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의 현악 4중주는 그의 명성에 비해서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현악 4중주 2번은 고혈압환자들에게 도움을주는 음악으로 많이 사용된다는군요. 고혈압으로 고생하시는분께 이곡을 추천합니다.
8년의 장고 끝에 완성한 브람스 현악 4중주곡들
요하네스 브람스. 고전주의 형식을 견지했던 낭만파의 거장. 그의 작품세계에서 실내악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당시 유명 작곡가들이 다른 장르에 매달려 있을 때 브람스는 실내악에 천착했고, 7곡의 소나타, 3중주, 4중주, 5중주, 6중주 등 17곡의 실내악 작품들을 하나같이 걸작으로 탄생시킨 것이다.
실내악에서도 완벽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보인 브람스는 스스로 실패작이라고 생각되는 모든 습작들과 초고들을 없앰으로써, 수련기 작품들의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현악 4중주곡도 모두 23곡의 작품을 썼지만, 20곡을 파기하고 3곡만 남겼을 정도로 창작에 신중을 기했다.
1865년 이후 8년 동안 브람스는 한 곡의 실내악 작품도 완성을 보지 못했다. 그만큼 브람스는 현악 4중주의 완성을 위해 힘겨운 산고를 겪었다. 무려 20곡이나 파기한 끝에 드디어 1873년에 2곡의 현악 4중주 작품 51을 세상에 내놓았다. 작품 51의 힘들었던 구성에 대해 브람스는 친구에게 이렇게 쓰고 있다.
"작곡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불필요한 음들을 없애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웠네."
그 어려움은 브람스가 현악4중주의 필요한 요건들에 대해 느끼는 의식과 깊게 연관이 있는데, 그러한 의식은 작품 51의 두 곡에서 진정한 형식의 절약, 집중의 집요한 탐구로 나타나고 있다. Op.51-1은 c단조, Op.51-2는 a단조로, 두 작품은 대립적인 특성을 보여준다. Op.51-1은 c단조의 조성과 연결되는 음울하고 극적인 긴장감이 있으며, 피날레에서 나타나는 순환적 성향은 엄격한 표현적 집중, 철저한 논리적 성격을 갖고 있다.
반면 Op.51-2는 테마적 개념들의 풍성함, 대위법적인 작곡의 풍부함 속에서 비교적 느슨한 양상을 보인다. 1악장은 비애감, 애가, 엄청난 동요 사이에서 방황하는, 무어라 정의할 수 없는 표현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즉 브람스의 '자유로우면서도 유쾌한' 모토와 요하임의 '자유로우면서도 유일한' 모토의 조합을 포함하는 모토에서 실마리를 이끌어 낸다. 반면 피날레에서는 빈의 사랑스러운 랜틀러(느린 왈츠)와 '헝가리적 테마'를 나란히 놓음으로써 대중성을 강조하고 있다. 1번은 베토벤의 영향을, 2번은 바흐의 정신을 이어받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브람스의 마지막 현악4중주곡인 제3번 내림B장조 Op.67은 최대한 단순한 작곡을 그 특징으로 한다. 1876년 봄부터 여름에 걸쳐 브람스는 하이델브르크 부근에서 휴양을 하면서 이 곡을 작곡한 것으로 전한다. 그곳에서 브람스는 많은 친구들을 만나며 유쾌한 날들을 보냈다. 그 같은 생활이 반영된 듯, 작품에서도 전원적이며 목가적인 정서가 풍기며, 밝은 기운이 드러난다. 브람스 연구가들은 이 작품을 베토벤의 현악4중주 Op.135와 비유하곤 하는데, 유연하면서도 섬세하고, 그러면서도 신비로운 심오함이 그런 요소들이다.
이 3곡의 현악4중주곡은 브람스의 작품 세계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브람스가 청년기에 보여준 작품들의 팽창성에서 벗어나 보다 엄격한 작곡서법에 의한 성숙의 단계로 접어드는 길목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출처: 백성현 / 음원출처: http://mediafile.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