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ver On Sunday 일요일은
참으세요
“일요일은 참으라니 도대체 뭘 참으라는 건가?” 우선 이 영화는 제목에서부터 이렇게 가벼운
(성적)호기심을 유발한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에서 1960년대 내내, “Connie Francis"의 노래(아래 음악+가사)로 크게
유행을 하였던 이 영화의 주제곡, 영어 가사는 더욱 더 흥미진진하였는데,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언제든지 키스를 할 수 있지만, 일요일은 절대 절대 안돼요....“ 라고 시작하는 그 가사가 상당히
특이하였다.
비록 못 배운 매춘부일지라도 제대로 교육만 받는다면 구원받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피그말리온(Pygmalion)의 효과”를
굳게 믿는 엘리트 미국인 여행객, “호머”(Homer/Jules Dassin,
1911,미국)는 그리스, “피레우스“(피레아) 항구에 도착해서 만난 특이한 매춘부, “일리야”(Ilya/Melina Mercouri, 1920-1994)를 어떻게든 변화시켜 구원해
보려한다. 동네에서 인기가 만점인 “일리야”는 참으로 파격적인 여성이다. 그녀는 남들과 같이 남자가 원하면 (돈 때문에)응할 수밖에
없는 수동적인 매춘부가 아니라, 자기가 마음에 드는 손님만 상대를 할뿐 아니라, 또 일요일엔 무조건 영업을 하지 않고 대신 지인들과
파티를 연다. 그래서 바로 영어제목이“Never On Sunday“인 것이다. 그녀의 유일한
취미는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가서 보아야만 하는 “아크로폴리스”(Acropolis)에서 열리는 그리스 고전극인데, 이런
양면성이 그녀를 옆에서 지켜보는 이방인 “호머”의 호기심을 무지하게 자극하고 있다.
태양빛이 환한 낮이든 그리고 어느 곳이든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만 좋으면 볼일을 보던 “일리야”의 방에 드디어 피아노가
들어오고 잡지책들 대신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 “세익스피어“ 전집들이 놓인다. 또 벽에도 남자들 사진대신 “피카소“의
그림이 걸리면서 2주 동안 영업을 중단한 채 “호머”가 제안한 인성교육에 돌입한다. 그리고 2주 후, 육체적인 본능 말고도 인생에는
깨달아야 할 많은 것들이 있음을 느낀 그녀는 드디어 매춘 폐업을 선언한다. 그러나 이 모든 일들이 매춘부들을 상대로 떼돈을 버는
부동산 임대업자, “얼굴 없는 사나이“의 배후 조정 에 의한 음모로 오해를 한 그녀는 결국 한 순간에 예전의 “일리야“로 다시
돌아가고, 기둥서방같이 오랫동안 그녀의 육체만 탐닉하던 부두 노동자 “토니오” (아래사진, Tonio/George Foundas,
1924, 그리스)를 “호머“대신 택하게 한다.
목로주점격인 선술집, “타베르나”에서 두 사람이 치고받고 하며 싸우는 장면이 (상징적으로) 두 번씩이나 나오지만, 배운 것도 없고
생각은 짧지만 육체적으로는 쓸 만한 “토니오”. 육체적으로는 시원치 않지만 생각이 깊은 엘리트 “호머”. 당신이 “일리야“라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바로 블랙 코미디 같은 이 작품이 우리들에게 주는 쉽지 않은 숙제인데 그러나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악보가
먼저일까? 음악(연주)이 먼저일까? “타베르나”에서 그리스 민속 악기를 연주를 하는 “타키“에게 ”호머”는 악보를 볼 줄 안다면
더욱 훌륭한 연주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논리적으로)말하는데, 여기에 “일리야“가 반론을 제기한다. 새가 악보를 볼 줄 알아서 노래를 잘
하는가? 연주부터 잘 해야만 나중에 악보로도 남길 수 있지 않겠는가? 결국 이 논리와 비논리의 논쟁에서 “호머“는 지고 만다.
그리고 깨닫는다. 그리스에서는 그리스 식으로......... 이게 바로 위의 숙제의 정답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식해 보이는
이들을 논리적으로(미국식으로)가르치려했던 “호머”도 결국 자신이 옳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들과 어울리며 전통적인 그리스
식(컵 까지 깨는)으로 함께 민속주인 “우조”를 마시고 춤까지 같이 추게 된다.
