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아웃도어 의류 업계에 따르면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들은 올해 혹한이 예상된다는 기상청의 예보에 따라 업체별로 다운 재킷의 생산량을 적게는 10~50%, 많게는 2배 가량 확대했다.
특히 10여 개의 신규 브랜드까지 아웃도어 의류시장에 진출, 앞다퉈 다운 제품을 출시하면서 다운 원산지를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원산지 홍보전’이 뜨겁다.
다운재킷의 화두는 매년 변화하고 있다. 2010년에는 복원력을 강조하는 ‘필파워’에서 지난해는 가벼운 무게를 따지는 ‘경량성’으로 변했다가 올해는 보온력에 영향을 주는 다운의 원산지 경쟁으로 옮아갔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다운 원산지가 중요한 이유는 다운 재킷의 보온력은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다운볼인데 보통 거위(구스)나 오리(덕)이 서식하는 지역의 기후나 생산법 등에 따라 다운볼의 크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방한용 고가 의류에는 주로 거위나 오리의 앞가슴에 나는 솜털(다운볼)이 충전재로 사용된다. 다운볼은 동전 정도 크기에 민들레 홀씨와 같은 솜털로 다운볼이 크면 클수록 더욱 많은 공기층을 형성할 수 있어 보온성이 우수하다.
고가의 방한용 의류를 생산하는 국내 브랜드들은 시베리아, 헝가리, 프랑스 등 일반적으로 겨울이 길고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다운을 주로 사용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운 재킷 충전재는 헝가리산 다운이 가장 유명했지만, 다운 수입국이 다양해진 것. 헝가리는 오래전부터 거위털과 오리 솜털을 이용해 의류 및 침구를 제작해 온 대표적인 다운 생산국이다. 그동안 국내산 고급 다운 재킷에는 헝가리산이 주로 사용됐다.
헝가리에서 사육되는 거위와 오리는 발트해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해풍과 기후 변화 속에서 장기간 적응해야하기 때문에 일반 거위와 오리에 비해 다운볼이 유독 크게 자란다.
헝가리산 다운을 사용하는 대표적 브랜드는 아이더다. 아이더가 올해 겨울 내놓은 슬림 다운 재킷 ‘아르손’은 초경량 고밀도 소재를 겉감으로 사용하고 최고급 헝가리 거위 다운을 충전재로 넣어 얇고 가벼우면서도 보온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프랑스·폴란드·시베리아 등에서 생산된 다운을 충전재로 사용한 재킷도 출시되고 있다.
시베리아는 겨울이 길고 기온이 최저 영하 50도까지 내려가는 전형적인 대륙성 기후로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거위나 오리 다운볼은 털이 길고 부드러우며 다운볼의 크기가 커 다운 재킷 충전재 중에서도 최고급으로 분류된다.
최고급 시베리아산 다운은 헝가리산 다운보다 보온력은 20% 이상, 충전도는 8% 이상 높고, 개별 농가에서 방목상태로 장기간 사육돼 깨끗하고 냄새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베리아산 다운볼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는 휠라다. 휠라는 올겨울 시베리아 농촌에서 자연 방목한 가금류에서 채취한 친환경 다운을 사용한 ‘골드다운 재킷’을 내놓았다.
폴란드는 현재까지도 대다수 농장이 전통방식으로 다운을 생산하는 몇 안되는 나라다. 이 때문에 폴란드에서 생산되는 다운은 품질이 우수하고, 털의 볼륨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랑스산 다운은 일반 오리보다 사육기간이 길고 공기층을 함유하는 능력이 뛰어난 ‘프렌치 뮐라’(French Mulard Duck)에서 채취돼, 복원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밀레는 혹한의 날씨에도 체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파트리크 헤비 다운 재킷’의 충전재로 프랑스산 다운을 사용한다.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거위나 오리의 솜털은 길쭉한 깃털보다 부드럽고 공기를 다량으로 함유할 수 있기 때문에 솜털의 원산지와 비중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보통 다운 재킷에는 솜털과 깃털의 비율이 8대 2에서 9대 1 정도”라고 설명했다.
한편 솜털과 깃털의 비율이 7대3 이하로 내려가면 다운 재킷으로 부르지 않고 패딩 재킷으로 취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