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장 시급한 노동 개혁은 불법·폭력에 대한 엄정 대응이다
조선일보
입력 2022.08.19 03:26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에서 고공 농성을 하고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열린 '고공 농성 투쟁 승리 결의 대회'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산업구조하에서는 노동법 체계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2000년대 초 독일 사민당 정권의 노동시장 유연화 개혁을 언급하면서 노동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직적인 고용 시스템,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불균형, 연공서열 임금 구조 등 시대에 맞지 않는 노동 법 제도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자리 창출을 방해하고 산업 경쟁력을 깎아 먹는 불합리한 노동 시스템을 개혁하는 일은 윤 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대부분 역대 정권이 노동 개혁을 약속했지만 무위로 끝났거나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끝났다. 산업·고용 현장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데다 거대 노조의 반발로 추진 동력을 잃곤 했다. 노동 개혁은 정부가 하겠다고 쉽게 이뤄질 개혁이 아니다. 더욱이 노동시장 유연화에 소극적인 야당이 다수인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은 쉽지 않다. 윤 정부는 이해 당사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고 야당을 설득해가면서 개혁 플랜을 구체화해 가야 한다.
국회 손을 빌리지 않고 행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노동 개혁도 있다. 불법·폭력에 대한 엄정한 대응이 그것이다. 민노총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하이트진로의 서울 본사 건물에 들어가 옥상을 점거하고 농성 중이다. 위험 인화 물질인 시너 통까지 들고 들어가 협박하고 있다. 민노총 화물연대는 총파업을 통해 안전운임제 등의 전리품을 챙겼다. 그래 놓고 개별 사업장에서 파업이 벌어지면 시위의 장기화, 과격화를 부채질한다. 민노총 소속 현대제철 조합원들은 특별 격려금 400만원을 달라며 석 달 넘게 사장실과 공장장실을 점거 중이다. 정당한 노동권 행사를 넘어 조폭 수준의 과격 폭력 시위가 횡행한다. 이토록 막무가내식 불법·폭력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것은 세계에서 한국뿐일 것이다.
민노총을 싸고돌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법과 원칙’을 강조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체감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불상사를 우려해 공권력 투입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장을 막고 물류를 멈춰 세우는 불법을 방치하면서 무슨 노동 개혁을 하겠다는 것인가. 산업 현장에 만연한 강성 노조의 과격 불법 투쟁에 대해 공권력이 원칙대로 작동하기만 해도 노동 개혁의 절반을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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