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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際.經濟 關係

[특파원 칼럼] 소니는 바보가 아니다

鶴山 徐 仁 2008. 2. 28. 22:13

삼성을 버리고 샤프와 제휴 더 나은 기업 조건 찾아간 것

선우정 도쿄특파원 su@chosun.com

 

26일 일본 소니가 LCD TV산업에서 같은 일본 샤프와의 연합전선을 공식화했다. 차세대 분야에서 삼성이 아닌 샤프와 손잡은 것 자체가 미래엔 삼성과 결별하겠다는 뜻을 사실상 천명한 것이다. 이를 두고 한국에선 늘 그렇듯 '일본 전자업체의 대역습' '소니의 배신' '삼성의 위기'란 다소 감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듯하다. 하지만 나는 소니의 선택을 충분히 이해한다.

소니가 샤프와 함께 합작 공장을 만드는 곳은 오사카(大阪)에 있는 사카이(堺)시라는 곳이다. 우리가 경제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려면 이 지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년 5월 '죽었다가 살아난' 오사카경제권 취재를 위해 사카이시를 방문한 일이 있다. 샤프가 이곳 250㏊의 거대한 땅에 차세대 액정TV 공장을 세운다는 방침을 세운 직후였다. 당시 현장을 보면서 이해하지 못한 회사가 바로 소니였다. '왜 이런 곳을 놔두고 한국을 선택했지?' 이런 의문이 들었다.

처음 놀란 것은 입지였다. 사카이시는 도쿄와 함께 일본 양대 대도시인 오사카권에 속한다. 오사카경제권의 소비 중심지인 오사카시 도심(都心)에서 자동차로 30분, 수출항인 오사카항까지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게다가 액정 화면의 핵심 부품인 유리기판을 생산하는 아사히글라스가 오사카 시내에 공장을 세우고 대량 생산을 시작한 상태였다. 사카이시의 공장 입지와 아사히글라스 공장 거리는 자동차로 10분 정도에 불과했다.

원래 오사카경제권은 수도 도쿄와 함께 30년 동안 국토 균형 발전을 명목으로 '대도시 규제'를 받아온 곳이다. 우리식으론 '수도권 규제'다. 주변 지역이 모두 규제에 묶여 있던 사카이시의 공장 입지도 1990년 신일본제철이 공장을 폐쇄한 뒤 장장 17년 동안 불모지로 남아 있었다. 이런 곳에 공장이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2002년 일본 정부가 대도시권 규제를 폐지한 뒤 주변 제조업 기반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과거 규제 지역의 한복판에 들어선 아사히글라스가 대표적 사례였다.

다음은 정부 지원이었다. 사카이시청 기업유치과에 따르면 당시 최대 5000억엔으로 알려진 투자금액을 기준으로 오사카부(府)와 사카이시가 샤프에 주는 투자 사례금은 150억엔(약 1320억원)에 달했다. 한국의 재산세에 해당하는 고정자산세도 10년 동안 80%를 깎아준다고 했다. 세금 감면으로 샤프가 혜택받는 금액은 200억엔(약 1700억원)으로 추산됐다.

당시 한국 사정과 비교하기 위해 샤프의 경쟁 업체인 LG필립스LCD가 위치한 경기도 파주시 담당 부서를 전화로 취재했었다. LG필립스LCD가 경기도와 파주시로부터 공공시설 조성비로 지원받은 금액은 220억원. 재산세 감면 비율도 5년간 50%로 샤프가 받는 혜택에 턱없이 부족했다. 근로자 임금, 공장 부지 가격 등 어떤 경쟁 분야에서도 파주가 사카이시에 비해 월등히 나은 것이 없었다.

나는 소니의 선택을 충분히 이해한다. 특검이다 뭐다 시끄러운 삼성에 질려서 삼성을 버리려는 것도, 일본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사무라이 연합군에 가세한 것도 아니다. 본질적으로 그렇다. 글로벌기업인 소니는 삼성과 한국보다 더 좋은 경제적 조건을 제시한 샤프와 일본을 선택했을 뿐이다.

소니를 다시 한국에 불러들이는 방법?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아주 명쾌하다. 샤프와 일본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된다. 이걸 못하면 앞으로 한국은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어야 할지 모른다. 삼성이 일본으로 떠나는 것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2/26/200802260159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