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
<모나 리자>는 "눈썹 없는" 미인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부터 눈썹은 없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그것은 다 빈치의 의도적인 표현이었을까? 르네상스 시대의 이상적인 미의 전형은 창백하고 투명한 피부에 연하고 가는 눈썹, 선명한
이목구비 등 섬세한 여성미를 강조하는 것이었다.
눈썹 없는 미인
육체적 아름다움에 신경을 써 여성들은 앞가슴이 드러나 보이는 옷을 즐겨 입기도 했다.
특히 밀라노의 군주였던 일 모로의 후작부인 이사벨라 데스테의 흐리고 가늘게 그린 눈썹은 당시 미인들의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었다. 여성들은
이마를 훤히 드러내 보이기 위해 머리카락을 면도하고, 눈썹을 뽑아 버리기까지 했다. <모나 리자>는 처음엔 흐리고 가늘게 그려진
눈썹이 있었으나 그림의 풍화로 없어져 버렸다는 설도 있고, 처음부터 눈썹이 없었다는 설도 있다. 여하튼 <모나 리자>의 사라진 눈썹은
다 빈치의 의도이거나 그림의 모델이 된 여인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당시의 유행이었다.
신화가 되어 버린 미소
<모나 리자>는 신비한 미소로 더욱 알려져 있다. 파악하기 어려운 그
애매한 표정의 미소는 보는 이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며,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것이다. 다 빈치의 작품들 속에서 수수께끼 같은
미소는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지만, 그 중에서도 특별히 <모나 리자>의 미소는 500여 년간 뜨거운 논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교활한, 숭고한, 유혹적인, 신비로운, 경멸하는, 냉담한 등등. 그 미소를 마주했을 때 사람들이 느끼는 인상은 참으로 다양하다. 작가 세이무어
리트는 "모든 사람들이 이 미소에 매료되었다" 라고 말하며, 미켈란젤로는 이를 "아이러닉한 미소"라고 말했다. 한 치과 의사는 모델의 잇몸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 해석하기도 했으며, 발레리는 "미소가 아니라 주름"이라고까지 이야기했다. 일반적으로 <모나 리자>의 모델로 알려진
죠콘도는 이탈리아어로 "즐거운" 혹은 "스스로 즐거운"이라는 뜻으로 통한다. 바자리는 다 빈치가 그림을 그리면서 모델이 미소를 잃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음악을 연주하고, 광대의 익살을 펼치고,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등 그 신비한 미소를 얻기 위해 많은
요소들이 동원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다 빈치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미소를 그리워하며 <모나 리자>를
그렸으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다른 여자를 사랑하지 못하고 홀로 지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렇듯 잔잔한 미소는 당시의 일반 여성상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다 빈치는 성녀의 모습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러한 미소를 통해, 풍부한 모성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경이로운 회화 기법
미술가이면서 과학자였던 다 빈치는 자연을 관찰한 결과, 대기 속의 수분과 먼지가
빛을 난반사시켜 멀리 있는 물체의 윤곽선이 희미하게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 빈치는 이러한 원리를 작품에 응용해, 보티첼리의 작품 속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명확한 선은 일절 사용하지 않고, 모든 것을 음영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을 "스푸마토(Sfumato)"라고
불렀다. 스푸마토란 "연기와 같은"이란 뜻을 가진 이탈리아어로, 굴뚝에서 나와 공기 속으로 퍼지면서 연기와 공기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원리로 다 빈치는 사물과 사물의 경계에서 생기는 윤곽선을 문질러 흐릿하게 처리했다. <모나 리자>의
얼굴이 달라 보이는 이유도 스투마토 기법에 따라, 빛이 비추는 방향이나 강약에 따라 윤곽선의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다 빈치는 저녁
무렵의 어슴푸레한 빛이 사람의 얼굴을 더욱 섬세하고 우아하게 보이도록 하며, 구름이나 안개 낀 저녁 무렵의 분위기가 그림 그리기에 이상적이라고
하였다. 그는 실제로 인공적으로 석양을 만드는 방법을 고안하기도 했다. 특별히 검은색을 칠한 담장과 그 위에 약간 튀어나온 지붕을 갖춘
안뜰을 만들어, 해가 날 때 천으로 덮고 그 속에서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다. 그는 이러한 조명 속에서 그림을 그릴 때 명확한
경계가 아닌 흐릿한 윤곽선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지런히 모은 두 손
초상화의 대가들에게 있어 손의 자세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손은 얼굴의 표정과
화합하여, 그림 속에 리듬감을 부여하는 것이다. 다 빈치는 마지막 작품인 <세례 요한>에서 손가락으로 천상계를 가리키도록 설정한
것처럼, <모나 리자>에서도 두 손의 모습에 상징성을 부여하고 있다. <모나 리자>는 얼굴에 조용한 미소를 지은 채
가지런히 두 손을 모으고 있다. 두 손은 긴장을 풀고 편안히 놓여진 듯 보이면서, 동시에 금방이라도 움직일 듯한 모습이다. 다 빈치는
<모나 리자>의 가지런히 모은 두 손을 통해 귀부인의 우아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손의 자세를 "스프레자투라"라고
하는데, 발다사레 카스틸리오네가 {조신}에서 귀족적인 행동 규범으로 일컬었던 부분 중 하나다. 이는 현실에 초연한 자기 확신의 모습으로,
일반적으로 남성들의 특징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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