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5.02.15. 00:57업데이트 2025.02.15. 08:15
최근 남편과 미국 조지아주를 여행한 유모(38)씨는 남편의 전역증 덕분에 수족관 입장료를 20% 할인받았다. 조지아 아쿠아리움에서 전역증을 제시하자 밀리터리 디스카운트(Military Discount·군인 할인)를 받아 1인 입장권이 13만원에서 11만원이 됐다. 유씨는 “현역 군인으로 제대한 남편이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전역증 인증사진
최근 소셜미디어에 미국 여행 경험자들의 ‘전역증 인증샷’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미국 박물관이나 수족관은 물론 아웃렛 매장, 음식점에서도 할인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군 전역자 사이에서 ‘전역증’이 미국 여행 필수 준비물이 됐다. 여성들은 남편이나 남자 친구에게 “전역증을 재발급받으라”고 성화다.

일러스트=박상훈
전역증 재발급 열풍이 불어 지난 1월 재발급된 전역증은 1만1957장이나 된다. 2024년 한 해 재발급된 1만2568장에 맞먹는다. 지난해 1월 965장의 12배 이상이다. 2020년 5706건에 불과했던 전역증 재발급은 지난해까지 2배 넘게 증가했다.
과거 전역증은 구겨지기 쉬운 코팅 용지에 구시대적 디자인으로 전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전역 즉시 찢어버리고 나온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런 지적에 병무청은 2021년 신분증과 같은 플라스틱 카드 형태 전역증을 발급하기 시작했다. 외국에서도 전역 사실을 증명할 수 있도록 뒷면엔 영문으로 인적 사항을 기재했다.

그래픽=박상훈
미국 전역의 박물관·식당·쇼핑몰 등에선 군 전역자 할인이 일반적이다. 할인 혜택엔 연령 제한도 없다. 백발 노인이 전역증을 제시하고 할인받는 일이 일상적이다. 전역자 할인율은 10~20%가 대부분인데 원래 할인과는 상관없이 추가 할인을 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역·전역 군인이 받는 혜택이 어지간한 VIP 신용카드나 멤버십보다 좋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골프장 그린피는 전역증을 내밀면 30~50%까지 할인해주는 곳도 있다.
2006년에 육군을 만기 제대한 박모(44)씨는 최근 미국 뉴욕을 여행하다가 전역증 덕을 톡톡히 봤다. 한 의류 매장에 들어가 원하던 옷을 고른 뒤 계산대에서 전역증을 내밀었다. 직원은 “밀리터리 디스카운트?”라고 하더니 바로 10% 할인해줬다. 박씨는 “한국군 전역자가 미국에서 더 대우받다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한 한국인 전역자는 할인을 받으면서 “왜 외국 군대를 전역한 내게까지 이런 혜택을 주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직원은 “우리는 모든 베테랑(전역 군인)을 존경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각종 기업이나 업장마다 전역 군인 국적 할인 기준이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한인은 “많은 미국인이 대한민국을 6·25, 베트남전 때 함께 싸운 ‘혈맹’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한국군 전역증을 미군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실제 한국군 군복을 입고 미군과 같은 예우를 받았다는 예비역·현역들의 증언도 다수다.

그래픽=박상훈
함남규(전 한미연합사 인사처장) 대구가톨릭대 군사학과 교수는 “군인과 군대를 보는 한·미의 시각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했다. 징병제를 채택해 오랜 시간 군사 독재를 겪은 한국에선 군인을 ‘군바리’ 같은 멸칭으로 칭할 때도 흔하다. 하지만 미국은 독립전쟁(1775~1783), 남북전쟁(1861~1865), 2차 세계대전(1939~1945), 6·25전쟁(1950~1953), 베트남전쟁(1955~1975), 걸프전쟁(1990~1991), 이라크전쟁(2003~2011), 아프가니스탄 전쟁(2001~2021) 등 건국과 발전의 역사가 전쟁사 그 자체인 나라다.
따라서 군인은 나라를 지켜주는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라는 인식이 1776년 건국 이후 지금까지 미국인의 심층 심리에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주한 미군 관계자는 “위험한 전쟁터에서 몸 바치는 사람들 덕에 현재의 번영과 행복이 있다는 사실을 미국민 전체가 확고하게 알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최근 모르는 현역 군인들의 음식값을 계산해주거나, 카페에서 무료 커피나 간식을 대접한다는 이야기가 보도되곤 한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베테랑 예우가 과거보다는 나아지고 있지만, 현역·예비역 군인에 대한 예우가 휘발성 미담으로 그치기보다는, 군인을 비롯한 수많은 경찰·소방관 등 제복 입은 사람들(MIU)의 희생 덕에 현재의 평화가 있다는 사실을 제도적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관련 기사

한국에도 전역 군인 혜택이 일부 있지만 ‘생색내기용’에 그치거나 직업 군인을 대상으로 한정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무 복무 전역자들은 “나...
鶴山;
이게 바로, 미국이라는 나라가 타 선진국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가지의 단면이다.
'軍事 資料 綜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멸공의횃불(군가) (0) | 2025.02.15 |
---|---|
[Why Times 정세분석 3169] 현실로 다가온 SF 속 '로봇 대 인간' 전투, 우크라이나 전장에 로봇중대 투입 (2025.2.11) (0) | 2025.02.11 |
[Why Times 정세분석 3152] 中, 美펜타콘 10배크기 '전시사령부' 건설, 도대체 무슨 꿍꿍이가 숨겨져 있을까? (2025.2.1) (0) | 2025.02.01 |
美·日·中 미사일 확보 경쟁… 동북아에 감도는 전운 (1) | 2025.02.01 |
이들이 진짜 내란 세력! 동북아 미군 이상 징후! (1) | 2024.1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