기 싶은 일도 하게 해야잖아요. 그게 지나칠 수도 있고 너무 자식을 눌러서 기르면 부작용도 생기죠. 보통 일에서는 적당히 그런 것을 섞여야 한다고 말을 하지만 왜 정부 개입 이야기 나오면 무조건 푸는 게 좋다고 얘기하냐는 거죠. 풀어준다고 그게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아니거든요.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정책의 닮은 점과 다른 점을 정리해주신다면...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가 둘 다 신자유정부라고 규정했는데..물론 둘이 차이는 있지만..기본적으로 시장에 맡겨두는 게 맡고..예를 들어 노무현 대통령이 한때 유명한 말을 했었죠. “권력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좋든 싫든 시장에 맡겨두는게 맞고..한미 FTA로 대표되듯이 개방에 동참하는 게 맞다, 우리 민족주의 노선 지킬 필요가 없다고 한 점에서 둘다 신자유주의 노선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점은 이명박 정부는 순수한 신자유정부이고 노무현 정권은 약간 거친 데는 약간 부드럽게 한다고 예를 들면 사회적 안전망을 약간 확충한다든가..사실 그것도 노무현 정부는 많이 확충했다고 했지만, 우리 사회복지 시설이 OECD 회원국에서 거의 최하위권이거든요. 많이 이룬 건 아니지만 그런 생각은 있었고 재벌에 대해서 좀 견제와 규제를 했고 부동산에 대해서 규제를 많이 했지만 90% 이상은 신자유주의 정부라고 규정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거죠.

 어떻게 보면 모든 면에서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부보다 더 신자유주의 정부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게, 재벌 정책 경우 노무현 정권의 논리라는 것은 주식시장에 맡겨서 외국 금융자본-그게 사모펀드든 헤지펀드든-이 들어와서 가져가면 가져가고 재벌 통제도 주주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이씨 집안 삼성 5%도 안 갖고 있는데 어떻게 좌지우지하냐며 통제하려고 했거든요...그런 면에서 보면 더욱 더 주주자본주의 논리에 충실한 더 신자유주의에 더 충실한 면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건 뭐 더 신자유주의다 덜 신자유주의다 말하긴 힘들지만, 둘이 기본 노선은 같되 그래도 노무현 정부는 일부 신자유주의 노선의 거친 면을 완화하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계속)

그는 누구?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 지닌 ‘천상 경제학자’

 l케임브리지(영국) 이종수특파원l 장하준은 천상 경제학자였다.

 인터뷰를 요청한 기자에게 이메일로 “6일 오후 2시30분경에 만나자.”며 캠브리지 대학 연구실로 오는 방법을 자상하게 설명해주었다. 파리~런던~케임브리지의 교통수단을 분(分) 단위로 나눠서 ‘경제학적으로’ 안내했다.

 연구실에 도착하니 33㎡ 정도 공간은 전공 서적과 논문 등으로 가득했다. 근황을 물었더니 “6개월 동안 미국,아프리카, 유럽 등 10개국에서 강연 계획이 잡혀 있다.”며 “남들이 안하는 소리 하던 입장에서 한 군데라도 더 가서 열심히 설명하고 생각을 전파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신자유주의적 금융자본주의의 해악을 주장했던 터라 국제무대에서 그를 찾는 ‘수요’가 늘어난 것 같다.

 2시간여 인터뷰 동안 해박한 지식과 정확한 통계로 막힘이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문득, 알프레드 마셜이 경제학도들에게 요구했다는 덕목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이 떠올랐다. 그는 한국의 좌우파로부터 동시에 공격받고 있지만 뜨거운 가슴을 지닌 경제학자였다. ‘모든 사람이 다 잘 사는 사회’라는, 더 정확히는 그에 가장 근접하는 사회를 이루고 싶다는. 이를 위해 그는 차가운 머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석사,박사학위를 받고 1990년부터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사다리 걷어차기’(2004년) ‘쾌도난마 한국경제’(공저,2005년) ‘국가의 역할’(2006년) ‘나쁜 사마리아인들’(2007년) 등을 출간했고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주는 뮈르달 상(2003년), 경제학 지평을 넓힌 레온티예프 상(2005년)을 받았다.

 “전통적인 좌우파라는 틀에 갇히기 싫다.”는 그는 늘 현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그가 언제, 어떤 또 새로운 화두를 던질지 궁금해진다.

 vie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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