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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식·원자재 다 거품낀 건 처음… 내리막길 고통스러울 것” 비관론 습격

鶴山 徐 仁 2021. 8. 13. 12:56

“집·주식·원자재 다 거품낀 건 처음… 내리막길 고통스러울 것” 비관론 습격

 

[Mint] [Cover Story] 투자 구루들이 말하는 ‘비관론의 3가지 이유’

 

신수지 기자

오명언 인턴기자


입력 2021.08.13 03:15

 

 

신종 코로나 대유행(팬데믹) 이후 글로벌 주식시장은 무서운 속도로 부풀어 올랐다. 그동안 Mint가 만난 많은 투자 구루들이 이를 놓고 우려와 경고의 메시지를 내놨다. 사와카미 아쓰토 사와카미투신 회장은 “증시 거품 붕괴까지 1년 이상 걸리지 않으리라 본다”고 했고,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은 “시장이 하락할 소지가 다분해 우려스럽다”고 했다. 앤드루 팔린 워싱턴피크 대표는 “2000년 ‘닷컴 버블’보다 훨씬 더 큰 거품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와 정반대로 주식시장은 기록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S&P500 지수는 올 들어서만 40차례 넘게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최근에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물가가 끊임없이 치솟는 등 증시 환경을 위협하는 악재들이 연달아 터져 나오고 있지만, 시장 심리는 여전히 낙관적이다. 특히 애플과 알파벳, 테슬라 등 그동안 상승장을 견인해온 대형 기술주들이 2분기에도 좋은 실적을 기록하며 주식시장을 떠받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 심리가 활황일 때가 바로 매도 신호’라는 월가(街)의 격언이 무색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박상훈

 

 

주식시장의 ‘대세 상승’은 앞으로도 계속되는 걸까. 다시 한번 세계적 투자 구루들의 의견을 물었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Mint에 “올해 말부터 약세장(bear market)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다시금 비관론의 편에 선 것이다. 48년 경력의 월가 베테랑이자, 투자자문사 콘트래리언 매크로 어드바이저스의 수석 전략가인 데이비드 헌터는 “내년 미국 증시는 고점 대비 70~80% 하락할 것”이란 충격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들이 증시가 고꾸라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Mint가 이들이 비관론의 편에 선 이유 세 가지를 살펴봤다.

①버핏 지수 200%, “더는 못 오른다”

비관론자들은 가장 먼저 “주식 가격이 더는 오를 수 없는 한계 수준에 다다랐다”고 평가한다. 증시에 거품이 끼어 있는지 확인하는 대표적 지표 중 하나가 ‘버핏 지수(Buffett Indicator)’다. 미국 증시 전체 시가총액을 GDP(국내총생산)로 나눈 것이다. ‘투자의 귀재’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특정 시점의 주식 가치가 적정한지 따지는 가장 좋은 지표”라고 밝힌 뒤 이렇게 불린다.

통상 이 지수가 70~80%면 저평가된 것으로, 100% 이상이면 거품이 낀 것으로 본다. 닷컴 버블이 터지기 직전인 2000년 1분기 버핏 지수가 137%였다. 10일 현재 버핏 지수는 203%다. 역대 최고치다. 자산운용사 테이스코퍼레이션의 필립 테이스 대표는 Mint에 “S&P500 기업들의 주가를 직전 12개월 순이익으로 나눈 후행 PER(주가수익비율)도 28배를 넘었다”며 “이는 닷컴 버블이나 글로벌 금융 위기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이는 앞으로 주식 투자로 손실을 볼 수 있으며, 수익을 보더라도 아주 낮은 수익률에 그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가계 자산에서 주식의 비율도 폭등했다. 그만큼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미국 가계 주식 보유율은 59.5%로, 닷컴 버블 직전인 2000년 1분기(61.7%)에 거의 근접했다. 통상 이 비율이 폭등하면 이듬해부터 S&P500 수익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미 증권사 찰스 슈와브에 따르면 가계 주식 보유율이 29% 이하를 맴돌았을 때 향후 10년간 S&P500의 연평균 수익률은 16.3%였다. 그러나 2000년 닷컴 버블과 2007~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처럼 가계 주식 보유율이 54.6% 이상으로 증가한 경우, 향후 10년간 S&P500 연평균 수익률은 4.1%에 그쳤다.

