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에 왕따에 '속앓이 속사정'
"특검도 좋지만…" 경영차질 잇따라 소니 등 日기업들 삼성 왕따 분위기
사업 추진도 못하고 2008년 날릴 판
이광회 기자 santafe@chosun.com / 신동흔 기자 dhshin@chosun.com
- ▲ 삼성 이건희 회장
삼성그룹은 지난 29일 상반기 신입사원을 모집한다는 상반기 공채 공고를 냈다. 하지만 모집기간을 사흘 앞두고 나온 채용공고에 몇 명을 뽑는다는 내용은 없었다. 아직 결정을 못했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투자나 사업계획도 수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력 운용 계획이 나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다가 우수한 인재를 빼앗길까 봐 일단 공고부터 낸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경쟁사를 의식해 따라가기에 급급했다는 '고백'이었다.
삼성이 흔들리고 있다. 특검의 수사 대상은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 핵심 수뇌부까지 밀고 들어왔다. 이건희 회장(사진)의 소환도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경영 차질은 가시화하고 있고, 일본을 중심으로 삼성 '왕따'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경영차질 심각하다' 울상=삼성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이렇게 얘기했다. "이젠 엄살 단계를 넘어섰다. 실제 경영차질 피해가 가시화하고 있다. 특검도 좋지만 경영차질만큼은 최소화해야 한다. 정말 답답하다…." 피해 유형은 다양하다. 우선 CEO 출금(出禁)으로 인한 해외 파트너들과의 협상 차질이다. 이미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 권오현 시스템 LSI 담당 사장 등 주요 경영진들은 출금 조치로 인해 해외 중요 파트너들과의 연초 미팅 일정을 줄줄이 취소했다.
'투자시기를 놓치고 있다'는 우려도 증폭 단계다. 경영진의 의사결정 지연 탓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올해 7조원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구체계획을 세울 수 없어 투자내용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투자시기를 놓칠 경우 경쟁력을 잃을 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LCD 8-2라인의 투자는 이미 차질이 발생한 상태. 삼성은 2조9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지만, 이사회가 연기되는 바람에 구체 투자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SDI도 AM OLED(발광 다이오드) 2기 투자계획을 지난 1월 확정할 예정이었지만 아직 진전이 없다. 회사 관계자는 "경영진 출금 때문에 일본업체와 협상을 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라고 말했다.
인사(人事)가 미뤄지면서 올 한 해를 다 날려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승진 대상인 말년 차장이나 말년 과장급들은 아직 단 한 명도 승진을 못했다. 승진이 늦어지는 데 따른 미지급 임금은 승진 이후 소급해서 주겠다고 회사 측이 약속했지만, 문제는 인사와 함께 이뤄질 조직 개편이 미뤄져 신규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것. 삼성의 한 관계자는 "특검이 장기화되고 신규 인사가 5~6월에나 날 경우, 여름 휴가철을 지나 바로 하반기로 접어드는데 이때는 내년도 신규사업을 구상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삼성에 2008년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대외 신인도 추락… 회복 얼마나 걸릴지 몰라
삼성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옛날 같으면 '삼성'이라는 이름만으로 일사천리로 진행될 일들이 요즘은 안 되는 분위기"라며 "경영 상황과 특검 수사 진행 상황까지 챙기는 파트너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 핵심 제품 분야에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선 기민하게 대응하기 힘들다"며 "특검이 끝나더라도 그동안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는 데는 상당 기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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