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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가을엔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 - 용혜원

鶴山 徐 仁 2008. 10. 6. 19:05


        가을엔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 - 용혜원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
        이 가을이 떠나버리기 전에
        내가 먼저 떠나고 싶습니다

        삶이 빈 껍질처럼 느껴져
        쓸쓸해진 고독에서 벗어나
        그대를 사랑하고 싶습니다

        그리움으로 피멍이 들었던 마음도
        훌훌 벗어던지고
        투명한 하늘빛 아래
        넋 잃은 듯 취하고 싶습니다

        간들거리며 불어오는 바람에
        몸부림치도록 고통스럽던 마음을
        하나도 남김없이 날려 보내고 싶습니다

        늘 비질하듯 쓸려나가는 시간 속에
        피곤도 한구석으로 몰아넣고
        한가롭게 쉬고 싶습니다

        머무르고 싶은 곳
        머무르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랑에 나도 물들고 싶습니다

        내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곱게 물든 낙엽들이
        온몸을 투신하는 이 가을엔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

출처 : 은혜(恩惠)
글쓴이 : 은혜 (恩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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