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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김해 검증위 4명 “우린 들러리, 정부에 이용당했다”

鶴山 徐 仁 2020. 11. 19. 15:03

[단독]김해 검증위 4명 “우린 들러리, 정부에 이용당했다”

 

핵심 검증위원 4명 인터뷰

노석조 기자

주희연 기자


입력 2020.11.19 01:00

 

 

 

 

17일 오후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민항기가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리실 산하 김해 신공항 검증위원회 위원들은 18일 “(정부에서) 내놓은 자료가 너무나 불충분해 검증을 제대로 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또 “우리는 들러리를 선 기분이었다”면서 “정부에 이용당했다”고 했다. 본지는 이날 검증위 위원 총 21명 가운데 부산 등 특정 지역과 관련성이 적은 핵심 위원 4명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검증위원회의 한 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우리의 임무는 ‘김해 신공항 계획안 자체에 문제가 있다, 없다’라고 종합 결론을 내는 것이 아니라 국토부와 부울경(부산·울산·경남) 각 측의 말이 맞는지 검증하는 것이었는데, 이들이 낸 자료 자체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립되는 주장에 대한 근거 자료를 계속 요청했는데 그에 맞는 자료가 오지 않아 판단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검증위원은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얘기를 하는데 자료가 없어 그럴 수 없었다. 이견이 생기려야 생길 수 없었다”고 했다.

교수 출신의 한 검증위원은 “어제 검증위 발표가 나오자마자 더불어민주당이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추진한다는 말을 듣고 솔직히 황당하고 어이없었다”면서 “여권의 ‘답정너’ 전략에 들러리를 선 기분”이라고 했다. 또 “(산을 그대로 두려면 지자체와 협의해야 하는데 그게 없어서 문제라는) 법제처 유권해석으로 (근본 재검토) 결론을 냈는데 황당하다”고 했다.

 

김수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검증결과를 발표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또 다른 위원은 “가덕도 신공항안은 김해 신공항보다 더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프랑스 전문 기관에서 이미 받았는데, 김해 신공항에 문제가 있다고 가덕도로 가겠다는 논리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여권이 부산시장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억지 논리로 김해 신공항안을 백지화하고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려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권이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오거돈 전 시장 성추행 심판’에서 ‘가덕도 신공항 찬반’ 문제로 뒤바꾸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은 “10조원짜리 선심성 지역 사업으로 민심의 눈을 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선거를 위해 막대한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정책을 엿 바꿔 먹듯이 뒤집었다”며 “지역 이기주의를 이용한 포퓰리즘 정치”라고 했다.

 

“與 가덕도 특별법 정말 황당… 태풍 길목이라 위험한데 공사 되겠나”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검증위원회에 참석한 일부 위원은 “김해 신공항 계획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검증위 결과가 나왔다고 가덕도 신공항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검증위 한 위원은 18일 본지 인터뷰에서 “가덕도 신공항은 김해 신공항보다 훨씬 현실성이 떨어진다. 공사가 될 거 같냐”면서 “절대적으로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수심이 크고 태풍이 가는 길이라 안전 면에서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가덕도는 현 김해공항 위에 있어 공역이 겹치는 등 여전히 문제가 많다”면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아무것도 모르고 얘기하는데 우리가 이런 거는 검증위에서 아무 코멘트 못 했다”고 했다.

검증위 안전 분과 소속 한 위원은 “정부가 왜 김해공항 대신 가덕도를 내세우는지 모르겠다”면서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공항 설계 회사로서는 세계 3대 권위 기관이고 얘네가 김해공항의 절묘한 V자 활주로라는 ‘신의 한 수’를 찾아냈는데 참 어이가 없다”고 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사실상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론을 내렸다.사진은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항 일대의 모습./김동환 기자

 

 

또 다른 위원은 “전문가로서 들러리 선 기분이 든다”면서 “검증위 내에서 논란이 됐던 사항을 갑자기 ‘법제처 유권해석’으로 결론을 내니 황당하다”면서 “공항 주변 산악 장애물 문제를 제기하는데 어느 공항에나 장애물은 다 있어서 그걸 존치하는 쪽으로 다들 한다. 공항마다 다 비행기 우회로가 있다”고 했다. “검증위는 애초에 종합 검증을 하라는 임무를 받은 게 아니라 안전성과 환경 등 4개 분야의 일부분에 대한 검증을 하라는 훈령을 받은 것뿐”이라며 “지금 정치 논란의 비난을 검증위가 다 뒤집어 쓰는 것 같다”고도 했다. 또 “말이 ‘김해 신공항 검증위’지 사실은 ‘안전성소음환경시설에 대한 검증위’라고 하는 게 정확하다”고 했다.

교수 출신 한 위원은 검증위가 김해 신공항이 3800만명 수요까지 충족해서 입지 여건상 제한적이라는 결론에 대해 “만약 3800만명 넘으면 그때 가서 다른 공항을 찾으면 된다”면서 “그런데 그게 가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은 “위원이 무슨 말을 하느냐에 따라 외부에서 어떻게 해석될지 두렵다”면서 “말을 못 하겠다”고 했다.

본지 취재 결과, 검증위는 검증위원들 간 극심한 의견 충돌로 심사 절차가 파행을 거듭해 발표 시기도 4개월 지연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검증위 안전 분과는 이견이 심해 지난 9월 검증위 위원들이 회의에 불참하고 반대 주장 위원들과 격하게 충돌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에 따르면, 검증위는 지난해 12월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의 지시로 안전·소음·환경·운영 수요 4개 분야 각 5명씩 위원 21명으로 구성됐다. 총리실은 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위원 20명의 명단을 철저히 비공개 처리했다. 또 총리실은 이 검증위를 조직하면서 공항 타당성 평가의 핵심 요소이자 김해공항의 강점인 경제성 관련 항목은 쏙 빼고 안전·시설 운영 등 일부 분야만 선별해 ‘검증’하라고 했다. 이번 검증 결과에서 경제성 평가가 전혀 나오지 않은 이유다. 정부가 종합 평가가 아닌 일부 항목에 대한 평가만 맡겨 놓고 그 결과로 사실상 김해 신공항안을 백지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들의 말말말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가덕도 신공항안을 띄우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만들어 신속하게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당원의 부정에 따른 보궐선거엔 불공천한다는 ‘문재인 당헌’을 스스로 깨고 부산시장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자기들이 만든 원칙까지 뒤집었다”는 비판이 컸다. 하지만 가덕도 신공항 논란이 불붙으면서 오거돈 성추행 심판과 불공천 번복 문제는 수면 아래로 묻히고 있다.

부산 지역에선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민심이 들썩이고 있다. 정치권에선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퇴로 열세에서 선거전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민주당이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김해 신공항을 백지화하며 가덕도 신공항 카드를 꺼내 여론 뒤집기에 나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집권 여당은 선거를 앞두고 여론 악화로 궁지에 몰렸을 때 굵직한 정책 이슈로 선거 구도를 180도 바꾼 적이 많다. 지난 4월 총선 때는 코로나 위기와 정권 심판론을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카드로 뒤바꿨다. 2002년 대선 때는 신행정수도 공약으로 충청권 표를 공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