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7.18 05:30
-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前국립환경과학원장
4대강 사업을 반대해온 환경단체가 최근 큰빗이끼벌레라는 새로운 이슈를 들고 나왔다. 4대강에 설치된 보로 인해 수질이 나빠져 괴생물체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큰빗이끼벌레는 지금부터 20년 전 미국에서 들어온 외래종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지만, 여름철에 호수와 강, 그리고 작은 지천에 이르기까지 전국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큰빗이끼벌레 출현은 4대강 사업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증거로 4대강 사업 직전인 2009∼2010년에 낙동강 14개 지점에서 300여 개체가 조사된 사실을 들었다. 충북 옥천 보청천, 강원 춘천 공지천 등 4대강 사업과 무관한 곳에서 더 많이 살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큰빗이끼벌레는 생물학적으로도 산소 호흡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오염이 심한 곳에는 살 수가 없다. 환경부도 “큰빗이끼벌레는 독성이 없고 오염된 수역뿐만 아니라 청정수역에서도 출현한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나빠져 이 벌레가 나타났다는 것은 도를 넘은 거짓말인 셈이다.
-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이 지난 12일 충남 공주시 공주보에서 건져 올린 큰빗이끼벌레를 손으로 가리키며
- 설명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큰빗이끼벌레가 생태계에 크게 유해하지 않다고 말한다. 원산지인 미국에서 나온 문헌도 비슷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맑은 강에서도 살고 유기물을 먹어치워 수질을 정화하는 기능도 있으며, 유럽·아시아 등으로 이주하여 번성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런데 4대강 거짓 선동이 괴생물체로 둔갑시킨 것이다.
환경단체는 지난해 태국까지 가서 4대강 사업을 비방하면서 우리 물산업수출을 방해하고, 전혀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주장을 계속해왔다. 고여 있는 호수 물이 흐르는 강물보다 훨씬 깨끗하다는 것이 전 세계적인 현상임에도 ‘고인 물은 썩는다’를 주문처럼 외우고, 멀쩡한 보를 두고 “수질을 해쳤다” “무너진다”며 허위 사실을 남발하고 있다. 이런 행동은 환경을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지난 정부의 업적을 폄훼하려는 정치적 의도로 의심될 정도다.
우리의 환경운동은 1970년대 초에 시작된 새마을 운동에서 효시를 찾을 수 있다. 산림녹화, 하천정화, 마을청소 등과 같은 활동이 기록으로 남아있다. 이후 대한적십자사, 자연보존협회, 환경보호협의회 등이 가세하면서 대국민 홍보, 환경교육, 정책세미나 등과 같은 활동을 전개했다. 1980년대에 와서 반핵·반공해·반산업화 운동이 시작됐다. 당시 군사독재에 항거하는 민주화 운동과 맥을 같이 하면서 환경보호와 반정부 운동을 함께하는 모습을 갖게 됐다.
환경운동은 국민들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알리는데 지금까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일부 과격한 환경단체들은 원자력 발전, 인천공항, 경부고속철도, 새만금 개발, 4대강 사업 등 주요 국책사업 반대에 몰두하면서 엄청난 국익 손실을 초래했다. 뿐만 아니라 낙선운동이나 탄핵반대와 같은 정치활동에 개입하고 무모한 법정투쟁으로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인천공항에 대해선 건설계획 발표부터 개항 때까지 반대가 끊이지 않았다. 매립지에 건설한 활주로는 비행기 착륙 시 침하하고, 철새이동 경로이기 때문에 새와 비행기가 충돌할 위험이 있으며, 안개가 잦고 해일과 태풍에 무방비라는 등 수많은 억측과 황당한 주장들이 국민을 혼란에 빠지게 했다. 하지만 2001년 개항 이후 지금까지 아무 문제가 없다. 오히려 반대론자들이 “수요 예측이 과다하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활주로 하나로 출발했던 공항은 당초 계획대로 활주로 한 개를 더 보강해야 했다.
경부고속철도는 총 484일간이나 공사가 중단됐다. 천성산 고산습지에 사는 도롱뇽을 살리기 위한 터널공사 반대 단식투쟁 때문이었다. 공사가 중단될 때마다 환경영향 조사가 실시됐다. 총 4번의 조사가 이루어졌고 모든 조사에서 고산 습지는 터널 건설에 아무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승복하지 않았다. 결국 공사지연과 반복된 조사로 국가예산만 낭비한 채 터널은 뚫렸고, 2009년 11월 KTX가 부산까지 개통됐다. 공사재개 이후 지금까지 몇 년이 흘렀지만 천성산 도롱뇽은 왕성한 번식력을 과시하며 잘 살고 있다.
1991년에 착공한 새만금 사업은 방조제 공사가 60%나 완공된 상태에서 환경단체의 반대로 1999년 중단됐다. 2년간 재검토를 마친 후 사업을 재개했지만 환경단체의 제소로 시작된 법정 공방이 4년 7개월이나 계속되었고 결국 대법원까지 갔다. 공사 지연, 국고 낭비, 국론 분열 등 엄청난 국가적 손실을 초래했다. 지금 새만금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도 이 땅에 참혹한 환경재앙을 가져올 것이라고 무조건 반대했다. 특히, 1990년도 안면도 방폐장, 2003년도 부안 방폐장 건설 등에서 격렬한 반대와 억지 주장이 난무했다. 기형아가 태어나고, 암에 걸리고, 농산물 가격이 폭락한다는 등 각종 핵 재앙 공포감을 조성했다. 그 외에도 양양 양수댐, 한탄강댐, 사패산 터널 등 주요 국책 사업마다 환경단체는 각종 이유를 들며 반대했지만, 사업 후 나타난 결과는 전혀 근거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제 우리의 환경운동은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개발은 악, 환경은 선’이라는 구시대적 환경이념에 사로잡혀 국책사업 반대에만 몰두해선 안 된다. 우리 국민들도 더 이상 이들의 거짓 선동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