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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할퀸 광안리 해변 보듬은 '외국인 세 모녀'

鶴山 徐 仁 2016. 10. 7. 12:40

태풍 할퀸 광안리 해변 보듬은 '외국인 세 모녀'


입력 : 2016.10.07 03:00

고사리 손으로… 갈고리 들고 백사장 뒤덮은 쓰레기 치워
"이런게 시민의식" SNS 큰 반향

- 나비효과
지나던 한국인들 청소 동참

부산 수영구 남천동에 사는 김은경(53)씨는 태풍 '차바'가 휩쓸고 지나간 지난 5일 오후 4시쯤 광안리해수욕장 해변도로를 걷고 있었다. 아픈 강아지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가는 길이었다. 광안리 동쪽 끝인 해변공원 옆 백사장 부근을 지나던 김씨는 고무장갑을 끼고 갈고리를 든 외국인 여성과 딸로 보이는 두 명 등 3명이 백사장을 뒤덮은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을 봤다.

김씨는 '자기네 나라도 아닌데 청소를 하다니 대단하네'라고 생각하며 이들을 지나쳤다. 민락동 쪽 동물병원에 들러 강아지 치료를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갈 때도 외국인 가족은 여전히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김씨는 "외국인들은 1시간도 넘게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던 것 같다"며 "그 모습을 보면서 '이 동네에 사는 나도 청소할 생각을 안 하는데…'라는 생각에 부끄러움과 함께 고마움, 가슴이 울컥해지는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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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강풍과 비를 동반했던 태풍‘차바’가 물러간 지난 5일 오후 4시쯤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고무장갑을 끼고 갈고리를 든 외국인 여성과 두 딸이 해변을 뒤덮은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한 시간도 넘게 쓰레기와 씨름하는 세 모녀의 모습에 감동한 한국인들도 힘을 보태 이들과 함께 청소를 했다. /독자 김은경씨 제공
김씨는 말없이 다가가 그들을 돕기 시작했다. 유치원생,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아이의 얼굴은 발갛게 익어 있었다. 조금 있으니 근처를 지나던 한국인 엄마와 두 딸이 합류했다. 김씨는 이들 외국인 가족의 모습을 휴대폰으로 찍고 20대인 두 자녀에게 '너무 아름다운 모습이다. 이게 선진국 마인드인가 보다. 너희도 보고 배워라'는 메시지와 사진을 보냈다.

큰딸은 "그렇네요"라 답을 보내고 이 사진들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 올렸다. 6일엔 인터넷, SNS 등으로 퍼지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아이고, 이뻐라', '고사리 같은 손으로, 부끄럽네', '이런 게 제대로 된 시민의식이다', '너무 감동적이다' 등등의 댓글이 달렸다.

광안리 백사장과 해변도로는 모래와 진흙, 해초류, 주변 가게 등에서 쏟아져 나온 물건으로 쓰레기 천지였다. 수영구 주민들과 자원봉사자, 공무원 등 400여명은 5일 오후 남천동 쪽에서 해변도로 중간쯤인 만남의광장까지 모래와 쓰레기 등을 치웠다. 6일엔 주민 외에 군인과 경찰 등 500여명이 만남의광장부터 외국인 모녀가 쓰레기를 치우던 서쪽 해변공원까지 복구 작업을 펼쳤다. 이복순 수영구 문화공보팀장은 "주민과 시민들의 참여로 광안리 해변도로 쪽 응급 복구는 6일 낮 12시쯤 마무리했다"며 "고맙다는 인사라도 하려고 SNS 등에 올라와 있는 외국인 모녀를 찾아봤지만 어디 사는 누군지는 알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민안전처는 태풍 '차바'로 인해 전국에 사망자 7명, 실종자 3명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5일 울주군 회야댐수질개선사업소 앞에서 주민을 구하기 위해 출동했다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던 울산 온산소방서 119구조대원 강기봉(30) 대원은 6일 숨진 채 발견됐다. 제주 출신인 강 대원은 지난해 4월 구급대원으로 채용된 새내기 소방관이었다. 그의 아버지도 제주에서 30여년간 소방관으로 근무하다 2014년 은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강 대원을 순직자로 지정해 유족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안전처는 피해 복구 비용으로 특별교부세 8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피해 주민에게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주는 재난지원금을 지자체가 우선 지급하도록 했다.

[안전처 또 늑장 문자]

울산 태화강 이미 범람했는데… "홍수주의보·안전지대 대피하라"


한편 안전처는 울 산에 5일 오전 6시 31분 태풍 발령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6시간 만인 낮 12시 29분에서야 태화강 홍수주의보 안내 및 안전지대로 대피하라는 긴급재난문자를 주민들에게 보냈다. 하지만 울산 태화강은 시간당 최고 104㎜의 비가 쏟아져 오전부터 범람한 상태였다. 안전처는 "국토교통부 낙동강 홍수 통제소의 통보(5일 낮 12시 13분)가 늦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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