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불복 군부의 쿠데타...“아웅산 수치, 군부에 의해 구금”
이벌찬 기자
입력 2021.02.01 08:11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이 2019년 6월 3일(현지 시각) 체코를 방문해 군 사열을 받고 있다./EPA연합뉴스
‘아시아의 만델라’라 불렀던 미얀마의 실권자 아웅산 수치(75) 국가고문이 군부에 의해 구금 중이라고 AFP 통신이 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집권 여당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의 묘 뉜 대변인은 이날 수치 고문을 비롯해 윈 민 미얀마 대통령과 NLD 고위 인사들이 구금됐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묘 뉜 대변인은 통신에 “군부가 그들을 체포해 (미얀마의 수도인) 네피도에 감금했다고 들었다”며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사실상 군부의 쿠데타가 시작됐다고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국민들이 성급하게 대응하지 않길 바라며, 법에 따라 행동하길 바란다”며 “자신도 구금될 예정”이라고 했다.
미얀마 국영 TV·라디오 방송은 이날 오전 ‘기술적 문제’로 방송을 할 수 없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공지했다. AFP는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일부 이동통신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고, 양곤의 시청 청사 바깥에 군인들이 배치됐다”고 목격자를 인용해 전했다.
미얀마의 실권자인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과거 양곤 자택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AP뉴시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NLD에 완패하자 부정 선거였다는 주장을 펼치며 쿠데타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군 대변인인 조 민 툰 소장은 지난달 26일 선거부정 의혹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군부가 정권을 잡을 것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정권을 잡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하지 않겠다”면서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NLD는 지난해 11월 8일 실시된 총선에서 전체 선출 의석의 약 83%를 차지하며 압승했다. 수치 고문은 총선 승리를 계기로 군정 시절 헌법 개정을 추진하며 군부와 본격적인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에서는 군부가 상·하원 의석의 4분의 1을 지명하고, 국방·내무·국경 등 무력에 기초한 3개 부처 장관을 내부에서 지명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아웅산 수치는 15년간의 가택 연금과 온갖 탄압을 이겨내고 미얀마 민주화 혁명을 이끌어낸 인물로 평가 받는다.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해 53년간 지속된 군부 집권을 종식하고 문민정부를 수립한 것이 가장 큰 업적이다. 그러나 2017년 8월 이후 미얀마 정부군이 소수민족 로힝야족(族)에 대해 저지른 살인, 방화, 집단 강간 같은 조직적인 만행을 옹호해 비판의 대상이 됐다.
미얀마의 역사학자 탄 민유는 이날 AFP에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로 향하는 미얀마의 좁은 길을 지키는 것”이라며 “그러나 미래의 평화를 희생시키지 않고 위기의 해결책을 찾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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