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톡] 일본 근해 항모 2척 떴다...미·일, 중국 겨냥 대규모 연합훈련
미·일, 일본 근해서 5일까지 4만6000명 참여한 ‘킨소드’ 연합훈련
미·일 연합훈련은 증가·강화되는데 한미는 2018년 이후 훈련 중단
입력 2020.11.01 14:00
미국과 일본이 항공모함 2척 등 대규모 함정과 병력을 투입해 일본 근해에서 지난달 26일부터 실시중인 ‘킨 소드’(Keen Sword) 연합훈련 영상이 공개됐다. 킨 소드는 1986년 이후 2년마다 실시해온 미일 연합 훈련으로, 올해 훈련엔 모두 4만6000여명의 양국 병력이 참가하고 있다. 특히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연합 상륙훈련을 통한 센가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상황 대응 등 중국을 겨냥한 훈련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다.
◇美 항모 레이건함, 경항모 개조될 日 헬기 항모 참가
미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에는 미 7함대 소속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과 일본 해상자위대 헬기 항모 가가함 등 2척의 항모와 미일 이지스함, 보급함 등 10여척의 함정이 등장한다. 로널드 레이건함은 일본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한 미 7함대 소속으로, 한반도 위기상황 때 종종 동해 등 한반도 인근에 출동했다. 길이 332m, 폭 76m로, 만재 배수량은 11만t에 달한다. FA-18 E/F ‘수퍼 호넷’ 전투기 등 80여대의 함재기를 탑재하고 있다.
일본 가가함은 이즈모급 헬기 항모의 2번함이다. 길이 248m, 폭 38m로 헬기 14대(평상시엔 9대)를 탑재한다. F-35B 수직이착륙기를 탑재하는 경항모로 개조될 예정이다. 가가함은 태평양전쟁 초기 진주만 기습에 참가했다가 미드웨이 해전에서 격침된 항모의 이름을 땄다.
지난달 26일 시작된 2020 '킨 소드' 미일 연합 훈련 장면. 4만6000여명의 미일 양국군과 미 항모, 일본 헬기항모 등이 참가한 가운데 오는 5일까지 실시된다. /미 해군 홈페이지
오는 5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훈련에는 사이버·전자전에 대한 훈련이 처음으로 포함됐다. 하지만 더 주목받는 것은 미 해병대 제3해병 원정군(III MEF)과 ‘일본 해병대’로 불리는 일 육상자위대 수륙기동단이 실시하는 연합 상륙 훈련이다.
이 훈련은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센가쿠 열도 분쟁 상황에 대비한 것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이 센가쿠 열도의 섬을 점령할 경우 미·일 해병대가 연합해 섬을 탈환하는 시나리오다. 일본은 공식적으로는 해병대를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중국 등을 겨냥해 2018년 3월 첫 육상자위대 소속 상륙부대를 창설했다.
◇유사시 센카쿠 열도 탈환 등 중국 겨냥한 훈련
케빈 슈나이더 주일미군 사령관은 기자회견에서 “미일의 통합적인 운용 능력은 센카쿠 열도를 방위하기 위해 전투 체제를 갖춘 부대를 수송하는 데 사용할 수 있으며, 앞으로 사용할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슈나이더 사령관은 앞서 지난 7월에도 “센카쿠 열도의 상황에 대해 미국은 일본 정부를 돕는 의무를 다할 것”이라며 미군으로서 주변 해역의 경계 감시 등을 강화해 일본을 지원할 생각임을 밝힌 바 있다.
이번 훈련에 일본 자위대에선 약 3만7000여명의 병력과 함정 20척, 항공기 170대가. 미군에서는 7함대를 중심으로 약 9000명의 병력이 참여하고 있다. 캐나다 해군도 함정 1척을 파견했다. 영국, 호주, 캐나다, 프랑스, 인도, 필리핀 외에 우리나라 주일 무관도 참관국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번 훈련은 미국이 중국에 대응해 만든 미·일·인도·호주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Quad) 회원국의 연합훈련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은 이번 훈련에 앞서 지난달 27에는 인도와 콜카타급 미사일 구축함 등을 동원해 북부 아라비아해에서 연합 훈련을 가졌다. 지난 7월엔 호주와 남중국해 해역에서 함정 9척과 항공기를 동원한 연합 훈련을 실시했다.
