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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際.經濟 關係

오바마 "한국이 하는데 우린 왜 못해?"… 자국민에 자극주는 '모델'로

鶴山 徐 仁 2009. 3. 15. 00:46

오바마 "한국이 하는데 우린 왜 못해?"… 자국민에 자극주는 '모델'로
미(美) 교육·차(車)산업 등 비판 "美 아이들, 한국 아이들보다

1년에 한달 학교 안가는 셈 한국상인들 근면성 놀라워"
워싱턴=이하원 특파원 May2@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선 '한국'이 자주 등장한다. 그것도 미국인들을 상대로 한 국내 연설에서 등장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부터 중요 사안에 대해 한국을 자신의 논거(論據)를 강화시키는 사례로 거론해왔다. 주로 "한국은 미국이 벤치마크(benchmark)해야 할 나라" "한국도 하는데 왜 미국은 못하느냐"는 맥락에서 등장한다.

10일 교육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의 아이들은 매년 한국 아이들보다 학교에서 한달 정도를 덜 보낸다"며 "그렇게 해서는 21세기 경제에 대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는 "신형 하이브리드카가 조립라인을 돌고 있으나 이들 자동차는 한국산 배터리로 구동된다. 청정·재생 에너지를 동력화하는 국가가 21세기를 선도할 것"이라며 미국 자동차업계의 분발을 촉구했다. 오바마가 언급한 한국산 배터리는 LG화학이 미국 GM에 단독 공급하는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이 배터리는 하이브리드카용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는 일본의 니켈수소 배터리보다 효율이 50% 이상 좋다. 또 지난해 대선 때에는 "왜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자동차의 디자인과 제조를 한국과 일본이 하도록 놔두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이 할 수 있는 것을 왜 미국이 못하느냐고 말해 미국인들을 자극하는 방식이다.
▲ 한국인 유엔총장과 美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왼쪽)을 만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10일 백악관에서 반 총장의 얘기를 듣고 있다. 두 사람은 세계 경제위기와 기후 변화, 수단 다르푸르 사태, 아프가니스탄 및 중동문제, 핵 확산 방지문제 등을 논의했다./AP 연합뉴스
오바마 대통령의 잦은 한국 관련 발언은 그가 한국에 관한 지식과 관심이 높음을 의미한다. 그는 주로 독서와 토론을 통해 또 성장기에 한국계 미국인들을 접하면서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하와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시카고에서 공동체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면서 한국계의 근면성과 한국 문화에 자주 접촉할 수 있었다. 그는 당선 이후 이명박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도 '불고기와 김치가 가장 좋아하는 점심 메뉴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 베스트셀러가 된 자신의 책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에서는 "한국인들은 1주일에 7일, 온 가족이 하루 16시간 일한다. 그들처럼 일하지 않고선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그들은 장사가 뭔지 안다. 그들을 욕할 수 없다"는 시카고 상공회의소 의장 출신의 흑인 사업가의 말을 소개했다. 이 책에 따르면, 한국계 미국인과 한국인들은 '똘똘 뭉치는 힘'을 알고, 유일하게 회비를 꼬박꼬박 내며 신의를 지키는 사람들이다. 반대로 그의 자서전에서 소개된 흑인 상인들은 '통발에 걸린 게 신세'이자 '우물 안 개구리'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시카고 자원봉사 시절에 "한국계 상인들은 더러 흑인 고객을 우습게 여긴다"는 말을 흑인들로부터 듣기도 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은 한국을 주로 '미국의 도움으로 경제와 민주주의가 비약적인 발전을 한 나라'라는 관점에서 주로 언급해왔다. 조지 W 부시(Bush)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었다.

대조적으로 48세의 젊은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을 경쟁에서 이겨야 하며, 필요하면 배워야 할 나라로 본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동시에 한·미 간의 교역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는 입장을 수 차례 노골적으로 밝혔다. 그는 대선 유세 때 여러 번 "한국은 수십만대의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는 반면 미국이 한국에 파는 자동차는 5000대에 불과하다" "이건 절대로 자유무역이 아니다"고 말했다. 마치 한국 정부의 '차별 정책' 탓에 미국 차가 한국 시장에서 안 팔린다는 논리를 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인식은 그대로 미국의 무역정책에 반영되면서 한국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 관련 주요 발언

―"미국에서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혁신이 이뤄졌는데, 왜 하이브리드 카와 전기자동차의 디자인과 제조를 한국과 일본이 하도록 내버려 두었냐"(2008년 9월 3일)

―"워싱턴 DC의 학교 시스템은 오랫동안 엉망이었지만, 지금은 훌륭한 교육감(미셸 리)이 있다"(2008년 10월 15일)

―"미국의 신형 하이브리드 카를 움직이는 배터리는 한국산"(2009년 2월 24일)

―"우리 아이들은 매년 한국 아이들보다 학교에서 한달 정도를 덜 보낸다"(2009년 3월 10일)





입력 : 2009.03.12 02:39 / 수정 : 2009.03.12 1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