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대한민국 探訪

[스크랩] 남유정 시 `모운동` 외 7편

鶴山 徐 仁 2017. 9. 16. 18:24


모운동 1

 

모운동*의 밤은

절벽처럼 떨어진다

 

별 속에 별이 있고

그 별 속에 또 별이 있는 걸

모운동에 살며 알았다는 사람은

별이 뿌리를 들썩이며

구름 사이로 반짝인다고 했다

10년째 모운동에 산다고 했다

모운동에서 이 생을 넘을 거라고 했다

 

잠을 밀어내고 폐교 운동장에서

하늘을 보았다

구름 속으로 달이

자꾸 숨었다

달을 찾다가 눈에 밟히는 별들을

한 개씩 몸에 심었다

 

나는 누구에게서

이 생을 넘어야 할까

골똘히 별이 깊었다

 

---

* 모운동 : 구름이 모이는 동네

 


 

모운동 2

 

모운동에 가는 것은

구름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일

세상에 없는 길을 찾아가는 길

이윽고 밤이 되어

구름 사이로 별이 깜빡이면

멀리서 오는 눈빛이

어찌하여 사랑을 이토록 빛나게 하는지

가슴에 손을 얹어 생각하는 일

내가 너를 향해 살아가는 것을

가만히 손길을 통해 전하는 일

 


 

 

모운동 3

 

구름이 저녁을 가만히

풀어 놓았지요

바람이 외로움의 이력을 읽는 저녁에

어떤 나뭇잎은 나뭇가지를 그만

놓아버렸지요

한 사람의 손을

놓아버린 적 있는 꿈이

소스라쳤지요

 


 

 

조팝나무

 

소담 한정식 담벼락을 지날 때

조팝나무가 팔을 뻗어 나를 만질 때

연두에서 연두로

연두에서 꽃으로

꽃에서 초록으로

징검다리처럼 건너뛰어 볼 때

내일 몰라보게 자란 연두가 오늘의 내게

말을 걸 때

흰 담벼락에 온몸으로 쓰는

한 생이 있어

말없이 그윽한 눈길을 읽으며 지나갈 때

 


 

 

감꽃은 연해서

 

꽃철이 조용히 지나가서

언제 왔다 가는지 모르게 문득

고개를 들면 이미

감이 자라고 있었지

큰 감잎 속으로 언제 익었는지

붉어진 후에야

골목길 옆 철제담 너머에

감나무가 자라는 걸 알았지

감꽃은 초록으로 스며드는 연두여서

연두로 스며드는 흰빛이어서

감꽃은 연해서

 


 

 

 

물에 떨어지는 맑은 빗방울은

눈으로 들어오는 애잔한 소리여서

둥글게 가슴 안으로 번지는 울림이어서

 

멍하니 바라보다 시간을 다 보냈지

연못이 비 듣는 걸 바라보는 것으로도

내 한나절은 족해서

 


 

 

빗소리

 

구름을 걸어온 말들이

자박자박

울타리를 치리

다정한 말이

마음을 간질여 주어

한나절 깊은 잠에 들리

섬에 갇히리

세상에 둘만 남으로

 


 

 

달 아래

 

상가를 다녀오는 길

죽음과 삶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서로 이름을 부르는

밤길

몽울몽울 구름이 번지는데

누구도 말이 없다

 

밤이 저 혼자

달을 한껏 부풀려 놓고

발아래가 너무 환하고

 

 

           *우리9월호 신작 소시집에서

               사진 : 세계문화유산 '경주양동민속마을'에서(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