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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관한 일화를 비롯,해병대 창설과정,해병대가 5·16 군사 쿠데타에 참여하게 된 배경 등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비사를 털어놨다.
회고록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1964년 1월 김 전 장관과 박종규 경호실장·이원엽 소장(육사5기)을 대동하고 유성에서 꿩을 사냥했다.사냥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자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점심 메뉴로 경호실에서 준비한 쇠고기를 구워먹기 위해 무작정 사냥터 인근 다리 밑으로 들어갔다.소금을 뿌린 쇠고기 구이를 한창 맛있게 먹고 있는데 거지 몇 명이 경호실 요원들의 제지를 뿌리치고 다가온 것.
박 전 대통령은 “오라고 해라.함께 먹자.”라고 그들을 부른 뒤 음식을 나눠 먹었다고 한다.
“우리를 보고 거지 친구라고 하지 않겠습니까?”라는 주변의 말에 박 전 대통령은 “어때.거지가 지프 타고 다니는 것 보았나?”라며 파안대소했다는 것.
그해 4월 해군사관학교 졸업식 참석차 진해로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화투판이 벌어지기도 했다.
고스톱을 전혀 모르던 김 전 장관은 이후락 당시 비서실장 등의 훈수로 화투판을 휩쓸었다는 것.이 때 박 전 대통령이 “김 장관,고스톱 쳐 본 적 없다면서?그런데 판마다 다 휩쓸어?이거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맞구먼.”이라고 조크해 웃음바다가 됐다고 한다.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당시 해병대사령관이었던 김 전 장관의 명령 없이 해병 부대가 움직였던 일화도 소개됐다.
5월 16일 새벽 당시 고길훈 부사령관이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 “김포 해병여단 일부 병력이 오늘 새벽,탱크를 타고 한강을 건너 서울로 진입했습니다.”라고 보고했다는 것이다.
6년 전 자신의 부하였던 김동하 예비역 소장의 꼬임으로 당시 김포 해병 여단장 김윤근 준장이 1개 대대 병력과 전차 중대를 이끌고 서울로 진입했던 것.
해병대가 사령관의 명령 없이 쿠데타에 참가한 것을 뒤늦게 전해들은 맥루더 유엔군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의 승인없이 김포 해병대가 출동해 혁명에 가담했다.이는 작전지휘권에 대한 명백한 불복종 행위다.지금 당장 출동해 해병대를 복귀시키라.”고 호통을 쳤다.
맥루더는 윤보선 대통령에게도 반란군 진압을 위한 작전권 승인을 요청했지만 제2공화국 출범부터 민주당의 신·구파 싸움으로 장면 씨와 갈등을 빚어온 윤 대통령은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또 다른 일화로,당시 혁명정부는 미국 측에 확고한 반공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16층 규모의 반공연맹 총본부(현재의 타워호텔) 건물을 남산에 신축했다.6·25전쟁에 참전한 16개국을 상징해 16층 짜리 건물로 신축했으며 각 층에 참전국의 대표를 상주시킬 계획이었으나 참전국에서 대표를 파견하지 않아 무산됐다고 한다.
‘귀신잡는 해병’이란 말이 나오게 된 일화도 공개했다.
해병대의 통영 상륙작전의 전과를 취재하러 온 외신기자들에게 전과를 소개하는 도중 뉴욕 헤럴드 트리뷴의 여기자 마거릿 히긴스가 “정말 놀랍다.귀신 잡는 해병이다.”라고 보도를 한 것이 계기가 됐다는 것.
회고록을 집필한 전기작가 박태엽 씨는 “2001년 이후 작년 3월까지 6년간 김 전 장관으로부터 직접 구술을 받아 880쪽 분량의 회고록을 내게 됐다.”며 “고인은 작년 3월까지 원고를 5∼6번이나 읽고 고친 뒤 책 제목까지 정하고 돌아가셨다.”고 전했다.
회고록 출간기념회는 15일 오후 5시 잠실 롯데호텔에서 개최된다.
연합뉴스