“창가에 서서 키스를 보내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항구에는 새가
날아다니고, 하나, 둘, 셋, 네 마리........나도 아들이 있었으면 좋겠네, 한 명, 두 명, 세 명, 네 명.........그
애들이 모두 장성하면 “피레우스“(피레아)의 자랑이 되겠지. 전 세계를 다 다녀 봐도 이런 항구는 찾아볼 수가 없네. 마법 같은
일들이 가득한 내 고향 “피레우스“(피레아). 땅거미가 지면 항구에선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젊은이들의 노랫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피레우스“(피레아)를 가득 채운다네...” 바로 이게 이 영화, 주제곡, “Never On Sunday"의 그리스어
원래가사이다.
“Lute"악기의 일종으로 고대 시절서부터 내려왔다는 6줄의 현악기, (“만돌린”과 매우 비슷하게 생김) “부주키“만으로 연주한
이곡도 여러 장면에서 몇 번 더 나오지만(아래 음악) 이 영화의 음악을 담당한 그리스 음악계의 거장, “Manos
Hadjidakis“(1925-1994, 그리스)와 단짝 친구이었던 “Mikis Theodorakis"(1925, 그리스)가 이
악기의 연주음악을 1964년 작인 “Zorba, The Greek"에서 다시 사용을 하여 전 세계적으로 더욱 더 유명해지게 된다. 이
두 사람 모두, 오늘날, 그리스 현대음악의 최고의 작곡가로 손꼽히고 있는데, 특히, “Hadjidakis“는 5년간 미국에서 활동을 한
적도 있지만, “Theodorakis"보다는 좀 더 팝 적인 음악들을 만들었다고 평을 받고 있고 또 바로 이 주제곡으로 생애 한번뿐인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 영화의 브로드웨이 버전인 “내 사랑, 일리야”(Ilya, My Darling) 의
음악연출도 다시 맡아 1968년도의 토니상의 후보가 된 적도 있었다. 어쨌든 1960년대부터 그리스뿐만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그리스 음악을
널리 알린 이들의 노력은 오늘날에도 “George Moustaki"나 "Vangelis"등에 의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작품은 (알고 보면) 각본+감독에다 주인공, “호머”역으로 출연까지 한 “Jules Dassin“의 참으로 희한한 인생 유전의
전환점(또는 이정표) 같은 영화이다. 1950년대부터 헐리우드에도 강풍으로 몰아닥친 “매카시”선풍은 이 “Dassin“을
공산주의자로 지목받게 하고 (1952년, ”Edward Dmytryk" 감독에 의해) 망명 아닌 망명 생활을 프랑스에서 시작하게
된다. 1954년부터 프랑스에서 다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그는 1958년의 작품, “Where The Hot Wind
Blows"에서, 8년 후에야(1966년) 결혼식을 갖게 되는 그리스출신의 여배우 부인(후에 정치가로 변신함) “Melina
Mercouri“를 만나게 되고, 둘은 없는 형편에 같이 힘을 합쳐, “Mercouri“의 조국을 배경으로 하고 (돈이 안 들게)
둘이 같이 출연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저예산 영화를 기획하게 된다. 이들의 “Phaedra"도 마찬가지이지만 이 영화의 시나리오 역시,
“Mercouri“가 추천한 그리스 신화, ”피그말리온의 신화“에다가 그 줄거리의 바탕을 두고 있는데, “Dassin“이 기막히게
잘 현대화를 한 셈이다. (1964년의 “My Fair Lady" 역시 결국 같은 내용이다.)
1960년도에 유럽을 시작으로, UA를 통해 미국에서도 상영이 되면서, “칸느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비롯하여 제33회 아카데미상의
주제가상을 받는 등 (세 부문 후보작) 이 영화로 폭발적인 대성공을 거둔 이 커플은 이어서 1962년에도 “Phaedra"로 또
다시 한번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으니, 쓸쓸히 떠났던 고국, 미국에서 보다 “Dassin“으로서는 오히려 훨씬 대단한 인생역전을
이룬 셈이다. 더군다나 부인인 “Melina Mercouri“ 역시 군부 쿠테타로 복잡하던 조국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하여 1981년부터
문화 과학부 장관 까지 (꽤 오랫동안)지냈으니 이 얼마나 (서로에게 큰 힘이 된)잘 만난 커플인가? (아래 부부의
사진) 그래서 이런 인생유전을 생각하면서 우리들도 살아가면서 뭐가 좀 잘 않 풀릴 때 오히려 그때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다시 들기도 한다.
*다음은 OST 수록곡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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