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스크랩] 푸른오월 - 노천명

鶴山 徐 仁 2012. 5. 14. 21:41


 

 

 

 

 

 

 

 

 

 

      푸른 오월 - 노천명

      청자(靑磁) 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 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正午)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 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 속으로 몰려드는 향수(鄕愁)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딴 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 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 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
      어데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호납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노천명은 고독과 향수(鄕愁)의 시인이다. 그러므로 그의 대부분의 시는 흘러가 버린 옛날을 그리워하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젖어 있다.  
시 <푸른 오월>도 이와 같은 노천명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는 시이지만, 감상에 젖어 과거 지향적인 세계에만 빠져 있지 않고 이 시 끝 부분에 과거의 향수를 떨쳐 버리고 미래 지향적인 희망의 세계로 비상(飛翔)하고자 하는 특이성을 보여 주고 있다.  

 

오월에 대한 감각적인 표현과 함께 이 점이 오월에 대한 화려한 느낌을 북돋우고 있다. 특히 청색 이미지를 사용하여 생명으로 충만한 오월의 약동감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 시의 제목을 왜 <푸른 오월>로 했는지, 고독과 향수에만 젖어 있기에는 ‘오월’이란 계절이 너무 아름답고 생명이 약동하기 때문이 아닐까? 왜 희망과 기쁨으로 미래 지향적인 결말로 끝났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 시는 향토적인 우리 고유의 정감과 화려하고 화사(華奢)한 서양적인 이미지를 사용하여 오월의 계절적 아름다움을 그리고 있다. 내가 이시를 최초 접한 것은 학창시절이던 국어교과서이다. 당시 나의 가슴은 미래를 향해 얼마나 큰 푸른 꿈을 꾸고 있었던가? 이제 다시 그 시절로 되돌아 갈수 없어니 이 시에 대한 애틋한 정이 남다르다고 하고 싶다.

 

그가 우리 시단에 끼친 공적은 크다고 아니할 수 없다. 영롱한 서정시로 예리한 감각과 청순한 정서로 애수적인 감정을 잘 조화하고 있다. 여성다운 女性詩, 자학, 고독, 꿈의 절제節制, 옥중獄中의 고뇌苦惱, 인정의 연민 등을 詩에 풀며 여류시인이 빠지기 쉬운 감상을 제어하고, 일종의 극기적인 경지에서 詩作을 했다 평하고 있다. 년 표를 보면서 그의 시를 읽어 보아야 시인의 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출처 : 표주박의 오늘이 마지막이듯
글쓴이 : 표주박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