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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해운업체는 최근 선주협회에 구조를 요청하는 SOS를 쳤다.모자라는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보유중인 배를 내다팔려는데 도움을 달라는 것이었다.배로 먹고 사는 해운사가 배를 팔게 될 지경에 놓인 것은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물동량은 줄은 반면 선박 공급은 넘치면서 운임이 대폭락한 것이 한 원인이 됐다.
●배로 먹고사는 선박회사에서 배를 처분, 왜?
한 예로 중국 철강업계는 브라질에서 수입해 오던 3억 8000만톤 가량의 철광석 수입을 중단했고 남미의 곡물 운송도 계절 때문에 멈췄다.
이에 따라 하루 기준으로 배를 빌리는 용선료가 지난 5월 28만불(철광석 운반용 17만톤급 벌크선 기준)이었던 것이 지금은 5000불로 1/56 수준으로 대폭락했다.이 때문에 선주협회는 19일 부랴부랴 NH투자 증권과 업무협약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두 기관이 자산관리회사를 설립해 해운회사가 보유한 선박을 매입해 주되 환매조건부로 매입해 주기 위한 것.이는 10년전 외환위기 당시 부채비율을 줄이기 위해 수 십 척의 배를 헐값으로 처분해 막대한 손실을 봤던 경험이 학습효과로 작용했다.
최근 은행들이 해운업체들에게 빌려준 대출금을 조기에 회수하려고 한 것도 해운업계를 어렵게 하고 있다.선주협회 양홍근 부장은 “해운업이 자본재 사업이다 보니 현재의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건설업계가 겪고 있는 부실과는 다르다.”며 선을 그은 뒤 “너무 위기만을 강조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70개가량의 선박회사가 영업중인데 1차적으로 5~6개 회사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 조선업체 불신감→선수금 환급 보증 꺼려
해운업계의 침체는 조선업의 불황과 맞닿아 있다.선박 물동량의 감소는 선박 발주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조선업체의 수지악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조선 발주 물량의 40%를 소화하고 있는 한국 조선업계의 9월 수주량은 월간 평균 수주량의 10%밖에 되지 않았다.여기에 선박건조의 원자재인 후판 가격이 급등한 것도 조선사를 어렵게 하고 있다.
그렇다고 금융권으로부터 추가 자금을 확보하기도 힘든 상태다.특히 조선업의 경우 많은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대출금 또한 큰 상태여서 은행권의 상환 압박도 커지고 있다.은행권은 조선업계를 믿지 못해 조선사가 발주업체로부터 받게 될 선수금의 환급 보증(RG)을 꺼리고 있다.
이렇게 되면 조선사는 선수금을 받지 못해 사실상 선박 건조를 할 수 없게 된다.심각한 것은 중소 조선업체들이다.조선업 호황으로 최근 1~2년 사이에만 20여개 업체가 신규로 설립됐는데 일부 업체들은 도크도 갖추지 않은 채 무차별적으로 선박을 수주해 왔다.
그러다 자금 회전이 안 돼 생산에 차질이 생기게 되면서 위약금 지급은 물론 주문 취소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해운으로 돈을 벌어 조선업 등의 계열사를 거느린 C&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해운업과 조선업의 도미노 몰락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정부와 금융권은 현재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우리투자증권 송재학 애널리스트는 “조선업과 해운업의 도미노 침몰은 최대 수요기반인 중국 경제 침체의 후유증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를 감안하면 조선과 해운 시황은 당분 약세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철강업계, 수요감소·가격하락·재고…삼중고에 허덕
조선업계의 불황은 다시 철강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3분기까지 영업실적이 양호했던 철강업계는 10월부터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조선(후판), 건설(H형강, 철근), 자동차(강판) 같은 수요산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쌓이는 재고를 줄이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까지 내렸지만 이마저 팔리지 않으면서 매출에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철강업 역시 투자비용이 많은 장치산업이다 보니 유동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철강업계 관계자는 “금융 위기가 실물 경기로 그대로 옮겨가고 있다. 내년까지도 철강 수요는 좀처럼 살아나기 힘들어 보이는 만큼 앞으로 힘겨운 시절이 예상 된다.”고 말했다.
건설과 자동차에 이어 해운, 조선, 철강업이 연쇄적으로 휘청거리면서 국내 산업계에 도미노 부도의 서막이 오르고 있다.
노컷뉴스(www.nocu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