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사진과 映像房

[스크랩] 단풍과 하얀눈이 조화를 이룬 설악산

鶴山 徐 仁 2005. 11. 1. 08:35

환상의 설악

 

설악을 가고 싶다고 몇해를 벼뤘다.

워낙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우리에게는 부담스런 곳이라 생각 했다.

 

그런데 얼마전 친구가 봉정암을 가자고 제안을 해 왔다.

어느 단체에서 가는데 합류하자는.

물론 나와는 상황이 맞지않아 거절할 수 밖에.

 

그때부터 설악을 꿈꾸던 마음속에 기름을 부은 듯 했다.

마침 놀토(매월4째주 토요일은 아이들 가정학습의 날)가 다가왔고

남편의 동의를 얻어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등반을 계획하고 준비했다.

가까운 이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것에 대해 많은 염려를 했지만

설악을 향한 열망을 꺾지는 못했다.

 

일기예보는

금요일 오전에만 비가 온다고 했는데

밤 늦도록 비가 오락가락 

많이 망설였지만 우리의 운을 믿고

드디어 밤 12시30분 설악을 향해 출발!

 

산행기점을 백담사로 잡고 용대 주차장에 도착,

잠시 휴식과 간식을 한  후 매표소로 올라가려는 우리에게 다가온

어느 단체팀의 리더가

"지금 설악에 대설 주의보가 내려 갈 수 없답니다.

언제 해제 될지 모르는 상황이래요."

산에 오를 수 없다는 말에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러댔지만

몇 해를 기다리고 몇날 며칠을 준비한 내게는.....

 

문득 오래 전 두타산에서 야영 할 때

어느 등산객의 장난으로 한밤 중에 텐트를 이동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확인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냥 물러 가기는 너무나 아쉬워서 백담사 만이라도 보고 싶었다.

 

산행 준비를 하고

백담매표소 사무실로 올라갔더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상황을 지키며 공단 지원들과 이야기 중이었다.

일부는 다른 산으로 산행지를 바꿔 출발하고

백담 구경이라도 하고자 원하는 우리는 백담사로 가는 팀의 차에 실려졌다.

 

새벽4시쯤 우리는 백담사에 내려졌고

우리를 태워 준 이들은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적막하기만한  백담사의 어둠 속에서

우리는 갑자기 방향을 잃었고

겨우 찾아간 법당엔 기도객 몇명만이 있을 뿐이었다.

참 많이 막막했다.

말이 절 구경이지 그 추운  어둠 속에서 몇시간을 어떻게 보낸단 말인가.

 

좀 따뜻한 곳을 찾아 헤메다가

너무 추워서 절 주변을 걷던 중 

산행들머리에서 공단 직원과 논쟁을 하는 사람을 보았다.

산의 거절을 당한 그 분도 아쉬움이 많은 듯 했다.

어찌어찌 시간은 흘렀고

5시가 조금 넘자 드디어 대설 주의보 해제로 입산이 가능해졌다.

 

헤드랜턴을 가진 아이들은 장난감을 가진 듯 즐거워 했고

여명 속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설악의 얼굴은

우리의 고생을 다 보상 해 주는 듯 했다.

 

어느 재료로 그린들 그렇게 아름다운 색상과 모양을 나타낼 수 있을까.

그래서 사람들은 단풍놀이를 다니나보다.

형형색색의 단풍과 맑고 풍부한 계곡물

우리는 환호성을 질렀다.

 

영시암 지나 예쁜 낙엽 위에서 떨며 아침을 먹고

수렴동 대피소에 도착하니

대피소 안주인 눈이 많이 와서 미끄럽다며 걱정을 많이 해 준다.

절대 무리하지 말라는 당부도 잊지 않고 한다.

 

한발 한발 지날 수록 얼었는지 길이 미끄러워진다.

만수담을 지날 무렵 우리는 환호성을 질렀다.

