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스트롱맨'에 둘러싸인 한국
입력 : 2016.11.10 03:16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 달 아베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여는 곳은 아베의 본적지인 야마구치현 온천 여관이다. 두 정상은 함께 온천탕에 몸을 담글 모양이다. 외신은 "벌거벗은 중년 남자 둘이 온천에서 양국 현안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러시아가 지배하는 쿠릴 네 섬 반환 문제를 말한다. 70년 동안 풀지 못한 난제를 훌렁 벗고 남자 대 남자로 해결한다? 실현되면 '마초 외교'의 역사적 장면이 될 듯하다.
▶푸틴 대통령의 근육 자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러시아 정부는 시베리아 숲에서 웃통을 벗고 사냥하고 얼음물에서 수영하는 사진을 유포한다. 총리를 별장에 불러 근육 운동을 지도하는 모습도 연출한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듯하면 꼭 이런다. '나이 예순넷에 민망하게 근육 자랑이라니.' 이런 느낌일 듯하지만 국민 반응이 열광적이다. 바닥이던 지지율 곡선이 신기하게 우뚝 선다.
▶얼마 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이런 현상을 '스트롱맨 숭배(cult of strongman)'라고 했다. 스트롱맨은 독재자 또는 장사(壯士)를 뜻한다. 러시아만이 아니다. 요즘 중국 걸 그룹은 노래로 시진핑 주석을 찬양하기 바쁘다. 중국 공산당은 시 주석을 '핵심'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집단지도체제에서 일인 지도 체제로 바뀌는 중국의 통치 구조를 상징한다. 10년 집권을 꿈꾸는 일본 아베 총리, 대중의 환호 속에서 국가 살인을 일삼는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 모두가 '스트롱맨 숭배'라는 기이한 현상의 결과라고 했다. 어제 미국도 '마초맨' 트럼프 후보를 차기 대통령으로 뽑아 이 대열에 가세했다.
▶팔구십 년 전에도 히틀러·무솔리니·스탈린이란 스트롱맨 트리오가 있었다. 근육질 경쟁을 하다 세상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그들은 우중(愚衆) 독재를 민주주의로 포장하고 대중의 불만을 세상을 향한 혐오와 증오로 능숙하게 돌렸다. 21세기 스트롱맨의 행태 역시 비슷하다. 이들을 향한 대중의 숭배 현상도 어쩐지 닮았다. 그래도 그때는 제정신 대통령이 이끄는 세계 최강 미국이 있었다.
▶한국은 지금 '마초 정글'에 둘러싸였다. 세계 4강
지도자가 모두 스트롱맨이다. '크레이지맨'에 가까운 북한 김정은까지 머리 위에 있다. 상황이 이러면 나라라도 정상이어야 하지만 우리 대통령은 해괴한 사건의 중심에서 식물 지도자가 됐다. 4강의 근육질 마초들이 우리 대통령과 악수나 해주려나. 여당은 지리멸렬, 야당은 당리당략, 국민은 분기탱천…. 정말 캄캄하다. 구한말 조상들이 느낀 위기의식이 이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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