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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에서] '베트남 통일 50주년'에 걸린 깃발

鶴山 徐 仁 2025. 5. 2. 19:00

오피니언 데스크에서

[데스크에서] '베트남 통일 50주년'에 걸린 깃발

정지섭 기자

입력 2025.05.02. 00:04업데이트 2025.05.02. 15:01


지난 30일 베트남 호찌민은 이른 아침부터 축제 분위기로 달아올랐다. 국가권력 서열 1위 또럼 공산당 서기장 등 수뇌부와 외국 귀빈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열병식이 열렸다. 1만3000여 명의 군인이 시가행진을 벌였고 화려한 문화 예술 공연도 진행됐다.

행사 이름은 ‘남부 해방 및 국가 통일 50주년 기념식’. 북베트남이 미군 철수로 군사 지원이 끊긴 남베트남을 공격해 1975년 4월 30일 남베트남 수도 사이공을 함락시키고 무력으로 병합한 지 꼭 반세기 되는 날을 맞아 진행한 승전 행사였다. 이후 사이공은 북베트남 공산 지도자의 이름을 딴 호찌민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베트남 전역에서 승전과 통일을 축하하는 각종 전시회·심포지엄·콘서트 등이 열리고 있다. 곳곳에는 붉은 바탕에 황금별이 있는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金星紅旗)가 펄럭이고 있다.

1975년 4월 30일 일어났던 일을 기념하는 행사는 미국에서도 열리고 있다. 그중 하나로 지난달 27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있는 군함 미드웨이호 기념관에서는 ‘프리퀀트 윈드 작전(Operation Frequent Wind) 5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사이공 함락 당시 수천 명의 남베트남 주민들을 군함에 태워 탈출시킨 미국의 베트남전 마지막 작전 반세기를 기리는 행사다.

미국에 정착한 베트남계 주민과 후손들이 주축이 돼 미군에 감사 인사를 전했고 베트남 민속 공연을 선보였다. 이런 성격의 행사가 미국 내 베트남계 거주 지역마다 진행됐다. 다만 행사장에는 금성홍기 대신에 노란 바탕에 가로로 세 개의 붉은 줄이 그어진 옛 남베트남 국기 황저삼선기(黃底三線旗)가 휘날렸다.

빨강과 노랑, 두 색깔로 그려진 깃발 중 하나는 주권 국가의 깃발이자 승리의 징표로 휘날렸고, 다른 하나는 망국의 설움을 달래는 상징으로 펄럭였다. 서로 총부리를 겨눴던 미국과 베트남은 올해로 수교 30주년을 맞았고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까지 격상되면서 남베트남의 흔적은 빠르게 지워지고 있다.

베트남전 종전 반세기가 그저 역사적 순간으로만 느껴지지 않는 건 현재 한국의 현실이 겹쳐 보여서다. 사이공 함락은 나라가 분열하고 부패하면 강대국의 지원이나 체제의 우월성 같은 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한국은 계엄·탄핵 사태로 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정치적 혼돈 속에 새 권력 선출을 앞두고 있다. 그 사이 서해의 해양 주권을 훼손하려는 중국의 시도, 러시아에 파병돼 실전 경험을 쌓은 북한군 병사를 지켜봤다. 혈맹 미국은 모든 가치를 거래의 관점으로 보며 예전과 부쩍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겹겹의 안보 위기에 한국 사회의 정치적 분열은 전례 없는 수준이다. 우리가 반세기 전 남베트남처럼 백척간두에 서 있는 건 아닌지 하는 불안함, 자칫하면 태극기가 황저삼선기처럼 될 수 있다는 조바심은 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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鶴山;

오늘날 한국 사회의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고 있노라면, 남베트남의 패망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