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공용브리핑실에서 2026년도 예산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54조7000억원(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전년 대비 예산 증가 폭이 재정 중독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문재인 정부의 2022년 기록(49조7000억원 증가)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치다. 재정 건전성을 중시한 전임 정부와 180도 다른 확장 재정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어렵게 되살린 (경기) 회복의 불씨를 성장의 불꽃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며 확장 재정 기조를 분명히 했다.
가계·기업과 함께 경제의 3주체인 정부가 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한 분야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가계·기업과 마찬가지로 정부도 빚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이번 예산안에서는 재정 건전성을 지키려는 노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내년 재정 적자가 GDP(국내총생산)의 4%인 109조원이 된다고 한다. 선진국들이 재정 준칙 기준으로 삼는 GDP 3%를 훌쩍 넘겼다.
재정 적자는 나랏빚을 늘려 충당할 수밖에 없다. 내년 국가 채무는 올해보다 113조원 늘어난 1415조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GDP의 50%를 넘게 된다. AI(인공지능) 3강 진입을 위한 투자와 R&D(연구개발) 예산 확대 등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꼭 필요한 예산도 있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아동수당 지급 확대와 농어촌기본소득 등 선심성 예산도 수십조 원 편성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4%대 재정 적자가 내년 한 해에 끝나지 않고 현 정부 임기 내내 지속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가 채무가 4년간 487조원 급증해 2029년 말에는 GDP의 58%인 1788조9000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연평균 나랏빚 증가 폭(121조7500억원)이 종전 최대였던 문재인 정부(연평균 81조4000억원)의 1.5배에 달한다.
국채를 많이 발행하면 국채 가치가 떨어지면서 금리가 오른다. 가계와 기업의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국가신용등급에도 부정적이다. 유럽의 재정 모범국이었던 프랑스는 최근 몇 년간 4~6%의 재정 적자 지속으로 국가 채무가 급증하면서 신용등급이 떨어졌고,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대외 환경 변화에 취약한 한국 경제로선 재정 건전성이 최후 방어선이나 다름없다. 대통령 임기가 끝난 뒤 나라가 어떤 일을 겪게 될지도 걱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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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4년간 국가 채무 487조원 급증, 文정부보다 심한 재정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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