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소니의 '이혼선언' 뒤엔 "타도 삼성" 일본의 야심

鶴山 徐 仁 2008. 2. 25. 20:02

소니, 삼성 대신 샤프와 '차세대 LCD' 손잡은 속사정
소니 겉으론 "원가 절감"내세우지만…
삼성에 반감 심한 日 전자업체끼리 뭉쳐
"우리끼리 손잡고 이참에 공격하자" 속셈
당혹스런 삼성 "앞으로 2~3년 뒤가 더 문제"

탁상훈 기자

 

 

삼성전자가 '타도 삼성'을 외치는 일본 전자기업들의 연합 공격에 위기를 맞고 있다.

특검 수사로 삼성그룹의 지휘부가 제 역할을 못하는 틈을 타서 일본 기업들이 삼성전자를 무너뜨리기 위해 연합 공격을 펼치고 있는 형국이다.

24일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마이니치(每日) 등 일본 주요 신문들은
한국의 삼성전자와 LCD(액정화면) 합작회사를 운영하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일본 소니가 차세대(10세대) LCD는 일본 샤프로부터 장기간 구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소니가 내년부터 가동에 들어가는 샤프의 사카이 시(市) 소재 10세대 공장에서 LCD를 사는 것은 물론, 올해 샤프의 가메야마시 공장에서도 LCD를 구입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소니 고위 관계자들은 최근 이 같은 샤프와의 협력 방안을 삼성전자 경영진에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소니는 2003년 공동으로 2조원을 출자, 충청남도 탕정에 합작회사인 'S-LCD'를 설립했다. 이후 S-LCD 생산분의 절반을 일본 소니가, 절반을 삼성전자가 사 가며 4년 넘게 밀월관계를 유지해왔다. S-LCD에는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삼성전자 이재용 전무도 등기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소니가 차세대 LCD시장에서 삼성전자와 결별을 선언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가까운 미래에 나올 차세대 제품에 대해서는 소니가 삼성전자와 공동 생산을 하지 않거나 삼성이 만든 물건 구입비율을 큰 폭으로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소니는 매년 S-LCD로부터 2조~3조원어치의 물량을 구입해갔다.

특히 합작공장은 2003년 당시 삼성
이건희 회장과 소니 이데이 회장 등 두 회사 최고 수뇌부가 사내외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작한 것이란 점에서 삼성전자를 더욱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의 교묘한 공격

일본 신문들은 소니가 일본 샤프로부터 LCD를 구입하기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거래선 다변화를 통해 원가 절감을 노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LCD TV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만큼 여러 메이커와 거래하는 방식으로 원가경쟁력을 높일 필요를 느꼈다는 것이다. 소니는 그동안 대부분의 LCD를 S-LCD로부터 구입해 왔다.

하지만 국내 업계의 시각은 좀 다르다. 최근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이 디지털TV 같은 주요 시장에서 잇달아 세계를 제패한 만큼, 정상을 뺏긴 일본 전자업체의 한국 기업에 대한 시선이 고울 리 없다는 것이다. 소니는 2000년 대 초반까지 자신들이 휩쓸던 전 세계 디지털TV시장 1위 자리를 삼성전자에 내준 뒤 점점 그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데 대해 답답해하고 있다.
대신증권 반종욱 연구원은 "TV 등 주력 사업에서 경쟁업체인 삼성전자에 밀리면서 소니 내부에 삼성전자에 대한 반감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전자업계에 불고 있는 삼성전자와LG전자에 대한 공격 분위기도 여기에 한몫하고 있다. 세계 LCD시장 5위인 샤프는 조(兆) 단위의 투자 계획을 밝히며 이 시장 1~2위를 석권하고 있는 우리 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PDP TV만 고집해온 마쓰시타도 히타치·도시바와 LCD 공장을 신설하는 등 LCD TV사업을 강화 중이다. 이런 와중에 2003년 삼성전자와의 합작으로 일본 재계에서 따돌림을 당해온 소니가 샤프와 손을 잡는 형태로 자연스럽게 '일본 기업 단결'이라는 분위기에 합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소니는 지난해 가을부터 S-LCD사업에서 한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첫 번째 합작(7세대), 두 번째 합작(8-1세대의 1단계 공장)에 이어 진행된 세 번째 합작(8-1세대 2단계 공장) 투자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또 S-LCD에만 의존하는 데서 벗어나 작년부턴 대만 쪽 구입 물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삼성 경영 공백이 사태 불렀나?=삼성전자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LCD 경기가 안 좋은 시절, 안정적인 대량 구매처 역할을 해왔던 소니가 이탈하면 그에 상응하는 파트너를 새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장은 LCD 수요가 많아 걱정이 덜 하지만 2~3년 뒤가 문제"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룹 경영 공백에 따른 후유증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템피스투자자문 민후식 상무는 "소니는 삼성의 최고경영진이 제 역할을 못하는 이 시점에 결정해야 삼성전자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아직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세계적인 전자업체가 일반적으로 특정 업체에만 부품 구매를 의존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소니와 삼성의 전략적 협력관계는 잘 유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2/25/200802250005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