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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이 오고 있다[오늘과 내일/하임숙]

鶴山 徐 仁 2020. 9. 21. 14:14

하임숙 산업1부장 입력 2020-09-21 03:00수정 2020-09-21 03:00


한계상황에 내몰린 기업들 점점 늘어… 추울 때 외투 돼줄 정부에 큰 구멍

 

하임숙 산업1부장

 

“매출이 제일 컸던 곳이에요 거기가. 그런데 지금은 매장 문을 닫은 채 임차료만 내고 있어요. 예전엔 아무리 어려워도 다음번 입찰 때 불이익이 있을까 봐 매장을 빼는 건 상상도 못 했는데…. 살아남아야 다음이 있는 거죠.”

프랜차이즈 외식업을 하는 한 브랜드의 경영자는 여행객이 모여들어 집객 효과가 뛰어났던 공항 점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곳은 전국에 100개 가까운 매장을 열고 직원 1500여 명을 고용한 중견급 브랜드다. 그런데 이 경영자는 요새 백화점이고 호텔이고 일단은 매장을 철수해 살아남을 궁리부터 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인건비가 급증하는 바람에 이 브랜드는 매출이 10%만 줄어도 적자가 나는 구조다. 올 들어 전국 매장의 매출은 25∼30% 줄었다. 배달 주문이 늘면서 오프라인 매장의 손실을 어느 정도 줄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임차료가 싼 지하나 배달 전문매장으로 운영하지 않는 한은 말이다. 코로나 시대라 외식기업들에 대한 금융대출도 끊겼다. 이 상태라면 아무리 자금력이 있는 중견급 기업이라도 1년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물론 폐점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계약기간이 남은 상태에서 임대인들이 곱게 봐주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요지에 있는 한 호텔에서 매장을 빼려는 움직임을 보였더니 호텔 측은 “소송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 몇 배로 물어내고 고생할 거다”라고 했다. 한두 군데도 아니라서 줄소송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니 진짜 눈앞이 깜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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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팬데믹이 지나고 어느 정도 소비활동이 다시 이어진다 싶던 차에 온 2차 팬데믹은 그래서 더 타격이 컸다. “이제는 몇 개월만 버티면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기대를 접어야 하겠죠? 업종을 바꿔야 하나도 생각하고 있어요.”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커지고 있으니 아예 제조만 하는 곳으로 바꿀까. 육가공 공장을 살까 찾아봐도 어느 정도 괜찮은 물건은 씨가 말랐다. 이미 투자전문 운용사들이 한 차례 휩쓸고 갔기 때문이다. 계약해서 대신 제조해주는 공장은 매장에 넣는 대량 제품이 아닌 소량 HMR는 잘 만들어주지도 않는다.

아니면 최첨단 기계가 주문이 들어오면 음식을 즉석에서 만들어 주고 손님들이 알아서 가져가는 무인점포를 운영해볼까. 하지만 이것 역시 준비에 1, 2년은 걸리고 대형 투자가 필요하다. 살아남는 게 목표인 현재로선 꿈만 꾸어볼 수 있는 일이다.

외식업계는 이제 개개인이 운영하는 소형 매장을 넘어 어느 정도 규모 있는 기업들마저 버티기 힘든 한계상황에 점점 내몰리고 있다. 외식업계만 아니다. 전국의 어느 공단이든 자동차 부품 공장, 조선 부품 공장, 기계 공장들이 줄줄이 라인 가동이 중단됐다. 요즘 가동되는 공장은 재택근무로 반짝 인기가 오른 잠옷 공장과 이불 공장뿐이라는 말도 나온다.

 

항공업계는 이미 한계에 내몰려 종사자들이 회사를 그만두거나 그만둔 것에 못지않은 고통을 겪고 있다. 둘 다 항공업계에 종사하는 어느 부부는 무급휴직을 한 지 3개월이 넘어서자 배달 아르바이트에 나섰다. 아이를 국제학교에 보낸 항공업계-여행업계 커플은 졸업이 1년여 남은 아이의 전학을 고민 중이다. 조선업계는 올 들어 단 한 건의 물량을 수주하지 못한 곳이 많다. 이 기업들은 고용인원이 기본 1000명을 넘어서는 곳들이라 한계상황이 지속될 경우 대량 실직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바람이 차가울 땐 외투가 필요하다. 국민과 기업들의 외투는 정부다. 하지만 그 외투가 충분히 두껍지 않고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다. 큰 고민 없이 내지르는 전 국민 통신비 지급 같은 정책이 더 큰 구멍을 낼 것 같아 걱정이다. 한겨울이 오고 있다.

하임숙 산업1부장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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