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서 만난 우크라·이란 전쟁…젤렌스키·네타냐후 3년 만에 대면
입력 2026.07.29. 06:58업데이트 2026.07.29. 09:50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립대성당에서 열린 린지 그레이엄 연방 상원의원 장례식에 참석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 젤렌스키 대통령은 장례식 참석을 계기로 약 3년 만에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눴으며, 이후 각각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했다. /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이 28일 워싱턴에서 하나의 외교 무대로 만났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같은 날 백악관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잇달아 회담한 데 이어, 린지 그레이엄 연방 상원의원 장례식장에서 약 3년 만에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다.
두 정상은 각각 다른 전쟁을 안고 워싱턴을 찾았지만 공통분모는 이란이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저지와 미국의 지속적인 대이란 관여를 요구한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뿐 아니라 러시아의 주요 군사 지원국인 이란과 사실상 같은 전선에서 싸우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이달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약속받은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생산 라이선스의 이행 방안과 방공 협력을 논의했다. 그는 회담 뒤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생산 라이선스와 도움이 될 수 있는 여러 아이디어를 논의했다”며 “외교적 과정도 다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이번 회담을 앞두고 카스피해에서 이란이 연루된 러시아 군수 수송 선박과 러시아 군함을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이란은 이를 유엔 헌장 위반이라고 규정하며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뿐 아니라 이란의 대러 군수 지원망까지 공격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과시한 것으로,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이란이라는 공동의 적에 맞서고 있다는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우크라이나의 이런 전략적 가치를 이전보다 높이 평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수년간 러시아가 대량 투입한 이란제 샤헤드 자폭 드론을 상대하며 방공·전자전 경험을 축적했고, 최근에는 이란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군수망까지 직접 타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드론 전력과 대이란 전투 경험에 관심을 보이면서, 한때 부담으로 여겼던 우크라이나를 미국의 중동 전략에도 활용할 수 있는 군사 파트너로 보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어 백악관을 찾은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회담 뒤 그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공동 목표에 대한 완전한 이해가 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가진 대화 가운데 가장 좋았던 대화 중 하나”라고 말했다. 양측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아브라함 협정에 참여시키는 방안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두 사람의 관계가 이전처럼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의 지하 핵시설인 ‘곡괭이산’ 관련 정보를 언론에 공개한 데 대해 “나를 계속 관여시키려는 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실제 회담에서는 이 시설 문제가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열린 그레이엄 의원 장례식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가 직접 만나 악수하고 짧은 대화를 나눴다. 두 정상이 대면한 것은 2023년 9월 이후 처음이며, 통화도 2025년 1월 이후 처음이었다. 양측은 워싱턴에서 별도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성사되지는 않았다.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외교장관도 별도로 만나 이란 문제를 논의했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양국이 직면한 도전, 특히 이란이 제기하는 위협을 논의했다”며 양국 협력 확대 의지를 밝혔다.
러시아와 이란의 군사 협력이 심화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은 더 이상 완전히 분리된 전쟁으로 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날 워싱턴에서는 두 전쟁의 당사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각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고, 양국 외교장관까지 이란 위협을 공동 의제로 다루면서 두 전쟁이 ‘대이란 전선’이라는 하나의 전략 축 위에서 만나는 장면이 연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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