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우리나라 畵壇

[스크랩] 이외수 풍경전 -12-

鶴山 徐 仁 2005. 8. 19. 00:45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위에 내가 서 있습니다
    이제는 뒤돌아보지 않겠습니다




 
    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빛을 건지더라




 
    한 모금 햇빛으로
    저토록 눈부신 꽃을 피우는데요
    제게로 오는 봄 또한
    그 누가 막을 수 있겠어요




 
    문득 고백하고 싶었어
    봄이 온다면
    날마다 그녀가 차리는 아침 식탁
    내 영혼
    푸른 채소 한 잎으로 놓이겠다고





    가벼운 손짓 한번에도
    점화되는 영혼의 불꽃
    그대는 알고 있을까




 
    온 세상을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한 그루 나무를 보라




 
    언젠가는 가벼운 먼지 한 점으로
    부유하는 그 날까지
    날개가 없다고 어찌 비상을 꿈꾸지 않으랴





    아직도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
    이게 바로 기적이라는 건가





    어디쯤 오고 있을까
    단풍나무 불붙어
    몸살나는 그리움으로 사태질 때
    세월이 흐를수록 마음도 깊어지는 사람 하나





    가을이 오면
    종일토록 내 마음 눈시린 하늘 저 멀리
    가벼운 새털구름 한자락으로 걸어 두겠네




    팔이 안으로만 굽는다 하여
    어찌 등 뒤에 있는 그대를 껴안을 수 없으랴
    내 한 몸 돌아서면 충분한 것을




    나는 왜 아직도 세속을 떠나지 못했을까
    인생은 비어 있음으로
    더욱 아름다워지는 줄도 모르면서



글.그림 :  이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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