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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석 칼럼] 다른 車票 들고 같은 곳 가는 척한 南과 北

鶴山 徐 仁 2019. 1. 19. 17:21


[강천석 칼럼] 다른 車票 들고 같은 곳 가는 척한 南과 北

조선일보
  • 강천석 논설고문          

  • 입력 2019.01.18 23:22


    미국·일본·북핵 전문가 몰아낸 '焦土 外交'의 참담한 결말
    북핵 정책 국민 속였으면 欺瞞, 결과 예측 못 했다면 無能

    강천석 논설고문
    강천석 논설고문

    동일한 사태를 놓고 대통령은 '성공했다', 국민 절반은 '실패했다'고 한다면 그 나라는 어떻게 될까. 대통령과 국민이 다른 말을 사용하고 다른 판단 기준을 갖고 있는 나라의 장래는 어떻게 될까. 그런 나라는 예외 없이 얼마 안 가 국가 명운(命運)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해졌다. 하늘에 닿는 탑을 쌓으려다 하늘의 노여움을 사 위아래 사람들이 서로 뜻을 통할 수 없도록 말을 뒤섞어놓는 바람에 무너지고 말았다는 바벨탑(塔)의 일화가 이런 경우다. 한국·미국·북한이 서로 다른 말을 사용하면서 쌓아왔던 북핵(北核) 정책이 바벨탑의 운명을 좇고 있다.

    북핵 폐기(廢棄)를 논하는 외교 무대에서 '북핵 폐기'라는 용어는 퇴출(退出) 신세다. 그 자리는 '조선 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라는 수상한 단어 차지가 됐다. 통일부장관은 남과 북이 사용하는 '한반도 완전 비핵화'와 '조선 반도 비핵화'는 의미 차이가 있다고 시인했다. 최종 행선지(行先地)가 다르다는 뜻이다. 남과 북이 서로 다른 차표(車票)를 쥐고 같은 곳으로 가는 척해왔다는 것이다.

    미국은 어떨까. 미국 한반도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를 향한 불만을 이렇게 표시했다. "한국은 비핵화 과제를 미국에 떠넘기고 남북 관계에만 골몰했다." 최대 피해자 한국이 '뜨겁지 않다'는데 미국이 더 뜨거워할 이유가 없다. 며칠 전 미국 국무장관은 미·북 협상과 관련 "최종 목표는 미국민의 안전"이라고 했다. 정직한 발언이다. 위기 해결의 운전석에 앉았다는 한국 대통령이 "최종 목표는 한국 국민의 안전"이라고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북한 통일전선부장 김영철이 2차 미·북 정상회담 일정을 짜기 위해 17일 워싱턴에 도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때를 맞춘 듯 "대통령으로서 제1의무는 미국 수호다. 미국을 향해 언제 어디서 어떤 미사일이 발사돼도 반드시 탐지해 파괴하겠다"고 했다. 과녁이 핵무기에서 미사일로 슬그머니 이동했다.

    북한 핵무기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결합될 때 미국을 향한 현실적 위협이 된다. 트럼프 입장에선 우선 북한 ICBM만 폐기하거나 현 상태에서 동결(凍結)하기만 해도 '미국 국민을 보호하는 최종 목표에 다가섰다'고 자랑할 수 있게 된다. 국내 정쟁(政爭)에서 출구(出口)를 찾는 트럼프로선 물 만한 미끼다. 미국 민주당 출신의 차기 하원 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 발언도 뒷맛이 고약하다. '김정은이 모든 핵무기를 포기하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정밀한 감시 아래 북한이 제한된 숫자의 핵무기를 갖게 하고 미사일 관련 프로그램을 동결하게 한다면 미국은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했다.

    결국 이런 그림이 된다. '멀지 않은 장래에 미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한다. 미국은 핵 비확산(非擴散) 체제(NPT 체제)를 포기하진 않겠지만 '북한의 ICBM 폐기 혹은 동결 열차'를 먼저 출발시키고 '북핵 폐기 열차'출발은 다음으로 미룬다. 다음 열차가 언제 출발할지는 알 수 없다. 이 거래 과정에서 트럼프가 한국과 협의 없이 한·미 동맹과 주한 미군 문제를 협상 탁자에 올려놓을 가능성이 있다.'

    국가 지도자는 자신이 추진한 정책의 '의도(意圖)한 결과'는 물론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문재인 정권이 총력을 기울인 대북 정책을 중간 결산하면 북핵의 사실상 인정과 한·미 동맹 훼손, 주한 미군의 감축 혹은 위상(位相) 변경 위험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것은 의도한 결과인가. 그렇다면 국민을 속인 것이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면 무능한 것이다. 국가 안보 문제에서 '기만(欺瞞)'과 '무능'의 죄(罪)는 무게가 같다. 알고도 감췄다는 쪽이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예언자는 두 종류가 있다. '천국(天國)이 도래(到來)했다'는 예언자와 '심판의 날이 왔다'는 예언자다. 진짜 예언자와 가짜 예언자를 가리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언제'라는 질문이다. 대통령은 '핵 없는 한반도'가 눈앞에 다가온 듯 말해왔다. 이제 대통령을 향해 '언제'라고 물어야 한다.

    이 정권은 정부 안 미국 전 문가, 일본 전문가, 북핵 전문가 집단을 거세(去勢)하거나 변두리로 밀어냈다. 전쟁에서 후퇴하며 자기 나라 재산을 불태우는 것을 '초토(焦土) 전술'이라고 한다. 정부 안 외교·인적(人的) 인프라를 자기네 손으로 불태운 이 정권 수법은 '초토 외교'라고 부를 만하다. 나라는 벼랑에 섰는데 나라의 부름에 답해야 할 사람들은 전사자(戰死者)와 부상병밖에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18/201901180258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