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책을 덮고 눈을 감아본다. 지난날, 젊었다고 해야할 나의 청춘 시절에 내가 한 것들은 무엇들이 있었나. 내가 만나왔던 사람들, 내가 경험해봤던 일들, 그리고 내가 다녀왔던 거리들. 하지만 딱히 이렇다할 기억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일상에 갇혀 어제를 살았고 오늘을 살고 있고 그렇게 또 내일을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절망감이 밀려들 뿐이다.
이제와서 헛살았다고 후회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인도를 혼자 다녀와 보지도 못했고 요트나 열기구를 타고 태평양을 횡단할 생각은 해보지도 못했으며 지구의 끝(북극)에서 또 다른 끝(남극)까지 이어지는 횡단은 엄두도 못냈고 해발 8,848 미터나 되는 초모랑마(티베트어로 에베레스트를 이르는 말)를 오를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것이 나의 젊음이었다.
하지만 일본인 청년 이시가와 나오키는 달랐다. 그는 이미 고등학교 2학년 시절 홀로 다녀온 인도여행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세계를 경험한다는 의미가 아닐까(p30)'라며 인생의 의미를 깨닫고 있었다. '길은 인생이다'라고 했던 미국의 작가 잭 케루악처럼 그도 '청춘 여행'을 통해서 길 위에서 꿈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의 여행들은 순탄치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의 여정은 인생을 경험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어쩌면 살아있음을 실감하기 위해서 떠나는 것만 같다. 그에게 있어 여행이란 모험이란 단어와 동일한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드넓은 북극의 유콘강을 카누로 혼자서 내려가기도 하고 해발 6,194m인 북미 최고봉인 알래스카의 '데나리' 산에도 오른다. 유럽 초고봉인 러시아의 '엘부르스(5,462m)'산과 아프리카 대륙의 가장 높은 곳인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우후루 봉 5,895m)'에 이어 에티오피아 최고봉인 라스다산에도 오른다. 그는 일곱 대륙의 초고봉을 모두 올랐고 마침내 초모랑마(에베레스트)도 정복했다.
그의 모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년에 걸쳐 북극에서 남극으로 횡단하는 POLE TO POLE에도 참여하고 남태평양을 나침반도 없이 그저 네비게이터의 감에만 의지한채 횡단하는 전통항해술에도 도전하며 열기구로 태평양 횡단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의 나이 이제 서른(77년생). 그는 이 모든 경험을 20대에 해온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편안한 생활 속에서 발전할 수 없다. 시련과 고통을 통해서 인간의 정신은 단련되고 또한 어떤 일을 똑똑히 판단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지며 더욱 큰 야망을 품고 그것을 성공시킬 수 있는 것이다"라고 했던 헬렌 켈러의 말처럼 그의 모험은 아직도 계속 진행형이다.
그의 20대와 비교하면 나의 20대는 분명히 초라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바람의 딸 한비야는 30대 중반에 미지의 세계로 떠나면서 '인생의 안정기를 생각해야 할 나이에 왜 이런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인생의 전반부를 돌아보고 후반부의 계획을 잘 세우기 위해서'라고 답했다('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에서). 내 인생의 전반기는 다소 불만스러운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젊다는 것은 도전할 수 있다는 의미와 같다. 그렇다고 젊지않다는 말이 도전할 수 없다는 의미와 같은 것은 결코 아니다. 나이를 먹을 수록 또 다른 세상을 접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줄어간다는 사실은 안타깝지만 세상은 도전하는 자의 것이라는 진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나에게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본다.
청춘여행, 길 위에서 꿈을 찾다
이시가와 나오키 저/양억관 역 | 터치아트 | 2007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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