 

달과 눈 쌓인 산과 화려한 단풍!

환상 그자체였다.

 

오를수록 겨울 속으로 들어 가는 듯 했다.

 

하나 둘 봉정암으로부터 내려 오는 이들을 만났고

하나 같이 엉금엉금 기다시피 내려오며

오르는 우리들의 안전을 걱정해 줬다.

                                                         쌍폭 중 오른쪽

 

쌍폭을 지나면서는 하산길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고

드디어는 하산을 심각히 고려했지만

한 낮을 지나면 눈이 녹아 안전한 것이라는 남편의 말에 따라 계속 진행.

 

숨이 깔딱 거려야 오를 수 있다는 깔딱고개를 넘어

드디어 봉정암에 도착!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우리에게 다가 온 스님 왈,

"복 받으셨나 봐요. 경치가 가장 아름다울 때 오셨네요."

 

법당에선 마지를 올리는 독경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간단히 예를 갖추고 나니 아들녀석 배고프다고 난리다.

이것 저것 꺼내 놓고 거의 다 먹었을때

"여기 계신 모든 손님 여러분 ! 간단히 점심 준비를 해 놓았으니

모두들 맛있게 드시기 바랍니다."

아,맞다.

아까 마지를 올리고 있었지!

오메, 죄송한거.

부처님께 공양도 드리기 전에 먹은 죄로 맛있는 미역국밥과 오이김치도 못 먹었다.

 

 

배가 부르니 여유가 생겨 여기저기 봉정암 구경을 했다.

내가 불자로 봉정암이 그리웠는지

단순한 등산객으로 그곳이 그리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배가 부르니

봉정암에 대한 이것저것이 생각이 났다.

가장 중요한 것!

그곳이 석가모니 부처님의 사리가 모셔진 적멸보궁이라 했던가?

 

사리탑에 올라 간단히 예를 갖추고 나니

온 세상이 아름다움 그자체로 내 눈 앞에 펼쳐졌다.

 

             눈 쌓인 능선 사이에 단풍으로 곱게 물든 골짜기가 조화를 이룸

                

                     멀리 소청산장과 소청봉이 보인다.

                                                    사리탑

 

원래 계획은 대청봉까지 올랐다가

조금 늦더라도 하산하는 것이었다.

물론 여의치 않으면 어디서든 1박을 하고 여유있게 하산하려고 준비는 해 간 상태였다.

그런데 눈이라는 복병을 만나 전의를 상실한 나는 남편을 졸랐다.

아이들에게 밟게 해 주고 싶었던 대청봉은 못 갔지만

단풍과 생각지도 못했던 설경을 실컷 보았으니

대청봉은 여름을 기약하고

안전을 생각해 서둘러 왔던 길로의 하산을 하자고.

 

결국 대청봉이나 오세암에 가진 못했지만

하산길에 새벽 어둠 속에서 놓쳤던 경치들을 감상했다.

산 높고 물 맑고 단풍 곱고...

 

 

백담사 셔틀 주차장엔 버스를 타려는 등산객들의 줄이 끝없이 이어져 있어

아이들을 설득 해 걷기로 했다.

처음엔 그야말로 단풍놀이 였다.

백담계곡의 단풍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얼마쯤 걸었을 때부터

아들은 발목이 아프다며 고통을 호소했고

말은 못했지만 나 역시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예상보다도 더 등산 후에 7km를 걷기는 무리였다.

어둠이 세상을 정복한 한참 뒤에야 차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산속을 헤매다24시간만에 집에 돌아오니

정리할 짐과 빨래가 산더미 같다.

피곤에 지쳐 잠든 남편과 아이들을 보니

안스럽고 사랑스럽다.

정성드려 짐을 정리하고 빨래를 한다.

말할 수 없이 피곤하지만 가슴은 뿌듯하다.


 
출처 : 산을 닮은 삶이 되게 하소서. |글쓴이 : 모모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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