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 박목월
섬초롱 72025.10.05 01:04
나그네 / 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 1946년 <상아탑> 수록
청노루 / 박목월
머언 산 청운사(靑雲寺)
낡은 기와집,
산은 자하산(紫霞山)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는 열 두 굽이를
청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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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라는 것은 포장 도로 만큼이나 너무 쉽게
그리고 빨리 이 세상을 변화 시켰다.
어쩌면 그 변화 속에 우리들 목가적인 전통의 삶들이
고스란이 포장도로 속에 묻힌 흙빛 만큼이나 묻혀져간
느낌이다.
이 시 속에서도 충분히 그러한 것들을 느낄 수 있다.
불혹의 중심에 선 나도 기억하는 일이지만 집집 마다
광 속에 누룩을 빚어 술을 담그고 하지가 되면
보리가 익는 그 구수한 냄새가 가득했다.
그런 남도 길을 시인은 1946년도에 걸으며 구름 가는
만큼이나 끝임없이 즐겼을 것 같다.
시란 그리움과 삶의 거리를 항상 팽팽하게 당겨주고
늘여주며 추억하게 한다.
그 추억 속에서 우리들은 또 묻히고 잊혀지는 것에 대한
아득함을 맛본다. 그 맛이 삶의 핏줄 아닌가 한다.
/ 임영석 시인
출처:빗새의 문학관 | 나그네 / 박목월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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