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 왕실휴양지로 유명한 시밀란군도, 그 중에서도 해변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8번섬 앞바다입니다. 얼음처럼 투명하면서도 눈이 시릴만큼 푸르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아이스블루'라고 부른답니다. | |
1년의 절반만 하얀 속살을 보여주는 시밀란 군도의 산호해변에선 열대어와 바다거북들이 줄지어 헤엄친다. 그리고 이제 막 개발을 시작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카오락.
이 겨울, 따뜻한 동남아 여행을 꿈꾸는 당신. 열대의 풍광을 즐길 틈도 없이, 승합차에 실려 라텍스며 가오리지갑 매장으로 떠밀려 다니다 지쳐버릴까 걱정되는지. 한 번에 몇만원씩 지불해야 하는 바나나보트며 시워크(seawalk)같은 ‘옵션’에 찌들려 기분까지 망쳐버릴까 주저하고 있는지.
여행은 탈출이다. 누구에게나 그렇다. 동남아 얘기만 나오면 이런 저런 악소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당신에게, 태국 남부 푸케트 북쪽의 잘 알려지지 않은 휴양지 카오락과 시밀란 군도를 ‘강추’한다. 1년의 절반만 하얀 속살을 공개하는 시밀란 군도의 산호 해변과 다이빙 포인트, 이제 막 개발이 시작된 카오락의 리조트와 야생의 처녀림이 지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시밀란 군도(群島)
카오락의 타플라무 선착장에서 스피드보트를 타고 1시간반 정도 달린다. 청록색의 빽빽한 열대림을 머리에 얹은 섬들이 바다 위에 점점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이 바로 시밀란 군도다. 시밀란의 바다는 유수의 스킨스쿠버 잡지들이 세계 10대 다이빙포인트 중 하나로 선정할 만큼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9개 섬 중 가장 북쪽에 있는 반구(Bangu) 앞바다에 뛰어들 준비를 해본다. 반구섬의 ‘크리스마스 포인트’는 이름만큼 아름답다. 200여종 기기묘묘한 산호초 위로 줄지어 헤엄치는 어른 팔뚝 크기의 열대어들이 손에 닿을 듯하다. 수영을 못하는 사람도 걱정하지 말 것. 타고난 맥주병인 기자도 구명조끼의 힘을 빌려 어설프게 발장구를 치며 30초 만에 스노클링을 ‘마스터’했다. 보트가 8번섬 시밀란으로 들어갈 땐 놀란 입을 다물기 힘들다. 300여m 이어진 상앗빛 해변은 모래가 아니라 긴 세월 조금씩 쌓여온 고운 산호가루다. 해변 오른쪽 언덕에는 요트의 돛을 닮았다고 해서 ‘세일 록(Sail Rock)’ 혹은 오리의 앞모습을 닮았다고 ‘도널드 덕’으로도 불리는 커다란 바위가 버티고 있다. 맨발로 15분쯤 바위 언덕을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이스 블루(Ice Blue)’의 바다색에 눈이 시리다.
7번섬 파유(Payu)의 다이빙 포인트 ‘에덴의 동쪽(East of Eden)’도 압권. 영지버섯 모양 산호초 사이로 다큐멘터리 채널에서나 보던 바다거북이 유유히 물살을 가른다. 배 위에서 보는 것과 바닷속을 직접 들여다보는 것은 다르니 꼭 스노클링을 해볼 것. 4번섬 미앙(Miang)은 태국 왕실의 별장과 시밀란 국립공원 관리사무소가 있는 곳. 해변의 길이는 시밀란 섬보다 조금 길고, 방갈로 형태의 숙박시설과 텐트장, 가벼운 식사가 가능한 식당도 있다.
