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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석 칼럼] 일본 국민, 정부가 돌린 現金이 毒이란 걸 아는 데 30년 걸려

鶴山 徐 仁 2025. 6. 21. 12:02

오피니언 칼럼

[강천석 칼럼] 일본 국민, 정부가 돌린 現金이 毒이란 걸 아는 데 30년 걸려

일본 장기 불황,

苦痛 처방 대신

진통제 정책 처방 때문

이재명 정부,

'예상대로'가 아니라

'예상과 다른' 길 가야

나라 희망 있어

강천석 기자

입력 2025.06.21. 00:05업데이트 2025.06.21. 00:53


이재명 대통령 출발을 보고 ‘예상과 다르다’는 사람이 ‘예상대로’라는 사람보다 많은 것 같다. 선거에서 표(票)를 주지 않았던 보수층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느껴진다. 워낙 기대 수준이 낮았기 때문일 것이다. 보수층 가운데는 대통령이 언제 발톱을 드러내느냐를 기다리듯 지켜보는 사람이 아직은 대다수다. 대통령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感知)하고 더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듯하다.

새 대통령에 대한 평가의 기준점은 직전 전임자(前任者)다. 취임식을 끝내고 그날 점심에 야당 대표를 초대한 사소한 일도 가점(加點)을 받은 건 확실히 전임자와 비교 효과다. 민정수석 후보가 낙마(落馬)하고 총리 후보도 여러 구설(口舌)에 오르고 있지만 인사도 예상보다 큰 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정청래 의원이 법무장관, 최민희 의원이 방통위원장, 김어준씨가 KBS 사장이란 최악(最惡)의 리스트까지 떠올렸던 낮은 기대에 따른 반사(反射) 효과가 작용했다.

문재인 대통령 덕도 봤다. 역대 대통령은 취임 이후 동맹국 또는 이웃 정상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일본·중국이란 순서를 지켜왔다. 문 대통령은 그걸 미국·중국·일본으로 뒤집어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으로부터도 의혹의 눈길을 받았다. 문 대통령 시절 한일 관계는 최악이었고 이런 한일 관계는 임기 내내 한미 관계에도 계속 부담을 주었다.

이 대통령이 통화 순서를 지킨 것만으로도 평가를 받는 건 거꾸로 이 대통령에 대한 동맹과 우방의 신뢰가 깊지 않다는 걸 반증(反證)하는 셈이다. 일본인은 본심(本心)과 겉치레 말을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라는 단어로 구분한다. 자신들이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기 전 말이 본심인지 대통령 되고 나서 말이 본심인지 주시할 것이다. 비즈니스 거래로 잔뼈가 굵은 트럼프 대통령은 더 심한 방법으로 이 대통령을 흔들어 본심을 떠보려 할 게 분명하다.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돌리고 중소상인 부채를 탕감한 사상 최대 30.5조원의 추경은 이 대통령을 ‘예상대로’라고 볼지 아니면 ‘예상과 달리’라고 볼지 평가가 엇갈리는 대목이다. 대통령은 여러 차례 외환 위기 때보다 경기가 나쁘다고 해왔다. 현금성 지원을 할 테니 놀라지 말라는 예방주사였다. 예방주사는 효과를 발휘해 국가 부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미적지근한 이의(異意) 제기가 고작이었다. 곳간에서 인심(人心) 난다고 돈을 풀었으니 지지도도 조금 올라갈 것이다.

사실은 누구도 반대하기 힘든 정책에는 반드시 독(毒)이 들어 있다. 기자는 1987년 말부터 1991년까지 일본에서 근무했다. 난생처음 발을 디딘 도쿄는 다른 세상이었다. 미국에서 시작된 ‘21세기는 일본의 세기’가 될 것이란 예언이 현실이 되는 듯했다. 대부분 산업 분야에서 일본 1등 기업은 곧 세계 1등 기업이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세계 1등·2등·3등 모두 일본 차지였다. 증권 시장을 믿고 투자한 사람은 돈을 벌고, 믿지 않고 긴가민가한 사람은 부자가 될 기회를 잃을 것이라는 말이 국민을 흥분시켰다. 어느 날 증권 시장이 폭락하고 일본과 일본 경제는 내리막을 굴렀다. 자라에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그때 이후 일본과 닮은 한국 경제 통계만 봐도 가슴이 덜컥했다.

일본 정부는 그때만 해도 건전하단 평(評)을 듣던 재정(財政)을 풀어 온갖 대책도 내놨으나 백약(百藥)이 무효였다. 전 국민 현금 지급도 약방에 감초처럼 빠지지 않았다. 일본 국민도 현금 지급은 대환영이었다. 국민이 정부가 돌리는 현금이 독(毒)이란 걸 깨닫는 데 30년이 걸렸다. 작년 정부가 다시 현금을 돌리려다 맹렬한 반대로 결국 접고 말았다.

정치 불신(不信)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국민이 정치인들은 말을 뒤집거나 거짓말한다고 불신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인들이 현금을 주는데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는 식으로 국민 수준을 얕잡아보는 것이다. 두 불신이 맞물린 일본에선 그때 ‘진통제(鎭痛劑) 처방’이 양산(量產)됐다. 고통은 뒤집어 보면 신경세포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고통도 느끼지 못하면 회생(回生)의 희망도 사라진다.

요즘 한국 경제 통계 가운데 가계 부채 비율이나 부동산 담보 대출 비율은 35년 전 일본보다 더하고, 경제 잠재 성장률이 0%대에 접근했다는 건 요즘 일본 같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 첫 경제 처방에는 쓴 약(藥)이 없다.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 설탕물 같은 이런 경제 처방을 5년간 복용하면 나라 경제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경제에 어두워서 공연한 걱정을 사서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