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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평인 칼럼]검사 탄핵서 드러난 ‘이재명 유일 체제’의 봉건성

鶴山 徐 仁 2024. 7. 1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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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평인 칼럼]검사 탄핵서 드러난 ‘이재명 유일 체제’의 봉건성

 

  • 동아일보
  • 업데이트 2024-07-09 23:212024년 7월 9일 23시 21분 입력 2024-07-09 23:21

‘유일 지도자는 잘못을 저지를 수 없다’
‘지도자를 잘못이라고 하는 쪽이 잘못’
검·판사 탄핵은 유일 체제의 논리적 귀결
정치 민주화 이후의 새 정치 민주화 필요

송평인 논설위원

 

‘민주화 이후의 민주화’는 정치학자인 최장집 교수가 1987년 정치적 민주화 이후 경제적 사회적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 위해 쓴 말이다. 한국 정치학계에서 보기 드문 적절한 개념화이긴 하지만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언’ 같은 착각도 없지 않다. 정치적 민주화가 1987년으로 끝난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정치는 한번에 영구히 민주화되지 않는다. 정치는 전진할 수 있듯이 퇴행할 수도 있다. 헤겔적 의미의 자유의 확산으로서의 역사가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끝나지 않고 독재자가 된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퇴행하고 있듯이, 또 심지어 민주주의의 모범 국가였던 미국에서조차 도널드 트럼프에 의해 퇴행하고 있듯이, 한국의 정치도 그렇다는 걸 이재명 대표의 더불어민주당이 보여주고 있다.

자신을 수사하는 검사들을 탄핵한다는 정치를 보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검찰 수사가 지나치다는 것과 검찰 수사가 조작됐다는 것은 다르다. 검찰의 수사나 혐의 적용이 지나칠 때가 있다. 윤석열 한동훈 때 국정농단 수사가 그랬다. 중앙수사부를 폐지하고 외과수술식 수사를 지향해 가던 검찰이 윤석열 한동훈 때 옛날 식으로 돌아갔다. 그렇다고 해서 검찰이 조작이나 하는 집단이라는 건 아니다. 대체로 검찰은 수사기관이 조작한 증거를 거르든가, 미처 거르지 못하든가 할 수는 있지만 스스로 조작하는 집단은 아니었기에 민주화 이후 득세할 수 있었다.

검찰 수사를 조작으로 걸고넘어지는 못된 버릇은 문재인 정권 때 한명숙에게서 시작됐다. 다만 그때도 검사 탄핵은 언급하지 않았다. 조작이라고 주장해 법원에서 증거력을 다투는 것이 부릴 수 있는 최대한의 억지였다. 검사 탄핵 추진은 억지의 최대치를 넘어 사악함을 드러낸 것이다.

이 대표 수사 검사들에 대한 탄핵 소추가 헌법재판소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없다. 그럼에도 탄핵 소추를 추진하는 것은 탄핵을 다투고자 함이 아니라 이 대표를 건드리면 검사든 판사든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이라는 걸 민주당 의원들도 잘 알고 있다.

검사 탄핵 소추는 개탄스러운 일이지만 검사의 직무가 정지된다고 해서 재판이 중단되지는 않는다. 판사 탄핵은 다르다. 판사가 탄핵되면 판사 교체 등으로 재판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재판이 지연되면 이 대표는 주요 혐의에 대한 유무죄 확정 판단을 받지 않고 대선에 도전할 수 있다. 대통령을 포함해 정부 공직자는 탄핵 소추됐다가 헌재에서 기각 결정을 받고 돌아오면 그만이지만 판사 탄핵으로 재판이 지연되면 회복할 수 없는 부정의가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은 검찰이 발동을 건 것이 아니라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상대 후보 측이 제보하면서 불거졌다. 백현동 등 나머지 개발 의혹은 유사 사건으로 따라 나왔다. 선거법상 허위 사실 유포 의혹은 대선 토론에서 액면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수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짓말 좀 했다고 대선 출마를 막는 건 지나치지만 그로부터 파생된 위증 교사 의혹은 다르다. 쌍방울 대북송금 연루 의혹도 검찰이 그림을 그리고 접근한 게 아니다. 이재명 변호인들이 받는 수임료의 실상을 확인하다가 우연히 발견했을 뿐이다.

이 대표에 대한 법인카드 불법 사용 수사는 분명 지나치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했던가. 법인카드 불법 사용 수사는 이 대표 부인 선에서 그치는 것이 적절하다. 다만 지나치다고 하는 건 자제하라는 뜻이지 조작됐다는 뜻은 아니다. 법인카드 불법 사용도 증거는 명백해 보인다.

이 대표와 배후의 원탁회의 세력은 이른바 ‘촛불’ 혁명의 완수를 위해 민주당에서 ‘이재명 유일(唯一) 체제’를 확립했다. 국민의힘 대표 후보자들이 ‘김건희 문자’를 놓고 다투는 모습은 졸렬하기 짝이 없지만 위험하지는 않다. 유일 체제는 위험하다. 유일 지도자는 잘못을 저지를 수 없다. 잘못이 있다면 잘못이라고 주장하는 쪽에 있어야 한다. 검·판사 탄핵은 유일 체제의 논리적 귀결이다.

탄핵 제도는 도둑이 들고 설치라고 있는 몽둥이가 아니다. 헌법 교과서에는 헌법 수호를 위한 저항권의 발동은 정당하다고 쓰여 있다. 도둑이 몽둥이를 들고 설치는 걸 국회도 정부도 법원도 막지 못하면 국민이 힘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2027년이면 민주화 40주년이 된다. 그 전에 또 한 번의 정치적 민주화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