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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주의 하늘속談]폭설이 오면 항공기는 왜 무더기로 지연될까

鶴山 徐 仁 2025. 2. 5. 14:14

오피니언

 

[이원주의 하늘속談]폭설이 오면 항공기는 왜 무더기로 지연될까

 

  • 동아일보  업데이트 2025-02-04 23:092025년 2월 4일 23시 09분 입력 2025-02-04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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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린 날 인천국제공항에서 한 항공기가 제·방빙 작업을 받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DB폭설이 내리면 항공 교통도 운항에 차질을 빚는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눈 때문에 가시거리가 짧아져서 그렇기도 하고 활주로에 눈이 쌓여 미끄럽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첫눈이 폭설로 내렸던 지난해 11월 인천국제공항에서 지연과 결항이 속출한 주된 이유는 조금 달랐다. 수도권에 20cm 가까이 눈이 쌓였던 이날 비행기에 탑승해 몇 시간씩 기다렸지만 결국 결항이 확정돼 오도 가도 못 했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왔다.

이날 항공기가 대거 지연된 가장 큰 이유는 항공기에 쌓인 눈을 걷어내는 ‘제·방빙’ 작업에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항공기 표면에는 눈이나 얼음 같은 이물질이 쌓여 있지 않아야 한다. 이물질이 쌓이면 비행기가 날 때 필요한 힘인 양력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심할 경우 추락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브라질 카스카베우에서 상파울루로 향하던 ‘보에파스’ 항공사 소속 항공기 한 대가 추락하면서 탑승객 62명이 전원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브라질 항공 당국은 항공기 표면에 얼음이 들러붙는 현상인 ‘착빙’을 유력한 추락 원인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이처럼 비행기에 들러붙은 눈이나 얼음을 걷어내는 과정은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적게는 30분, 많게는 1시간 이상 걸린다. 항공기가 제·방빙 작업을 받으려면 공항 내 특정한 장소로 이동해야 해서 이동 시간도 추가된다. 제·방빙 때 쓰이는 화학약품이 공항 인근 강이나 바다 등에 흘러 들어갈 경우 물속 산소량을 크게 줄여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수거 시설이 설치된 곳에서만 제·방빙을 할 수 있어서다.

문제는 시설 수다. 인천공항의 경우 제·방빙 시설은 33곳에 설치돼 있고, 제·방빙 장비는 31대가 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는 제4활주로 개통과 군 공역 조정 등으로 인천공항의 1시간 항공기 수용량이 80대까지 늘었다고 밝혔다. 이 중 절반이 이륙하는 비행기라고 가정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1시간에 10대 넘는 항공편이 지연되는 셈이다.

게다가 제·방빙 작업은 반드시 승객이 탑승한 뒤에 해야 한다. 제·방빙 약품의 지속 시간이 통상 2시간을 넘지 못해서다. 눈이 완전히 그쳤다면 이 작업을 먼저 하고 승객을 태워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눈이 계속해서 내리는 상황이라면 승객이 탑승하는 사이 약품 효과가 사라진다. 이 때문에 공항에서는 제·방빙 작업을 해야 하는 항공기가 많아질 경우 완벽히 이륙 준비가 끝난 순서대로 작업을 허락할 수밖에 없다. 항공사가 승객을 태운 채로 기다려야 했던 이유다.

항공기 제·방빙은 출발하는 항공기에만 필요한 작업이다. 그러면 이날 도착하는 항공기들은 왜 줄줄이 지연됐을까. 이륙해야 할 비행기들이 제때 이륙하지 못하면서 비행기를 주기(駐機)할 공간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후 11시가 되면 공항 운영을 끝내는 김포국제공항의 경우 과거에는 폭설로 항공기가 몰리면 이동 통로에 비행기를 세우고 승객을 내려주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24시간 운영하는 인천공항은 이런 조치마저 불가능해 출·도착 항공기가 모두 지연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했다.

#폭설       #항공기       #지연       #항공 교통

 

이원주 디지털뉴스팀장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