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과 미스매치·정치쟁점화… ‘호남 반도체’ 걱정된다[사설]
문화일보
입력 2026-06-25 11:43
광주전남통합특별시 공식 출범(7월 1일)이 다가오면서 호남권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도 급속히 구체화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개입과 졸속 우려가 커진다. 필수 요소인 에너지 공급과 관련, 원자력발전소는 대부분 영남에 있고, 최근 추가 원전 입지도 영남 지역으로 결정됐음을 고려하면, 전력과의 ‘미스매치’ 문제가 심각하다. 게다가 야당이 “최악의 관치 경제”라고 반발함으로써, 정치 환경이 바뀌면 엉뚱하게 기업들이 곤욕을 치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내달 10일 미국 나스닥 상장이 예고된 SK하이닉스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정치 리스크 우려가 커지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24일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의) 논의가 마무리 단계”라고 밝히고,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별도의 반도체 클러스터임을 밝혔다. 그러나 전력부터 문제다. 반도체 전공정 공장은 24시간 기가와트(GW)급 양질의 전력이 필요하다. 호남의 발전 설비 용량은 약 23.3GW로 지역 수요의 네 배를 넘지만, 절반가량이 태양광이다. 낮에 최대 11GW까지 치솟다가 밤에 8GW 수준까지 떨어진다.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필요한데 기가와트급 공장 한 곳의 수요를 감당할 설비 구축에 수조∼수십조 원이 든다. 화재 등 안전성 위험도 크다.
따라서 양·질 측면에서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 원전이다. 아마존·오픈AI 같은 빅테크가 데이터센터를 지을 때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포함해 설계·건설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국내 가동 중인 원전 26기 대부분이 동해안에 몰려 있고 최근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SMR 부지는 경북 영덕과 부산 기장으로 정해졌다. 반면 전남 영광의 한빛 원전 1∼6호기가 있지만 1호기는 설계수명 만료로 이미 멈췄고, 2호기도 곧 수명이 끝난다. 3∼6호기 역시 2030년대 중반부터 차례로 설계수명이 만료된다.
국민의힘은 “균형발전 포장지로 기업 투자 방향을 압박” “반도체 산업을 정치 제물로 바치는 관치 경제”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구체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가전략산업이 지역 차별 시비는 물론 정치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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