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노을/유달산

鶴山 徐 仁 2006. 7. 11. 09:15
    김지하의 신작 시 두 편/노을/유달산


    노을

    여인이
    다가올 때

    가슴에 합장
    절하여 모시면


    가을날 같이
    소슬합니다
    난 이제 그리 삽니다

    술도
    담배마저도 끊어
    모십니다

    미움도 원망도 야망까지도
    모심으로 모심으로
    살풋
    저뭅니다.

    노을처럼
    평안한 뜨락

    저무는 노을처럼
    그래

    그리 여위어 갑니다.

    ...................................................
     

    유달산

    생명을
    위한답시고

    생명에 달라붙으면
    안돼

    생명은
    거리를 둔 사랑

    거리를 둔
    지극함

    생명은 서로
    서로 엇가는 것
    엇걸이.

    한 옛날에
    꿰어진 고무신 짝
    영산강에 던지고

    맨발로
    울며

    땅거미 속을 돌아온
    그날에 화안한 빛 속에

    나는 알았다

    생명은 저만치 우뚝 선
    유달산 노적봉
    시커먼 바위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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