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과 우산
그대여!
그대에겐 그대의 섬이 있고 나에겐 나의 섬이 있습니다.
배를 타고 섬을 떠날 때,
승선한 배에서 바라보는 섬의 모습은 왜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인가?
철썩거리는 파도 따라 갈매기 날며 우짖고,
'뚜우' 울어대는 뱃고동과 함께 떠나는
배 너머 선착장에 서 있는 사람들이 점점 멀어져갈 때,
점점 작아지는 섬의 윤곽은 우리 안에 잠자던 무엇을 흔들어 깨웁니다.
혼자 남은 고도에서 누군가 떠나는 배를 향하여 손이라도 흔들 양이면
우리는 돌아서 울고 싶은 감회에 젖습니다.
저 멀리 아득히 멀어지는 섬,
그것은 결국 잊혀져야 할 그대와 나의 존재가 아닐까?
그 고도의 슬픔이란 고독한 우리 존재의 슬픔이 아닐까?
다음 해에 다시 찾아간다 하여도 재회의 기쁨 속에는
다시 겪게 될 이별의 아픔을 잉태하고 있는 것입니다.
고도, 철썩거리는 파도, 섬에 부는 바람, 울며 나는 갈매기, 석양,
이 모두가 고독의 이미지입니다.
아, 이렇게 우리는 유리된 섬들이 되어 어둠 속에 서 있습니다.
고독이란 단절의 병, 거기엔 인간의 비극이 숨을 쉽니다.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의 슬픔도,
짝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슬픔도,
사랑받지 못하는 정신의 아픔도,
버려진 가슴에 피어나는 냉기도,
노년의 설움도 모두 고독의 유산들입니다.
그대여! 그대에겐 그대의 섬이 있고 나에게 나의 섬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우리 위로 떨어지는 고독의 비를 막아주는 하나의 우산이 있습니다.
신앙과 사랑이 그것입니다.
그 우산 아래서 섬은 섬을 초월하는 것입니다.
물망초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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