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철민 디지털뉴스부장
이런 엄마를 생각할 수 있을까. 큰딸이 일곱 살에 능숙하게 연주한 피아노곡을 둘째 딸은 같은 나이 때 자꾸 틀렸다. 엄마는 1주일 내내 말 그대로 딸을 족쳤다. 저녁 먹고 한밤중까지, 물도 먹이지 않고 딸을 윽박질러 피아노를 치게 했다. 남편이 "두 애는 서로 다르다"고 말리려 들면, 아내는 "아, 또 그 소리! 모든 사람은 각기 특별하고, 실패한 인간도 나름대로는 특별하다고? (말도 안 돼)"라고 무시했다. 결국 딸은 완벽하게 연주를 해냈고, 1주일 뒤 독주회에서 호평을 받았다.
작은딸이 직접 만든 생일 축하 카드를 엄마는 던져버렸다. "네 생각과 노력이 없잖아. 너를 마술 쇼와 놀이공원에 데려가려고 쓴 돈이 얼마고, 내 월급의 절반을 써서 네 생일파티를 해주는데, 고작 이거야?" 큰딸도 쉽지는 않았다. 한 사교 만찬에서 큰딸이 불손하게 굴자 엄마는 바로 "쓰레기(garbage)"라고 욕을 했다. 다른 엄마는 놀라 먼저 자리를 떴다.
이 엄마는 국내에도 소개된 '제국의 미래'의 저자 예일대 로스쿨 에이미 추아(蔡美兒·48·중국계 미국인) 교수다. 이달 초 그녀의 이런 교육 과정을 담은 '왜 중국인 엄마들은 우월한가'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과 책 '호랑이 엄마의 전승가'가 미국에서 소개된 뒤 미국 내에 커다란 찬반 논쟁이 일고 있다. 때마침 25일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한국과 중국의 교육열을 주목하면서 '제2의 스푸트니크 순간'을 얘기한 것도 논쟁에 열기를 보탰다.
추아의 부모는 추아 외에 다른 두 자매도 하버드와 예일에 보냈다. 다운증후군이 있는 막내도 국제스페셜 올림픽 수영 부문에서 금메달을 땄다. 추아는 이 부모에게 배운 대로 두 딸을 엄격하게 키운 것이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친구 집에서 하룻밤 자기, 학교 연극에 참여하기, TV 시청 또는 컴퓨터 게임, 과외 활동을 스스로 선택하기, A 학점 미만을 받는 것, 피아노와 바이올린 이외의 악기를 연주하는 것 등을 절대로 못하게 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자란 추아의 두 딸이 공부와 악기 연주에서 모두 최상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추아는 "서양 엄마들은 아이의 성적이 형편없어도 자존심이 다칠까 봐 잘했다고 칭찬하는데 이게 잘못됐다"고 한다.
학원에서 끝나는 아이들을 카페에서 모여 기다리면서 대입 정보를 교환한다는 한국의 '카페 맘'들도 '중국 엄마'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을 듯싶다. 추아도 "내가 아는 한국, 인도 엄마들도 '중국 엄마' 범주에 든다"고 썼다.
추아의 교육법을 놓고, "원래 애들이 똑똑해서 되는 것" "아이가 전리품(戰利品)이냐"는 비판도 드세다. 또 고교 시절 부모와 종종 심하게 다투면서 밤새 컴퓨터에만 몰두했고 결국 하버드대를 중퇴한 빌 게이츠나, 한 세대 뒤 또다시 하버드대를 중퇴하고 페이스북을 창업한 마크 저커버그와 같은 이들의 창의성은 추아의 교육법에선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가 하면, '겁쟁이들의 나라'라는 책을 쓴 한 심리학자는 "난관과 역경을 이기고 결국 해낸 아이들은 보다 낙관적이고 단호한 태도를 취하게 된다"며 추아의 손을 들어준다.
그녀의 책에선 예일대 로스쿨 동료 교수인 남편(유대계)의 얘기는 거의 빠져 있다. 책의 부제도 '한 어머니와 두 딸, 두 마리 개의 이야기'다. 아버지는 늘 "두 애를 비교해선 안 된다" "애를 그렇게 위협하면 안 된다"고 아내를 말리다가 나가떨어진다. 그러나 혹시 이 아버지가 아이들의 휴식처는 아니었을까. 어느 쪽이 옳은지 확신은 없지만 그 중간 어디쯤 바람직한 교육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