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精神修養 마당

名文 시리즈 / 李箱의 山村餘情(3)

鶴山 徐 仁 2006. 1. 14. 10:43
옥수수밭은 일대 觀兵式(관병식)입니다. 바람이 불면 甲胄(갑주) 부딪치는 소리가 우수수 납니다.
李箱   
 팔봉산 올라가는 草俓(초경) 입구 모퉁이에 최×× 송덕비와 또 .×××× 아무개의 永世不忘碑(영세불망비)가 항공우편 ‘포스트’처럼 서 있습니다. 듣자니 그들은 다 아직도 생존하여 계시다 합니다. 우습지 않습니까.
 
 교회가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에루살렘’ 성역을 수만 리 떨어져 있는 이 마을의 농민들까지도 사랑하는 신 앞에서 회개하고 싶었습니다. 발길이 찬송가 소리 나는 곳으로 갑니다. ‘포푸라’ 나무 밑에 ‘염소’ 한 마리를 매어 놓았습니다. 구식으로 수염이 났습니다. 나는 그 앞에 가서 그 총명한 瞳孔(동공)을 들여다봅니다. ‘세루로이드’로 만든 정교한 구슬을 ‘오브라-드’로 싼 것 같이 맑고 투명하고 깨끗하고 아름답습니다. 桃色(도색) 눈자위가 움직이면서 내 三停(삼정)과 五岳(오악)이 고르지 못한 貧相(빈상)을 업수여기는 중입니다.
 옥수수밭은 일대 觀兵式(관병식)입니다. 바람이 불면 甲胄(갑주) 부딪치는 소리가 우수수 납니다. ‘카-마인’ 빛 꼭구마가 뒤로 휘면서 너울거립니다. 팔봉산에서 총소리가 들렸습니다. 장엄한 예포소리가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내 곁에서 小鳥(소조)의 간을 떨어뜨린 공기총 소리였습니다. 그리면 옥수수밭에서 백, 황, 흑, 회, 또 백, 가지각색의 개가 퍽 여러 마리 열을 지어서 걸어 나옵니다. ‘센슈알’ 한 계절의 흥분이 이 ‘코삭크’ 觀兵式을 한층 더 화려하게 합니다.
 산삼이 풀어져 흐르는 시내 징검다리 위에는 白菜(백채) 씻은 자취가 있습니다. 풋김치의 청신한 미각이 안약 ‘스마일’을 연상시킵니다. 나는 그 화성암으로 반들반들한 징검다리 위에 삐뚤어진 N자로 쪼그리고 앉았노라면 시야에 물동이를 이고 주저하는 두 젊은 새악시가 있습니다. 나는 미안해서 일어나기는 났으면서도 일부러 마주 보면서 그리로 걸어갑니다. 스칩니다. ‘하도롱’빛 피부에서 푸성귀 내음새가 납니다. ‘코코아’빛 입술은 머루와 다래로 젖었습니다. 나를 아니 보는 동공에는 정제된 창공이 ‘간쓰메’가 되어 있습니다.
 M백화점 ‘미소노’ 화장품 ‘스위-트 껄’이 신은 양말은 이 새악시들의 피부색과 똑같은 소맥빛이었습니다. 빼뜨름히 붙인 초유선형 모자 고양이 배에 ‘화-스너’를 장치한 갑붓한 ‘핸드빽’-이렇게 도회의 참신하다는 여성들을 연상하여 봅니다. 그리고 새벽 ‘아스팔트’를 구르는 창백한 공장소녀들의 회충과 같은 손가락을 연상하여 봅니다. 그 온갖 계급의 도회여인들 연약한 피부 위에는 그네들의 貧富(빈부)를 묻지 않고 온갖 육중한 지문을 느끼지 않습니까?
[ 2006-01-14, 0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