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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잔치가 끝나간다

鶴山 徐 仁 2021. 11. 3. 11:54

Opinion :서소문 포럼

 

돈 잔치가 끝나간다

 

중앙일보 입력 2021.11.03 00:24


주정완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을 잔뜩 들뜨게 한 잔치가 끝나간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끌어온 돈 잔치다. Fed는 지난해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라는 ‘특급 요리’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며 잔치의 문을 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에 찾아온 대잔치였다. 그동안 큰손들은 거의 공짜로 돈을 빌려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해 재산을 불렸다. 그런데 주인이 잔칫상에서 요리를 치워버릴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Fed는 2~3일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한다. 전 세계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회의 결과는 한국시간으로 4일 오전 발표한다. FOMC는 1년에 여덟 차례 열지만 이번 회의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미국이 통화정책의 큰 방향을 어떻게 돌릴 것이냐를 논의하는 회의여서다. 금융시장에서 초미의 관심사인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의 구체적인 시기와 방식을 제시할 것이란 얘기다. 이번 결정에 따라 미국에서 금리인상 시계가 빨라질 수 있다.

 

미 Fed, 통화정책 전환 결정 임박

자산매입 줄인 뒤 금리인상 채비

국내 투자자도 위험관리 나서야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각국의 통화정책은 이렇게 비유할 수 있다. 어느 호수에 심각한 가뭄(경기침체)이 발생했다. 그냥 놔두면 호수의 물고기(경제주체)가 모두 말라죽을 지경이었다. 호수 관리자(중앙은행)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물(유동성)을 퍼부었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워낙 사정이 급한 만큼 어쩔 수 없다는 목소리가 더 강했다. 올해 들어서도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물을 계속 퍼부었다. 다행히 호수의 수위가 안정적인 수준(경기회복)으로 올라오면서 한숨을 돌렸다.

김회룡기자

 

문제는 이제부터다. 호수의 물이 너무 적어도 안 되지만 너무 많아서 흘러넘쳐도 안 된다. 한국은 이미 호수의 물이 너무 많아졌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호수에서 물을 빼는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8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강하게 시사했다. 당시 이 총재는 “경기 흐름이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다음번 회의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정적인 표현을 최대한 삼가는 중앙은행 총재로선 이례적인 발언이다. 한은은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다시 올릴지를 논의한다.

 

미국 상황은 한국과 조금 다르다. Fed는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연 0~0.25%)까지 내린 것도 모자라 금융시장에 대규모 자금을 뿌리고 있다. 매달 1200억 달러씩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시장에서 장기 채권의 금리를 낮춰 경기회복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일본이 디플레이션(물가하락+경기침체)에서 탈출하기 위해 도입했던 양적완화를 미국이 따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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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는 1단계로 매달 채권을 사들이는 규모를 줄이려고 한다. 이게 테이퍼링이다. 호수에 물을 퍼붓기는 하되 예전처럼 많이 퍼붓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엄밀히 말하면 돈줄을 조이는 긴축은 아니다. 하지만 긴축을 예고하는 신호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을 긴장하게 한다. 테이퍼링이 끝나면 호수에서 물을 빼는 작업(금리인상)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9월 FOMC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테이퍼링의 종료 시점을 내년 중반으로 예상했다. 그는 “FOMC 참석자들은 경기 회복이 정상 궤도에 있는 한 내년 중반께 마무리하는 점진적인 테이퍼링이 적절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Fed가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미국이 긴축을 향해 통화정책의 방향을 돌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미국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 그러면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건 미국이 아니라 신흥국이다. 신흥국 금융시장에서 돈을 빼서 미국으로 옮겨가려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2013년 Fed가 테이퍼링에 들어갔을 때 실제로 벌어졌던 일이다. 당시 신흥국의 통화가치와 주가가 급락하면서 ‘긴축 발작’(테이퍼 탠트럼)이란 말까지 나왔다.

 

금융시장에선 벌써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국내에선 시장금리의 지표로 사용하는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연 2.1%대로 올라섰다. 2018년 8월 이후 약 3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시장금리 상승은 곧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 특히 ‘빚투’(빚내서 투자)로 주식이나 부동산을 샀다면 위험 관리에 주의해야 할 시점이다. 잔치가 끝날 때까지 무심코 자리에 남아있다가는 값비싼 청구서(투자 손실)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정완 경제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