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인다는 것은 익숙해지는 일이예요.
길들여진다는 것은 정이 드는 것이예요.
길들여진다는 것은 서로가 관계망 속에 있다는 것이예요.
그러나 길들여지고 나면 우리는 객관성을 잃게 돼요.
합리화되고 익숙해지는 것이지요.
사랑은 길들여지는 것이지요.
남들이 뭐라든 길들여지고 나면
그 상대가 제일인 것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그래요, 서로의 거리가 아주 좁아진 거예요.
육체적인 거리도 그렇고 마음의 거리도 그렇고요.
그래서 서로 가까이 다가가도 경계하지 않게 되는 거고요.
서로가 길들여지고 나면 무척이나 가까워지고
그러면 그럴 수록 함께 있고 싶은 마음,
그것이 사랑일 거예요. 그러고 나면 신나고 기뻐지는 거예요.
“내 생활은 권태로워. 나는 닭을 쫓고, 사람들은 나를 쫓지,
그리고 닭은 모두 같은 종류고,
사람들도 모두 그게 그거고, 그래서 난 좀 지겨워.
그러나 네가 날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햇빛을 받은 것처럼 밝아질 거야.
다른 발자국 소리와는 다르게 들릴 너의 발자국 소리를 나는 알게 될 거야.
다른 발자국 소리가 나면 나는 땅 속으로 숨겠지만,
네 발자국 소리는 음악소리처럼 나를 굴 밖으로 불러낼 거야.
그리고 저길 봐. 밀밭이 보이지?
나는 빵을 먹지 않아. 밀은 나한테 쓸모가 없어.
밀밭을 보아도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아!
그래서 슬퍼! 그러나 네 머리칼은 금빛이 아니니.
그러니 네가 날 길들인다면 정말 신날 거야! 밀도 금빛이야.
그래서 밀밭을 스치는 바람소리까지 사랑하게 될 거구……”
길들여진다는 건 평범했던 상황이 특수한 상황으로 바뀌는 거예요.
일반적인 일들이 특별한 의미로 바뀌는 거예요.
그래요, 그는, 그 사람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되는 거예요.
그 사람은 아름다워요, 멋있어요.
그의 목소리는 황홀해요.
그의 걸음걸이, 한 모습 한 모습
모두 나에게는 좋고 아름답고 의미있게 되는 거에요.
그래요, 나는 그를 사랑하고 있는 거예요.
사랑, 그래요. 그만큼 나는 그에게 익숙해져 있다는 거에요.
그래요, 나는 그의 모든 것을,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되는 거예요.
그 순간부터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바로 그 사람과 나를 위해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 최복현 /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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