헤지펀드 업계의 ‘전설’로 불리는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최근 MSNBC에 “버핏 지수 급등부터 가상화폐 광풍, 주택 시장 과열, NFT(대체 불가 토큰) 열풍까지 내가 업계에 몸담은 이후 가장 큰 버블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1990년대 일본 버블 붕괴와 2000년 닷컴 버블 붕괴를 예측한 세계적인 투자자 제러미 그랜섬 GMO 설립자도 로이터통신에 “모든 지표가 시장이 2000년 닷컴 버블 당시보다 과열돼 있음을 가리킨다”고 했다. 이어 “주식, 주택, 원자재 등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거품이 낀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올라가는 길은 모두에게 부를 가져다줬지만, 내려가는 길은 어느 때보다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②“2분기에 경기 정점 지났다”

이 같은 자산 버블 논란에도 그동안 투자자들이 계속 주가 상승에 베팅한 건 경기 회복과 성장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비관론자들은 “이런 기대감도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올 2분기를 기점으로 경기가 고점을 통과해 하강하는 ‘피크 아웃(Peak-out)’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미국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6.5%(연율)로 시장이 전망한 8.4%에 한참 못 미쳤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경제학자는 “미 경제는 2분기에 정점을 찍은 뒤 눈에 띄게 둔화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경기 부양책 효과가 1년 후엔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분석가도 “월가에선 이미 기업 실적과 경제성장, 통화정책 모두 정점에 도달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역시 경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작년처럼 경제활동이 전면 봉쇄될 가능성은 낮지만, 소비 회복에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또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을 심화시켜 제조업에도 타격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우려는 벌써 여러 통계에 반영되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의 경제 체감도와 소비 의향을 보여주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는 7월 81.2로 전월(85.5)보다 5.0%나 하락했다.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 기업들의 생산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ISM 제조업 지수도 지난 3월 64.7로 38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공급 부족 사태로 석 달 연속 하락하고 있다. 6월 ISM 제조업 지수는 60.6으로 시장 전망치(61.0)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지난달부터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경기 정점 논란에 더욱 불이 붙었다. 지난 3월 경기 회복 기대감에 팬데믹 이후 최고치인 1.7%대까지 올랐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달 3일 1.175%까지 급락했다. 통상 물가가 오르면 채권 금리는 상승(가격은 하락)한다. 물가를 반영한 채권의 실질 수익률을 떨어뜨리고,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어 현재 유통 중인 채권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데도 국채 금리가 급락하는 건 투자자들의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고문은 CNBC에 “최근 국채 금리는 경제성장이 정점에 이르렀고, 하락하기 시작했다는 투자자들의 인식을 반영한다”며 “국채 금리 하락은 더 이상 증시에 좋은 소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③'스태그플레이션’ 우려 확산

비관론자들은 결국 이 같은 자산시장 버블과 성장세 둔화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불황(stagnation)’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말로, 물가가 치솟는 동시에 경기가 침체되는 현상을 뜻한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경우 성장 둔화로 주가가 하락하고,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채권 가치도 떨어지게 된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미국 물가연동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치인 -1.18%를 기록했다. 짐 로저스 회장은 Mint에 “이미 경제는 더 강세를 보일 수 없을 정도로 정점을 찍었지만, 중앙은행은 여전히 돈을 찍어내며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다”며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리라 본다”고 말했다.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닥터 둠(Dr.Doom)’이라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과 2008년 금융 위기가 결합한 ‘스태그플레이션 부채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달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문에서 “완화적인 통화·재정 정책은 자산 및 신용 거품을 계속 부풀렸고, 동시에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며 “(코로나로 촉발된) 보호무역주의와 선진국 및 신흥국의 인구 고령화, 고비용 지역으로의 제조업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자국 복귀) 등 공급 충격이 발생할 때마다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루비니 교수는 앞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정책 딜레마’에 빠지게 되리라 예상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 금리를 인상하면 대규모 부채 위기와 심각한 경기 침체를 촉발할 위험이 있고,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한다면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을 겪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1980년대 초반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했을 때는 ‘경기 침체(recession)’가 발생했지만, 전 세계 부채 비율이 그 당시보다 3배 가까이 높아진 지금은 ‘경제 공황(depression)’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속도 느려도 경제 계속 성장” 반론

다만 월가에선 이 같은 우려가 과도하다는 시각도 많다. 지난해 코로나로 발생한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경제 성장 속도가 둔화할 수는 있으나, 아직 정점에 도달한 건 아니라는 주장이다. 억만장자 투자자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회장은 CNBC에 “5조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이 남아있고 실질 임금이 상승하고 있으며, 가계 저축도 많이 쌓여 있다”며 “이 모든 건 경제 성장과 수요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채 금리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이며, 사람들이 경제 회복을 체감하기 시작하면서 올 연말에는 금리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골드만삭스도 “실업수당이 조기 종료된 25개 주에서 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감소하고, 식당 및 숙박업을 중심으로 구인난이 빠르게 완화되는 등 노동 공급이 회복되는 모습이 확인되고 있다”며 경제 회복이 지속하리라 전망했다.

델타 변이 확산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JP모건의 데이비드 켈리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코로나가 네 번째 확산하고 있지만, 실제 경제적 파장은 단 한 번뿐이었다”며 “기업과 근로자, 소비자가 팬데믹 상황에 적응하면서 미국 경제는 바이러스에 덜 취약해졌다”고 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도 지난달 “지난해와 비교해 코로나가 확산할 때 대처하는 방법을 익힌 상태이기 때문에 델타 변이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훨씬 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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