▲ 카오락의 해변 4곳 중 제일 길고 모래도 가장 고운 방삭(Bangsak) 해변의 노을 | |
■카오락
약점은 곱씹어보면 최대의 강점이 되기도 한다. 푸케트 공항에서 차량으로 1시간여 떨어진 카오락의 최대 매력은 아직 개발이 덜 진행됐다는 것. 1980년대 초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지만 북유럽 배낭족들이 처음 발을 디딘 것이 겨우 4~5년 전이다. 방삭·낭통 등 20여㎞의 고운 모래 해변을 따라 100여개의 크고 작은 리조트들이 들어선 지는 불과 1~2년이다.
카오락 타운에는 태국 마사지나 쇼핑센터가 없는 대신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전통 식당과 기념품점 20여곳이 드문드문 들어서 있다. 이달 중순 그랜드오픈한 오성급 ‘르 메리디안 리조트’를 비롯, ‘소피텔 매직 라군’, ‘라 플로라’ 등의 신뢰할 만한 숙박시설이 많이 있다. ‘르 메리디안 리조트’는 20개의 독립 빌라와 230여개의 ‘딜럭스 룸’을 갖고 있는데 로비나 리조트 메인 풀이 모두 바다를 향해 트여 있다. 해변에 준비된 선탠 의자에 기대 앉아 바라보면 쪽빛 바다 위 붉은 돛을 단 요트가 엽서 속 그림 같다.
그래도 이국 흥취가 모자란다면 계곡을 쉬엄쉬엄 흘러가는 ‘대나무 래프팅’에 참가해 보자. 대나무 배는 사람이 타면 물속으로 30㎝쯤 잠긴다. 위로는 뜨거운 태양, 아래는 차가운 물. 기묘할 만큼 쾌적한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다만 가다가 바위 위에 배가 얹히면 현지인 사공과 함께 내려서 밀어야 하니 명심할 것.
‘코끼리 트레킹’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워~ 워~.” 재촉하는 현지인 ‘드라이버’의 길 안내에 따라 코끼리 등 위에 타고 산 속을 50여분간 터벅터벅 유람할 수 있다.
●항공편 인천공항~방콕 5시간30분, 방콕~푸케트 1시간10분. 푸케트 직항은 6시간30분. 푸케트 공항에서 카오락 국립공원까지 차로 약 50분. 시차는 2시간. 한국이 낮 12시라면 태국은 오전 10시다. 1바트는 한화 30원 정도.
●카오락 대중교통이 불편한 데다 태국의 도로는 한국 운전자에게도 위험천만이라 렌터카도 어렵겠다. 숙박시설에 리무진 등 공항 교통편을 미리 확인해두자. 가야여행사(www.kayatour.co.kr, 02-536-4200)는 ‘방콕 1박+카오락 르 메리디안 리조트(66-(0)76-427-500) 2박’에 대나무 래프팅 등 포함 3박5일 가족 상품을 99만5000원(어린이 74만9000원)에, ‘방콕 1박+카오락2박’ 또는 ‘카오락 3박’ 허니문 상품을 146만9000원(노팁)에 판매하고 있다.
●시밀란 시밀란(Similan)은 ‘9’를 뜻하는 말레이어에서 온 말. 20여년 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지만 ‘왕실 휴양지’인 데다, 태국 관광의 최대 성수기인 11~4월 건기를 제외하면 높은 파도와 ‘환경 보호’ 차원의 통제 때문에 접근 자체가 어렵다. 가장 빠른길은 카오락 타플라무 부두에서 스피드보트를 타고 가는 것. 1시간30분(약 60㎞) 정도 걸리며 하루 투어피는 2000바트 안팎이다. 푸케트의 파통 베이 등에서 출발하는 정기선편(2시간40분 이상 소요)도 있지만 스노클링 포인트는 들르기 어렵다.
●팁 태국에선 아이가 귀엽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선 절대 안 된다. 머리 쪽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기 때문에 큰 결례라고. 발로 사람이나 사물을 가리키는 것도 금물. 식당 화장실 등에서 휴지가 없어도 당황하지 말 것. 물이 많은 나라답게 비데가 일반화돼 있다.
(카오락·시밀란(태국)=글·사진 이태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