전문가들은 2018년 미북 정상회담 이후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된 가운데 미일 연합훈련은 강화되고 있는 양상에 주목하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2018년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한미 양국은 대대급 이하 소규모 연합훈련은 지속하고 있지만 연대급 이상 훈련은 중단, 각자 실시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 미일 연합훈련의 강도와 횟수는 강화되고 늘어나는 상태다.
◇"미일 연합훈련 40% 이상 증가"
아태지역에서 군사력을 확장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활용하려는 미국의 의도와, 이런 공세적 훈련을 통해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로 변신하려는 일본의 의도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미군은 대규모 한미 훈련이 중단된 뒤 그 공백을 미일 훈련을 통해 메우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주일 무관를 지낸 김종태 한국국방외교협회 이사는 올초 언론 기고문을 통해 “2019년 일본 방위백서에 나타난 통계를 보면 자위대는 최근 1년간 총 38회, 연장 일수로 406일간 미군과 단독 연합훈련을 했다”며 “3년 전인 2016년의 훈련 횟수 26회, 연장 일수 286일과 비교하면 각각 4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일 연합훈련이 활발하게 이뤄진 배경은 주변국과의 불안정한 요소도 있겠지만 미국이 새로운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라 한국보다는 일본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자 하는 의도마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미일 양국은 규모가 큰 것만 10종류 이상의 각종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미 해병대는 지난 1월 홋카이도 야우스베쓰 훈련장 등에서 일본 육상자위대와 ‘노던 바이퍼’(Northern Viper)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오키나와 미 해병 2300여명과 일 육상자위대의 보병 650여명, 포병 500여명이 각각 참가했다. 지난 2월엔 일본 북부 아오모리현 미사와 기지 인근에서 대규모 미·일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 괌 앤더슨 기지에 있는 미 공군 B-52 전략 폭격기1대와 미일 전투기 등 50여대의 항공기가 참가했다.
지난달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첫 공개된 5연장 600mm급 초대형 방사포.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열병식에서 미국과 남한을 겨냥한 북한의 신무기들이 대거 등장한 점을 감안할 때 중단 상태인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을 재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선중앙TV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달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각종 신무기가 등장한 점 등을 감안할 때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 중단 상태를 더 이상 지속해선 안되며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신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 신형 전략무기와 초대형 방사포 등 남한을 위협하는 신무기들을 대거 등장시켜 2018년 이후 이른바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도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아파치 헬기 사격 등 주한미군 훈련여건 문제 조속히 해결돼야
이와 함께 최근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 등 미측이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는 주한미군 훈련여건 보장문제도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한미군은 주민 민원 때문에 아파치 공격헬기 훈련장소를 경기도 포천 로드리게스 사격장에서 경북 포항 수성사격장으로 옮겼다. 하지만 수성사격장에서도 인근 주민들의 민원 제기로 실사격 훈련이 중단됐다.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배치된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들.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들의 실탄사격 훈련이 훈련장 인근 주민 민원 때문에 어려워지자 철수설도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제병협동훈련과 아파치 헬기 등 항공훈련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해왔다. 제병협동훈련은 보병,포병,기갑, 항공 등이 지상과 공중에서 입체적으로 벌이는 훈련인데 2018년 이후 사실상 중단 상태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지난 7월 한미동맹재단 초청 강연에서 “최근에 폐쇄된 사격장, 민간 시위로 불충분한 사격장 사용 등으로 우리 준비태세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고, 제병협동훈련을 막는 준비태세를 소모하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강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토로했었다.
지난달 미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미측이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강경한 입장을 보였는데 그 배경에는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불만을 토로해온 주한미군 훈련여건 보장문제가 있다는 후문이다. 군 소식통은 “아파치 헬기 실사격 훈련 등 주한미군 훈련여건 보장 문제가 가까운 시일내 해결되지 않으면 주한미군 아파치 부대 철수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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