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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희망 기업'을 찾아라
의류 업체인 한세실업은 지난해 미국에 1억4000만 장의 의류를 수출했다. 옷 개수로만 따진다면 미국인 3명 중 한 명은 한세실업 옷을 입고 다니는 셈이다. 다다C&C라는 모자 제조업체는 10년 넘게 전 세계 모자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전 세계 시장점유율 45%에 연간 5000만 개가 넘는 모자를 수출한다. 오로라 월드는 캐릭터 완구 3000만 개를 수출, 500억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중소기업인 엠케이 전자는 반도체에 쓰이는 가느다란 금실(금본딩와이어) 하나로 세계 시장 점유율 4위를 기록했다. 이 회사 최상용 사장은 "일본 업체보다 기술이 앞서 있어 2013년이면 세계 시장 1위에 오를 것"으로 자신한다.
한국 경제는 이처럼 작지만 강한 '희망을 주는 기업'에 미래가 달려 있다. 세계를 무대로 뛰고 있는 도토리 같은 단단한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열쇠인 것이다. 대한민국의 숨겨진 희망기업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오랫동안 한 분야에만 집중, 세계 일류 수준의 기술력과 디자인 역량을 축적했고, 내수보다는 수출 시장에서 전 세계 경쟁자와 승부해 왔다.
그동안 한국은 10년 주기로 경제 위기를 맞았고, 그때마다 희망기업이 혜성처럼 나와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1970년대 오일 쇼크를 이겨낸 '희망기업'은 중동에 진출한 우리 건설업체였다. 뜨거운 사막에서 벌어들인 오일 달러 덕분에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했다. 1980년대 초반 경제위기를 극복한 주역은 대기업이었다. 자동차, 석유화학, 중공업이 한국 경제를 되살린 희망이었다. 당시 3저(저금리·저달러·저유가)에 88올림픽 특수까지 겹쳐 연평균 경제 성장률은 10%가 넘었고 국제수지는 매년 큰 흑자를 기록했다. 우리 산업이 세계 일류 반열로 도약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6월 민주항쟁이 6·29 선언으로 이어지는 정치적인 격변을 겪으면서 한국 경제는 다시 침체기로 접어들었다.
그로부터 다시 10년이 흐른 1997년, 한국은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국가 부도 위기를 맞았다. 당시 전 국민이 금반지까지 팔아가며 위기를 극복했다. 김대중 정권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벤처기업을 적극 육성했다. 그러나 기본 실력은 없고 거품만 잔뜩 끼어 있던 벤처는 한국의 희망기업이 아니었다. 정부 지원 자금으로 성장한 벤처기업은 거품이 꺼지면서 대한민국 희망에서 악몽으로 바뀌었다.
그로부터 10년 뒤, 전 세계적인 금융 위기가 한국에 상륙했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예전과 성격이 다르다. 마치 소방서에 불이 난 격이다. 10년 전 불이 났을 때는 미국이나 IMF 같은 소방수도 있었고, '수출'이라는 물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믿고 기댈 곳이 없다. 오직 우리 기업 스스로 거품을 덜어내고 철저하게 구조조정을 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 위기를 돌파할 주역이 바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그러나 경제 전쟁이 벌어지는 전시(戰時)상황에서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모두 기업을 살리는 조치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지난번 노무현 정부가 대못질한 각종 규제를 빨리 철폐하기는커녕 집안 싸움에 정신이 팔려 있다. 전쟁이 나면 어느 나라든 초당(超黨)적인 전시 내각을 만들어 힘을 합치는 게 당연하다. 제발 지금이라도 여야(與野) 할 것 없이 정신차리고 도토리 같은 희망기업의 탄생을 돕는 데 모든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 김영수 산업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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