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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애국가 듣고 싶어 세 번의 수술 견뎠다”… 國歌란 무엇인가

鶴山 徐 仁 2021. 8. 14. 12:01

김연경 “애국가 듣고 싶어 세 번의 수술 견뎠다”… 國歌란 무엇인가

 

곽아람 기자


입력 2021.08.14 03:00

 

 

국가로 듣는 세계사

알렉스 마셜 지음|박미준 옮김|틈새책방|560쪽|2만2000원

 

국가(國歌)는 노래지만, 단지 노래로 그치지 않는다. 최근 도쿄올림픽 개회식에서 일본 국가 ‘기미가요’가 불린 것을 놓고 북한 선전 매체가 “군국주의의 상징”이라며 맹비난했다. 한국 여자 배구의 맏언니 김연경 선수는 “올림픽 시상대에서 애국가를 듣고 싶어서 무릎 수술만 세 차례 견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는 “국가는 그저 엄숙하고 짧은 한 곡의 노래가 아니라는 것, 사람들을 단합시키거나 분열시킨다는 것, 과거의 역사를 반영하면서 동시에 미래를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영국 저널리스트로 뉴욕타임스에 문화에 대한 글을 기고하고 있는 그는 프랑스, 네팔, 미국, 일본, 이집트, 파라과이 등 전 세계 12국을 누비며 그 나라 국가가 탄생한 배경, 가사와 곡조에 내포된 의미, 국가를 둘러싼 논쟁 등을 취재했다.

'국가로 듣는 세계사'./틈새책방

 

책은 저자가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서 자전거를 타고 약 800㎞ 떨어진 파리를 향해 출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마르세유는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마르세유의 노래)’가 탄생한 도시다. 도쿄올림픽 폐막식 때 2024년 파리올림픽을 환영하며 울려 퍼진 이 노래에 대해 어느 영국 역사학자는 “사람의 핏줄 속 피를 끓게 하는 노래”라고 했다. 프랑스인 상당수가 이 노래가 잔인하고 폭력적이라 생각하는데, 사람들에게 ‘처자식의 목을 따러’ 침입자들이 오고 있으니 맞서 싸우라고 독려하는 무장 선동가이기 때문이다. 어린이용 가사엔 ‘아빠의 관을 같이 들기를 바란다’고 적혀 있기도 하다.

<YONHAP PHOTO-5946> [올림픽] 여자 배구, 45년 만의 메달 도전 (도쿄=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6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한국과 브라질의 준결승전. 한국 주장 김연경을 비롯한 선수들이 태극기를 바라보며 애국가를 듣고 있다. 2021.8.6 jieunlee@yna.co.kr/2021-08-06 21:01:55/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1792년 7월 의용군 517명과 대포 두 대가 마르세유를 떠나 파리로 행진을 시작한다. 혁명에 참여하러 죽을 각오를 하고 떠난 이들에게 자코뱅당 지도자들은 ‘라 마르세예즈’의 가사가 인쇄된 리플릿을 나눠줬다. 혁명을 위한 노래지만 정작 이 노래를 만든 군인 클로드 조제프 루제 드 릴은 왕당파로 낙인찍혀 단두대로 갈 뻔하다 가까스로 풀려났다. ‘라 마르세예즈’는 2015년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샤를리 에브도 테러 때 파리 시민을 하나로 모으는 구심점으로 작용하는 등 국민 대통합의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불순한 그 피로 우리의 밭고랑을 적시자!”라는 마지막 구절이 식민주의적이며 소수민족을 배제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미국인은 국가를 참 자주 부른다. “오, 말하라 성조기는 지금도 휘날리고 있는가, 이 자유의 땅, 용자들의 고향에서?”라고 끝나는 ‘성조기’는 야구 경기를 비롯한 각종 스포츠 경기가 시작하기 전에 불리며, 정치 집회와 학교 바자회에서 불리고, 수퍼마켓 신장 개업 행사에서까지 불린다. 포탄이 떨어지는 성벽 위에서 나부끼는 성조기를 묘사한 이 노래는 1814년 여름 영국군이 볼티모어 요새 중 하나인 맥헨리성을 폭격했을 때 변호사 프랜시스 스콧 키가 반영(反英) 감정을 담아 만들었다. 취재차 미국을 방문한 저자는 국가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빈곤층까지도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에 의문을 갖는다. 나이지리아 출신 이민자로, 나이지리아 국가를 만든 6명 중 한 명이기도 한 바바툰드 오거네이크 델라웨어 대학교 공과대 학장의 말이 의문을 해결하는 실마리가 된다. “‘자유의 땅과 용자들의 고향’이라는 말은 여전히 진실한 울림이 있어요. 여기서는 내 자신이 될 수 있어요. 기여할 뭔가를 가지고 있으면 사람들이 환영해 줘요. 그 노래 속에는 그런 뭔가가 있어요.”

폭넓은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국가의 다층적인 의미를 진득하게 파헤친 책이다.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여행기 형식으로 포장해 가독성을 높였다. 한국어판 서문에서는 우리나라와 몰디브가 공통적으로 한때 스코틀랜드 가곡 ‘올드 랭 사인’의 곡조를 국가에 차용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준다. 일본 이야기를 하면서는 기미가요의 전체주의적 색채에 반발한 일본 교사들이 벌이고 있는 저항운동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모국인 영국 국가 ‘신이여 여왕 폐하를 구하소서’에 대해서는 “영국이나 그 국민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다”고 냉소하면서 영국과 국가의 멜로디가 같은 리히텐슈타인의 사례와 비교한다. 저자는 말한다. “나는 우리 모두가 국가를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를 잘 살펴보고, 이 노래가 우리를 대변하는 게 괜찮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말이다.” 원제 Republic or De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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