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아시아 중동圈

[스크랩] * 인도 여행기 - 姜 中 九

鶴山 徐 仁 2007. 2. 24. 18:56
 

* 죠드푸르 역

                                            2  라자스탄주의 주도 죠드푸르


                                                                                                                 姜  中  九

  그래도 우리는 다음 여정을 위해 기차를 타고 죠드푸르로 가야 했다. 허겁지겁 저녁식사를 하고 택시를 잡아타고 델리 역으로 달려가지만 우차와 릭샤, 승용차, 화물차가 함께 가는 길이 혼잡해서 차가 제대로 달릴 수가 없다.

  겨우 도착한 델리 역은 수많은 사람들이 들끓고 있었다. 어두운 밤인데도 사람들이 빈틈없이 앉고 누워있는 모습이 마치 처참한 전투가 휩쓸고 간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하기야 인도 사람들은 판자 집을 가지느니보다 차라리 널따란 기차역에서 생활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혼란 속에서도 우리는 죠드푸르로 가는 기차를 탈 수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인도의 기차는 타는 사람의 이름표를 탑승구 입구에 붙여두어서 그 표를 보고 기차를 타기는 했지만 좌석표를 갖지 않는 사람들이 통로에 진을 치고 앉아 있어서 혼잡했다.

  열차에는 3단의 침대가 설치되어 있고 침대는 접고 펼 수가 있어서 앉아서 쉬거나 자는 데는 큰 불편이 없다. 그러나 꾸역꾸역 밀려드는 승객들이 불안해서 잠을 제대로 이룰 수가 없다.

  인도의 기차는 도둑들이 많아서 좌석아래 짐을 매달아 자물통으로 잠가두는 줄이 있다. 짐을 거기에다 자물통을 채워서 매달아 두어야 도둑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차에는 쇠줄과 자물통을 팔러 다니는 상인들이 있다.

 

  기차는 밤을 새워  먼 길을 달려가는데 지평선 위에서 붉은 아침 해가 솟아오르고 끝없이 펼쳐진 초원에는 인적이라고는 없다.

  “차이!”를 외쳐대며 오가는 어린 행상에게 차를 한잔 사 마신다. 싸늘한 아침에 차이를 한잔 마시고 나니 그래도 훈기가 난다. 컵을 되돌려주려니 차창 밖으로 버리란다. 하기야 찻잔이 초벌구이 질그릇이니 아까울 게 없지만 그래도 위생을 생각해서인지 그릇을 한번 쓰고 버리는 것이 놀랍다.

  델리를 떠난 지 11시간만인 아침 8시에야 기차는 500km를 달려서 죠드푸르 역에 걸음을 멈춘다. 먼지가 자욱한 역 앞의 거리에는 차, 과일, 빵 등을 파는 상인들과 자동차 타이어로 신발을 수선하는 사람이 있어서 해방 후의 우리나라 어느 거리를 보는 것만 같다.

  죠드푸르는 라자스탄주의 행정중심지이지만 그보다는 ‘푸른 도시(Blue city)'라는 애칭으로 더 알려져 있다. 이것은 지배계급인 브라만들이 자신들의 집을 푸른색으로 칠해 다른 계급과 다름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도시는 멀리서 바라보면 시가지가 파랗게 보인다.

  죠드푸르 거리에는 흰 소와 누렁 소, 검은 소, 얼룩소들이 제 세상을 만난 듯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호텔에 여장을 풀고 찾은 죠드푸르 왕궁은 1800년대에 지었다는 붉은 건물이다. 그러나 외부만 붉은 사암일 뿐 내부는 대리석으로 지은 건물이 기둥과 벽과 천장에 조각을 해놓은 것이 한마디로 대단했다.

  이 건물은 지금은 박물관이자 호텔로 사용하고 있어서 거기에는 옛날에 왕실에서 사용하던 금은주전자, 도자기, 거울, 탁자와 의자, 수백 개나 되는 진귀한 시계 등 눈부신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고, 중앙 홀의 대리석 장식들은 너무 찬란하고 황홀해서 눈이 부셨다.

  초록빛 잔디밭이 넓은 정원과 후원을 바라보니 가슴이 후련하다. 거기에 여러 가지 꽃과 나무들을 가꾸어 놓은 것이 희고 붉고 노란 꽃을 피우고 있어서 참으로 아름답다.

  거기서 인도 여인들이 구경을 하고 있기에 함께 사진을 촬영하자고 했더니 기꺼이 응해준다. 인도 여인들은 집에서만 생활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상당히 개방적이었다.

  다음에 찾은 만도스 공원(Mandos Park)은 옛날 왕들의 묘지가 있는 공원이다. 입구에는  원숭이 떼들이 놀고 있고 초록빛 잔디가 깔린 공원에는 꽃과 나무가 비교적 잘 관리되어 있었다.

  공원 안에 고색이 창연한 석조건물들이 늘어섰는데 그것이 바로 옛날 왕들의 묘지인 마라다 탑이란다. 세상에 이렇게 훌륭한 묘지가 있다니, 벽과 기둥과 천장에 온통 섬세한 조각을 한 대리석건물은 보는 이의 눈을 의심하게 했다. 어쩌면 탑처럼 생긴 건물이 비슷한 듯 하면서도 각기 다른 것이 관을 넣어 두었던 자리만 비어있을 뿐 모두 옛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도 홀로선 대리석 3층 건물은 관리동이었던가, 대리석으로 만든 창살문이 유난히 돋보인다. 우리나라라면 국보급이나 되었을 이 유적들이 관리인 하나 없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것이 보는 이를 안타깝게 했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한 것은 이곳은 건조기후 지역이어서 건물의 자연적인 훼손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거기에는 빨갛고 노랗고 하얀 부켄베리아 꽃이 눈부시게 피어있다. 초록빛 잔디밭에 커다란 보리수와 망고나무가 늘어선 공원에는 연못과 분수가 조성되어 있고 아이들은 물놀이를 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를 보자 달려와서 “원 달러 기브 미”를 외쳐댄다. 그러자 낡은 군복의 할아버지가 고함을 지르면서 아이들을 쫓는다. 군복을 입은 것을 보니 노병인가, 인도국민의 자존심을 지키라고 꾸짖는 모양이다.


* 만도스 공원-옛날 왕과 귀족들의 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