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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다면 울어도 좋습니다… 슬픔을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鶴山 徐 仁 2022. 11. 6. 10:44

문화·라이프

 

울고 싶다면 울어도 좋습니다… 슬픔을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정신과 의사 하지현이 권하는 슬픔에 잠긴 모두를 위한 책 3

 

하지현·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입력 2022.11.05 03:00

 

 

인생에 거친 파도가 몰아칠 때

러스 해리스 지음|우미정 옮김|티라미수더북|340쪽|1만8000원

살아야 하는 이유

강상중 지음|송태욱 옮김|사계절|204쪽|1만2500원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

브루스 D. 페리·오프라 윈프리 지음|정지인 옮김|부키|424쪽|1만8000원

 

 

지난 토요일 자정, 저절로 눈이 뜨였다. 습관처럼 휴대전화를 열어보았다가 뉴스를 보고 잠이 확 달아났다. 바로 아들 방문을 열어보았는데 휑했다. 가슴이 두근거리며 머리가 복잡해졌다.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고 이태원이 아닌 곳에 있는 것이 확인될 때까지 시간이 견딜 수 없이 길었다. 밤을 새우고 돌아와 술냄새를 풍기며 잠에 빠진 아들이 한심해 보이는 게 아니라 안아주고 싶었다.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 특성상 사고나 자살로 자식을 잃은 부모를 많이 만난다. 그래서 그날 밤 더 가슴이 쿵쾅거렸는지 모른다. 만일 아들을 잃었다면 내가 어떤 상태가 될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식 잃은 부모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황망하고 정신없는 시간이 지나면 슬픔과 죄책감이 거친 파도와 같이 몰아친다고. 견디지 못할 정도로 아프고 파도에 휩쓸려 내동댕이쳐지는 상황이 돼야 나를 찾아오게 된다. 이때 마음속에서 “왜”가 사라지지 않는 것이 가장 고통스럽다. ‘왜 (우리 아이는) 그랬어야 할까’ ‘왜 (우리 아이는) 거기에 갔어야 했을까’ 되뇐다. 비극이 생기기 전에 했던 대화를 끝없이 복기한다. ‘그때 내가 그 말을 꼭 했어야 했나’ ‘혹시 잔소리를 한 것이 영향을 준 것은 아닌가’…. 온종일 명치 끝이 칼로 도려낸 듯 에이고, 자다가 깨면 다시 괴로운 감정이 파도처럼 엄습한다. 차라리 독주를 마시거나 수면제를 먹고 뇌를 재워버리고 싶어한다. 영원히 괴로움은 끝나지 않을 것 같고, 그 사건에 자신이 결정적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죄책감은 줄어들지 않는다. 의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저 공감을 표시하며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잦아들 것이라는 걸 그간 환자들을 대한 경험치로 알려드리는 것뿐.

비극을 겪은 후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면 고통을 인정하라고, 그러면 언젠가는 지나간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이태원 참사로 희생자 유가족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거대한 슬픔에 잠겨 있다. 며칠째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눈물만 계속 흐른다는 사람도 많다. 이럴 때 책은 그나마 괜찮은 안정제이자 마음을 다잡을 길잡이가 되어준다. 러스 해리스의 ‘인생에 거친 파도가 몰아칠 때’는 충격으로 아파하는 이들에게 특히 건네고 싶은 책이다. 의사이자 상담가인 저자는 수용전념치료의 권위자. 그는 “현실이 일격을 가해서 나를 내동댕이칠 때 올바르고 적절한 반응은 없고, 다들 제각각 반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비극 앞에서 특정 감정을 느껴야 한다는 강박을 먼저 버려야 한다.

 

자신이 처한 고유한 상황에 따라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를 이해하거나 그 사건을 피할 수 있었을 방법을 찾아내려 하기보다 고통스러운 사건도 인생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좋다. 불안, 죄책감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므로 지금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 저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고통을 인정하고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것”이라 말한다. 죄책감과 원인 찾기는 자신을 가혹하게 대해 상처를 후벼 곪게 만들 뿐이다. ‘나 따위는 친절한 대접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내 마음이 단언할 때는 그 소리를 받아들여라. 강한 파도가 스쳐 지나가고 난 후 조금씩 마음을 토닥이고 안정시켜야 한다. 안타까운 상황에 빠진 친구를 친절하게 대하듯 스스로를 대한다. 고통의 파도를 부정하거나 맞서 싸워 없애려 하기보다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폭풍이 몰아치는 것을 제지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휩쓸리지 않게 닻을 내리고 버텨내면서 소중한 친구를 다루듯 ‘나’라는 배가 부서지지 않게 보호할 수는 있다. 책은 그 방법을 소상히 알려준다. 시간이 지나면 폭풍이 지나가고 구름 걷힌 하늘을 볼 수 있으니.

 

이 책과 함께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의 책 ‘살아야 하는 이유’를 권하고 싶다. 아들의 죽음과 수만명이 사망한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강상중은 ‘죽음’에 대해 고민하며 이 책을 썼다. 그는 녹초가 될 때까지 자신을 추궁하기보다는 마음이 명령하는 것을 담담하게 쌓아가라고 말한다. 그러면 나중에 돌이켜볼 때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어린 시기의 트라우마 경험은 뇌의 밑바닥에 영향을 줘 삶 전반에 긴장과 불안을 확산시킬 수 있다.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는 총기 난사, 9·11 테러 등으로 트라우마를 경험한 아이와 청소년을 치료해온 정신과 의사 브루스 페리가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나눈 대담집이다. 저자들은 이런 사건이 장기적으로 남길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분석하며,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는 방법과 후유증 예방책을 알려준다.

 

책은 문제를 직접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마음을 제자리로 돌려놓는데는 도움이 된다. 지금같이 모두가 고통스러운 시기라면 더더욱.

하지현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