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로 했다.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에 ‘상응하는 대가’ 차원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8·25 합의는 폐기됐고, 북한의 대응에 따라 남북 간 군사적 긴장상태가 고조될 가능성이 커졌다.
핵실험 다음날 보복조치 발표
박 대통령-오바마 20분 통화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 공조”
전략폭격기 B-2 배치 협의
중국, 북 대사 심야에 불러 비판
조태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7일 “8일 정오를 기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 차장은 “북한의 4차 핵실험은 유엔 안보리 결의 등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과 의무를 정면으로 위배한 것일 뿐만 아니라 비정상적인 사태를 규정한 8·25 남북 합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며 “만일 북한이 도발할 경우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4일 목함지뢰 도발사건 이후 정부는 응징 차원에서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으며, 남북은 무박3일 마라톤협상 끝에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다’ 등의 내용을 담은 8·25 합의를 발표했다.
이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강력한 제재를 위해 공조하기로 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7일 오전 9시55분부터 20분간의 통화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제재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은 흔들림 없을 것이라는 점을 직접 강조하기 위해 전화했다”고 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통화 말미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정의로운 결과를 얻어 낸 박 대통령의 용기와 비전을 높이 평가한다”며 “북한 핵실험이라는 공동의 도전에 대한 한·미·일 간 대응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미 정상 간 통화와 더불어 양국 군 당국은 미국이 보유한 전략무기들을 한반도에 들여오는 방안도 협의하고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이순진 합참의장과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어제(6일) 오후 직접 만났다”며 “이 자리에서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나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B-2, B-52 전략폭격기 등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두려워하는 무기들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외교부 고위층이 주중 북한대사관의 책임자에게 (항의한다는 뜻을) 명백히 밝혔다”고 말했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6일 심야에 지재룡 북한대사를 초치했다. 이와 별도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6일 저녁 베이징 영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연 외교단 신년 초대회에서 지 대사를 앞에 두고 “오늘 조선(북한)이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또다시 핵실험을 한 데 대해 외교부 성명을 통해 엄정한 입장을 표명했다”고 공개 비판했다. 한편 영국 외무부도 7일 런던 주재 현학봉 북한대사를 초치해 영국 정부의 비난을 강하게 전달했다.
신용호·정용수 기자,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novae@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